60년간의 한을 예술로 승화..한센인 주민이 직접 찍은 사진전 개최

윤난슬 2020. 10. 1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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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세상 한 귀퉁이로 내몰린 채 60년이나 되는 긴 세월 동안 '어디 사는 누구'라는 말조차 못 한 채 숨죽이며 살아야만 했습니다."

60년 한(恨)을 예술로 승화한 뜻깊은 사진 전시회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특히 이 전시회는 강원도 원주의 한센인 정착촌인 '만종 대명원마을' 주민들이 사진작가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 당당히 자신들의 마을과 살아가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겠다고 나서면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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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3일 서울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아지트 갤러리서 50점 전시
강원도 대명원 마을 주민이 직접 찍은 사진과 사진집 선보여
[전주=뉴시스]윤난슬 기자 = 사진예술공동체 만종 포트는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인사동 마루 아트센터 2층 아지트 갤러리에서 '만종 특별 전시회'를 연다고 13일 밝혔다.(사진=만종 포트 제공)

[전주=뉴시스] 윤난슬 기자 = "한센인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세상 한 귀퉁이로 내몰린 채 60년이나 되는 긴 세월 동안 '어디 사는 누구'라는 말조차 못 한 채 숨죽이며 살아야만 했습니다."

60년 한(恨)을 예술로 승화한 뜻깊은 사진 전시회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사진예술공동체 만종 포트는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마루 아트센터 2층 아지트 갤러리에서 '만종 특별 전시회'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만종 포트가 주최하고 좋은사진 모임 포트인이 후원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김연태(85) 작가 등 만종 대명원마을 주민 9명이 지난 3년간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며 담아온 소중한 작품 50점을 일반인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 전시회는 강원도 원주의 한센인 정착촌인 '만종 대명원마을' 주민들이 사진작가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 당당히 자신들의 마을과 살아가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겠다고 나서면서 마련됐다.

이를 위해 지난 3년여간 평균 나이 80세가 넘는 고령에도 기초적인 카메라 조작법부터 촬영법까지 열심히 공부를 해왔다.

더 나아가 틈날 때마다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며 애정 어린 눈길과 직접 부대끼며 살아온 원주민들만의 따뜻한 시각으로 동네 모습과 이웃들의 소소한 일상들을 기록해 왔다.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전시회는 '만종 대명원마을 아카이브'라는 프로젝트명 아래 의기투합한 일단의 사진작가들에 의해 2018년 10월 처음 시작됐다.

전북과 서울, 강원 등지의 사진작가 1800여 명을 회원으로 둔 좋은사진 모임 포트인을 모태로 한 이들 사진작가는 재개발 사업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놓인 만종 대명원마을의 역사성에 주목했다.

[전주=뉴시스]윤난슬 기자 = 사진예술공동체 만종 포트는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인사동 마루 아트센터 2층 아지트 갤러리에서 '만종 특별 전시회'를 연다고 13일 밝혔다.(사진=만종 포트 제공)

세상 사람들의 끈질긴 오해와 따가운 눈빛 때문에 외부노출을 극도로 꺼리며 살아온 마을 어르신들을 상대로 오랜 설득과 노력을 기울인 끝에 어렵게 사진 동행을 허락 받았다.

이후 참여 작가 40여명이 번갈아 가며 일주일에 한두 번씩 꾸준히 마을을 방문해 어르신들에게 카메라 조작 방법 등 기초부터 촬영 방법 등에 대해 교육했다.

또 한 달에 한두 번씩은 어르신들과 참여 작가들이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인화해 마을회관에서 사진 품평회를 겸한 작은 전시회도 꾸준히 열어왔다.

주민과 작가들의 간극이 좁혀지면서 주민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머니에 카메라를 넣고 다니며 '만종'을 기록했다.

마을 어르신들은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정성 어린 밥상을 차려 참여 사진작가들과 나눠 먹으며 '식구' 같은 정을 나눴고, 사진작가들은 마을잔치와 장수 사진 촬영 등 이벤트를 준비해 적막 속에 살아온 마을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이운선 만종 포트인 회장은 "사진예술은 주민들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계기로 작용했고, 외지인과 카메라 앵글에 배타적이었던 만종 대명원마을 문화를 바꾸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면서 "낯선 사람들을 경계하던 주민들은 이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머니에 카메라를 넣고 다니며 '만종'을 기록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 허정자 작가(83·여)는 "처음엔 이게 될까 싶었지만, 선배 작가들의 도움을 받으며 열심히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인가 마을의 사소한 풍경도 달리 보이기 시작했고, 사진 덕분에 마을에 활기가 넘친다"고 전했다.

좋은 사진 모임 포트인 회장 노은향 작가(55·여)는 "만종 대명원마을이 갖는 역사성과 기록성에 욕심이 나서 시작한 프로젝트지만, 진행 과정에서 사진 찍는 즐거움에 눈뜬 어머니, 아버지들과 함께 호흡하는 매 순간순간이 더 큰 의미가 됐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ns465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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