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라던 옵티머스 문건, 일부 사실로..수사 확대 '불가피'

박순봉·정희완·정원식·노정연 기자 입력 2020. 10. 13. 21:04 수정 2020. 10. 13.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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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입수 문건과 일치..여권 정·관계 로비 의혹 확산
남동발전, '태국 사업' 만남 18일 만에 이례적으로 빠른 승인
야당 "양호 전 회장, 최흥식 등과 동문" 금감원과 유착 의심
"전파진흥원 투자 결재자, 억대 연봉에 휴양성 전보" 질타도

[경향신문]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문이 닫혀 있다. 이날 열린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옵티머스 투자 로비 의혹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연합뉴스

남동발전이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대표와 해외 발전사업을 논의한 뒤 18일 만에 해당 사업에 적격 판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검찰이 입수한 옵티머스 내부 문건(‘펀드 하자 치유’ 문건)의 ‘이헌재 고문(전 경제부총리)이 추천, 남동발전과 추진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소 프로젝트 투자 진행 중’이란 내용과 일치한다. 이례적으로 적격 판정이 빠르다는 점은 여권 인사를 앞세운 옵티머스의 정·관계 로비를 의심케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허위’라고 했던 문건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수사 확대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남동발전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김 대표 등 옵티머스 관계자 2명과 남동발전 해외 사업 담당자 2명은 지난 3월13일 서울 강남 옵티머스 사무실에서 4억4800만달러(약 5143억원) 규모의 해외 발전사업을 협의했다. 남동발전은 “옵티머스와 만나 (태국) 바이오매스 발전 관련 업무 협의를 했다”고 답했다.

이후 18일 만인 같은 달 31일 남동발전은 해당 사업에 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 의원 측은 “이례적으로 빠른 판정”이라고 지적했다. 남동발전이 검토 후 최종 적격 판정한 다른 해외 사업의 경우, 일본 GD-POWER 바이오매스 사업은 5개월, 미얀마 카인주 바이오매스 발전사업은 2개월이 걸렸다.

남동발전이 옵티머스와 실제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서울중앙지검이 확보한 옵티머스 내부 문건 내용 중 일부가 사실로 확인됐다. 문건에 나온 대로 이헌재 고문이 실제 추천을 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남동발전의 투자가 이례적으로 빨리 결정됐다는 점도 의구심을 낳고 있다.

추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실명은 거론돼 있지 않고 금융감독원 조사에 대비하기 위한 가짜 문서였다는 것을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주민철)는 옵티머스 문건의 진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팀을 늘리기 위해 법무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야당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금감원과 옵티머스의 유착 의혹도 제기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옵티머스의 실질적 대주주인 양호 전 회장은 옵티머스 고문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이헌재 사단인 최흥식 당시 금감원장과 동문”이라며 “양 전 회장과 금감원 직원들의 관계를 의심할 정황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 전 회장이 2017년 10월25일 비서에게 금감원이 VIP 대접을 해준다고 말한 것과 최흥식 당시 금감원장과 만나기로 했다는 녹취록 내용을 공개했다. 강 의원은 “정상적이라면 옵티머스는 정리 수순에 들어갔어야 하는데도 소설처럼 되살아난다”며 금감원과 옵티머스의 유착 의혹을 주장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정황 증거는 의심 되는 부분이 있으나 이 내용만으로 단정짓긴 어렵다”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이모 변호사의 남편이 옵티머스 이사였다는 점을 거론하며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7차례 민원이 접수됐고 라임 사태 이후 사모펀드 운용사 52곳을 조사해 옵티머스를 부실 징후 운용사로 분류하고도 금감원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748억원을 옵티머스에 투자했다가 징계를 받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간부에게 억대 연봉이 지급되고 휴양성 전보조치가 내려졌다는 의혹도 나왔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의 전파진흥원 국감에서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고 옵티머스 펀드 투자를 결재한 전파진흥원 기금운용본부장 A씨가 징계를 받은 지 1년2개월 만에 지난 1월 인천의 경인본부장으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정한근 전파진흥원장은 이에 대해 “징계 진행 시 알지 못한 사안이 있어 검찰 수사를 의뢰했고 결과가 나오면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봉·정희완·정원식·노정연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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