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스타 베컴도 NBA도...중국 네티즌에 찍혔다가 혼쭐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0. 10. 1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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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모욕했다” 몰아가며 압박
2018년 중국인 모욕 논란을 일으킨 이탈리아 의류브랜드 돌체앤가바나 광고./인터넷 캡처

전직 영국 축구 선수인 데이비드 베컴은 지난 4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글 한 편을 올렸다. 코로나 때문에 4주째 집에서 격리 중이었던 그는 대만 팬들에게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잘 지낼 수 있는지 대만의 내 팬들(my family)에게 조언을 얻고 싶다”고 했다. 평범해 보이는 글이지만 일부 중국 누리꾼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4월 중국에서 '중국 모욕' 논란을 일으켰던 전직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소셜미디어 글.

중국 누리꾼들은 “베컴이 중국의 일부분인 대만(Taiwan)을 ‘중국 대만(Chinese Taiwan)’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며 “중국을 모욕했다”고 했다. 중국 대만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임을 강조한 표기법이다. 이들은 또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대만 차이잉원(총통)의 코로나 방역을 칭찬한 것”이라고 문제 삼았다. 중국 매체인 신민만보는 이런 반응을 전하며 “(중국) 기업들은 목소리가 큰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쓸 때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사건은 지금도 중국에서 ‘베컴 중국 모욕 사건’으로 불린다.

시진핑 시대 들어 중국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앞세워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가운데, 일부 중국 누리꾼의 행태가 중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이나 연예인 등에게 불확실성을 안기고 있다. 과거에는 대만·티베트(西藏·시짱) 독립을 지지하거나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등 적극적 견해를 밝힌 경우 공격받았지만 이제는 중국을 비하하는 의도를 가졌다고 해석되는 순간 “중국을 모욕했다(辱華)”며 누리꾼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데이비드 베컴, 돌체앤가바나, 미국 프로농구

중국 일부 누리꾼들은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우리는 양국(한국과 미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기억해야 한다”는 방탄소년단(BTS)의 발언을 ‘BTS 중국 모욕 사건’이라고 부르고 있다. 6·25 전쟁이 “미군 침략 위기에서 중국의 이익을 지킨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중국 입장은 1950년대 이후 바뀐 적이 없지만 이 문제를 놓고 한국 유명인이 공격 대상이 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중국인 가운데는 6·25전쟁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입장이 다른 것을 지적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회자된 글은 “순수히 객관적 평가란 없다. 한국 입장에서 BTS 발언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응당 중국인 입장에서 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한·미 우호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코리아소사이어티 영상 캡처

누리꾼 등쌀에 중국에서 활동하는 대만·홍콩 태생 연예인, 일부 한국 연예인들은 중국 소셜미디어에 중국 국기를 걸어놓거나 ‘하나의 중국을 지지한다’는 등의 메시지를 올리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일부 누리꾼의 의견이 중국인 다수를 대표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파급력이나 피해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논란을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했다.

실제 이탈리아 의류 브랜드 ‘돌체앤가바나’는 2018년 ‘중국 모욕’으로 찍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국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2018년 상하이 패션쇼를 앞두고 내놓은 광고가 문제였다. 누리꾼들은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중국계 젊은 여성이 긴 젓가락으로 피자·스파게티 등 이탈리아 음식을 먹으며 곤혹스러운 웃음을 짓는 광고가 중국인을 비하했다고 했다. 창업자들이 공식 사과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국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돌체앤가바나는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개인 소셜미디어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한 구단 단장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했던 미 프로농구(NBA)는 중국에서 1년간 방송이 금지돼 수십억원의 손해를 보기도 했다.

민족주의 성향 누리꾼의 목소리가 커진 배경에는 애국주의를 강조하고 외국 문화 등 사상 분야에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이런 여론을 우군(友軍)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소셜미디어를 바탕으로 성장한 1인 인터넷 미디어들과 ‘클릭 수’를 노리는 일부 민족주의 성향의 관영 매체가 이들의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누리꾼들의 반발에 삼성전자, 현대차 등 한국 기업이 BTS 관련 상품 판매와 광고를 중단한 데 대해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 앞에는 정치적 지뢰가 깔렸다는 것을 보여준 최신 사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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