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한다고 큰일 나지 않습니다"..고소당한 추미애의 버티기

정진호 2020. 10. 1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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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던 당직병사 A씨가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있다. 뉴스1

"사과하면 고소를 취하하겠다."(당직사병 A씨 측) “사과 요구는 부적절하다."(추미애 법무장관)


당직사병 A씨 "추 장관 사과하면 소 취하할 것"
추미애 법무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의혹을 제보했던 당직사병 A씨가 추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추 장관은 단칼에 거부했다. A씨는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당시 당직을 섰던 당사자로 당시 상황을 언론 등에 제보했지만, 추 장관은 A씨의 제보 내용을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의 거짓으로 몰았고, A씨는 추 장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A씨 측은 추 장관을 고소하면서도 추 장관이 사과하면 소를 취하하겠다고 했지만, 추 장관은 사과 요구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일축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일 추 장관을 고소하러 서울동부지검에 온 A씨를 직접 만났다. 그는 "이런 식(고소)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나는 2017년 6월 25일 당직 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묻는 사람들에게 기억하는 내용을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의 제보를)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실명을 공개하며 ‘단독범’이라고 표현한 이후 SNS 등에서 친여권 성향의 네티즌들부터 공격을 받자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고 대외 접촉도 줄여왔다.

사실 기자는 지난 1월 A씨와 처음 연락이 닿은 이후 몇 차례 그를 만난 바 있다. 추 장관의 아들 서모씨가 부대 밖에 머물던 6월 25일 밤의 상황을 전해 듣기 위해서다. 그는 “서모씨의 선임병장이 서씨가 복귀하지 않았다고 보고해 그에게 전화해 부대로 들어오라고 했고, 이후 성명 불상 대위가 찾아와 휴가자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줄곧 증언해왔다.


당직사병, "나는 내가 아는 사실만 말해"
A씨는 “서씨가 법을 위반했는지 이를 탈영으로 볼 수 있는지는 내가 판단할 위치도 잘 알지도 못한다"며 "다만 나는 당시 부대 안에서 벌어진 상황을 정확히 언론에 제보하고 검찰 조사에서도 똑같이 진술했을 뿐"이라고 했다. 실제로 A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당직 근무 당시 군 동료들에게 보냈던 페이스북 메신저까지 찾아 제출했다. 자신의 기억과 진술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A씨는 이를 위해 자신의 SNS와 GPS 기록을 일일이 찾고 정확한 날짜를 확인했다고 한다.


검찰도 "당직사병 제보·진술은 사실"
검찰 역시 추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A씨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휴가명령지가 없어 미복귀로 A씨가 보고를 받았고, A씨가 서씨에게 전화한 사실도 인정된다는 게 수사 결과다. A씨가 말한 성명불상 대위는 지원장교였던 김모 대위였다. 지원 장교는 행정업무를 주로 해 A씨와는 업무상 마주칠 일이 없다는 것도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추 장관은 A씨를 향해 당시 상황을 잘 모른다며 '이웃집 아저씨'로 비아냥대고, 친여 성향의 네티즌들은 A씨가 추 장관을 곤경에 빠뜨리려 한다며 신상털이에 나섰다. A씨는 이에 대해 검찰 수사에서 자신의 증언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추 장관이 사과하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에서 진행된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추 장관은 아직도 "당직 사병, 사실과 다르게 주장"
하지만 추 장관은 지난 12일에도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A씨는 정기 휴가를 받은 애(아들 서씨)를 탈영·미복귀라고 증언했고, 같은 부대 소속 장교를 알아보지 못하고 육군부대라고 증언하는 등 외압을 목격한 것처럼 증언했다”고 말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하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에서다. 추 장관은 아직도 A씨를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제보한, 그것도 거짓을 말한 사람처럼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A씨의 소송을 돕고 있는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 소장은 “사과한다고 큰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국정감사 발언을 보면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한탄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던 당직병사 A씨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전 국민권익위원회 국방담당 조사관)이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김 소장은 또 "A씨는 추 장관 아들 의혹이 불거진 이후 당직 근무 당시 본인이 보고 들은 것만 말했을 뿐 탈영이나 외압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추 장관 국정 감사 발언을 듣고 A씨의 인터뷰가 나온 기사를 모두 찾아봤더니 추 장관 발언과 비슷한 취지의 인터뷰 기사가 한 꼭지 있더라"라며 "그래서 A씨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신청했다"고도 했다. 이 기사와 관련해서 A씨는 지난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를 거론하며 "나는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적기도 했다.

김 소장은 13일 ‘고의적 왜곡보도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위 보도의 경우처럼 사실 자체를 왜곡하여 (추 장관 측에) 상처를 주는 행위는 정정당당하지 못할 뿐 아니라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는 A씨의 입장을 전했다. “보도 자체가 잘못됐다”면서도, 추 장관 측에 사실상 사과한 셈이다. 이제는 추 장관이 A씨에게 답할 차례 아닐까.

13일 A씨 측에서 언론중재위원회에 접수한 정정보도 신청서. [김영수 소장 페이스북 캡처]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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