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두룩한 文 악재에도 지지부진한 제1야당 지지율, 왜?

권호 2020. 10. 1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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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 요동치는 와중에 법무부 장관의 아들이 군 복무 중 특혜 시비에 휘말리는가 하면, 급기야 국민 한 명이 북한군에 사살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엔 라임ㆍ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된 여권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해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최근 두 석 달간의 정국을 요약하면 이렇다. 하나같이 집권 여당에 불리한 이슈들이다. 예년 같았으면 집권 4년 차 여권은 민심 이반을 걱정하고, 야당은 그 반사이익을 누리며 정국 주도권을 쥘 만한 형국이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에 가깝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에워싼 지지층은 견고한데,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향한 민심이 오히려 싸늘하다. 한때 우상향을 그리던 당 지지율은 30% 박스권에 갇혀있다.


바뀌겠다면서도 여권의 실정에만 기댄다.

“저희가 정권을 빼앗긴 다음에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까지 내리 패배했는데, 국민은 ‘정권을 빼앗겼으면 바뀌어야 하는데 왜 아직도 안 바뀌냐’라고 한다.”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지상욱 원장이 13일 한 말이다. 한 마디로 바뀐 게 없다는 거다.

총선에서 180대 103으로 대패한 국민의힘은 패장인 황교안 당시 대표가 퇴장하고 쇄신을 부르짖었다. 당 이름이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뀌고, 당 상징색도 바꿨다. 하지만 지 원장의 말처럼 시중 여론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 이준호 대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광주에 가서 무릎을 꿇고 경제민주화 3법을 화두로 내건 것 외에 국민의힘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 게 없다”며 “조국 사태 때 네거티브 방식으론 지지율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음에도 과거의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당 지지율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변화를 견인할 수 있는 초ㆍ재선들의 활동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2008년 18대 국회 때 권영진ㆍ김성태ㆍ김세연ㆍ김영우ㆍ박민식 등 개혁 성향의 초선들이 모여 당의 스펙트럼을 넓혔던 ‘민본21’ 같은 움직임이 실종된 상태다. 민본 21에서 활동했던 한 정치인은 “당에 대한 고민이 깊은 이들이 있지만, 아직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다. 우선 지도부가 언로를 터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문(反文) 정서를 담아낼 리더십이 없다

총선 패배 후 국민의힘 지지율이 정점을 쳤던 건 8월 중순으로, 수해 현장을 먼저 찾는 등 민생 행보에 주력했을 때와 궤를 같이한다. 정기국회가 개원하고 이른바 ‘야당의 시간’이라는 국정감사가 시작됐지만, 야당의 존재감은 오히려 엷어졌다. 한 중진 의원은 “김 위원장 부임 초기 당 이미지를 쇄신한 건 맞지만, 개인기에 의존해온 당 운영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메시지를 통제하면서 역동성이 사라졌고, 결국엔 여당의 헛발질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콘텐트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8월 5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지도부가 경기 이천시 율면 오성1리 수해 현황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이 중점 추진 중인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논의에 전향적으로 나서는 등 김 위원장으로선 정책 이슈 선점을 꾀하지만, 반향은 크지 않다.
보다 근본적으론 과거 이회창ㆍ이명박ㆍ박근혜 등과 같은 확실한 차기대선 주자가 없다는게 당의 아킬레스건이다. 집권 초에 비해 반문재인 정서는 많이 짙어졌지만 이를 야당 지지율로 연결시키려면 확실한 간판이 필요한데 그게 안 보인다.
익명을 원한 한 당직자는 “김종인 위원장이 ‘확실한 차기’로 인정받았다면 당 운영 양상이 지금과는 확 다를 것”이라며 “급한 불 끄려 초빙된 김 위원장으로선 한계가 명확하다”고 말했다.

리더십의 뿌리가 얕으니 선거 국면 시작과 맞물려 잡음도 덩달아 커지기 시작했다. 전날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됐던 유일호 전 부총리 카드를 거둬들이고, 영남(대구 서구, 3선) 중진인 김상훈 의원을 ‘경선준비위원장’에 앉힌 게 대표적이다. 부산시장 선거를 준비 중인 한 인사는 “부산시장 선거만 해도 이미 다 이긴 것처럼 접근하는데, 이런 식이면 전투에서 이기고도 전쟁 격인 대선에서 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호ㆍ손국희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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