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병무청장 입국거부에 반박.."약속 못 지킨게 위법인가"

임지혜 2020. 10. 1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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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화 병무청장 "입국 금지 유지"..유승준 "형평에 맞지 않아"


▲유승준(스티브 유) 인스타그램 캡처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병역 기피 논란으로 비자 발급이 거부된 가수 유승준(44·스티브 유)가 자신에 대한 입국 금지 지속 방침을 밝힌 모종화 병무청장을 향해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장문의 편지를 썼다.

유승준은 지난 13일 SNS에 '병무청장님'으로 시작하는 글을 통해 "영주권자로 시민권을 취득했지만 이 과정에서 어떠한 위법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날 모 청장이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유승준의 입국금지가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박이다.

모 청장은 "스티브 유는 숭고한 병역의무를 스스로 이탈했고, 국민에게 공정하게 병역의무를 이행한다고 누차 약속했음에도 그것을 거부했다. 입국해서 연예계 활동을 한다면 이 순간에도 병역의무를 하는 장병들이 얼마나 상실감이 크겠느냐"며 "병무청 입장에서는 입국이 금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승준은 "제가 2002년 당시 군대에 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많은 분들께 실망감을 드린 점은 지금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유승준은 이어 "하지만 그 문제를 가지고 대한민국 안전보장 등을 이유로 무기한 입국 금지 조치를 하고, 18년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당시와 똑같은 논리로 계속 입국을 거부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영주권이 상실되지 않고 가족과 살기 위해선 시민권을 취득해야 했다"면서 "영주권자가 시민권을 취득한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 마음을 바꾼 것이 위법한 일인가?  아니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위법한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유승준은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간주되어 입국 금지를 당한 사람은 대한민국 역사상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스티브 유로 불려도 저의 뿌리는 대한민국에 있고, 고국을 그리워하는 많은 재외 동포 중 한 사람인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연예인으로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잘못이 있지만, 이를 두고 정부가 나서서 몇십 년째 대한민국 안전보장 등을 이유로 대한민국에 발도 디디지 못하게 막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자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해당글은 14일 오전 6시 24분 현재 967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해당 글에는 "당신이 선택한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 "국적을 포기한 순간부터 뿌리는 끝났다" "당시 일을 비겁하게 미화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라"라는 비판 댓글과 "늘 응원하고 있다" "댓글에 상처받지 말라"는 응원 댓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1997년 '가위'로 데뷔한 유승준은 2001년 1월 공익근무요원(4급)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2002년 1월 미국으로 출국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병역 면제를 받았다. 법무부는 그해 2월 병무청의 요청에 따라 스티브 유에게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유승준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재외동포 비자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고 지난 3월 정부를 상대로 낸 비자발급 거부 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그러나 또다시 비자 발급이 거부되자 최근 다시 소송을 냈다.

다음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유승준 입장 전문이다.

병무청장님.

한국 병무청장님은 오늘 국회 국정감사에서 저에 대한 입국금지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 이유로는 제가 병역의무를 이행한다고 누차 약속했음에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여 병역의무를 이탈했고, 제가 입국하면 장병들의 상실감이 클 것이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제가 2002년 당시 군대에 가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많은 분들께 실망감을 드린 점은 지금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문제를 가지고 대한민국 안전보장 등을 이유로 무기한 입국금지 조치를 하고, 18년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당시와 똑같은 논리로 계속 입국을 거부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데뷔할 때 이미 가족과 함께 미국 이민을 가 오랫동안 미국에서 거주한 영주권자였고, 미국에서 사는 교포신분으로 활동을 했습니다. 당시는 병역에 있어 지금과 같은 영주권자에 대한 제도적 고려가 없었기 때문에 영주권이 상실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살 수 있으려면 부득이 시민권을 취득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결국 가족들의 설득과 많은 고민끝에 막판에 시민권을 취득하게 되었지만 이 과정에서 어떠한 위법도 없었습니다. 영주권자가 시민권을 취득한 것 자체는 위법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마음을 바꾼 것이 위법한 일입니까?  아니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위법한 일입니까?

지난 5년간만 따져도 외국 국적을 취득하여 병역의 의무가 말소된 사람이 2만 명이 넘습니다.  1년에 4천명 정도입니다. 하지만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간주되어 입국금지를 당한 사람은 대한민국 역사상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법 앞에는 부한 자나 가난한 자나, 권력이 있는 자나 그렇지 않은 자나, 유명한 자나 무명한 자나, 그 누구나 모두 평등해야 할 것인데도 말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범죄자도 아니고, 권력자나 재벌도 아니며 정치인은 더더욱 아닙니다.  저는 아주 예전에 잠깐 인기를 누렸던 힘없는 연예인에 불과합니다.

유승준이 아닌 스티브 유로 불려도 저의 뿌리는 대한민국에 있고, 고국을 그리워 하는 많은 재외동포 중 한 사람인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연예인으로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잘못이 있지만, 이를 두고 정부가 나서서 몇 십년 째 대한민국 안전보장 등을 이유로 대한민국에 발도 디디지 못하게 막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자 인권침해입니다.

5년 동안 계속된 소송에서 대법원은 저에게 비자를 발급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최근 저에 대한 비자발급을 다시 거부하고, 오늘 병무청장님이 입국금지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점은 대단히 유감스럽고,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다시 제기한 소송에 대하여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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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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