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방사포 '섞어쏘기'..공격과 방어의 수 싸움

지형철 2020. 10. 1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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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의 무기 쇼' 열병식

지난 10일 진행된 북한의 열병식은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조명을 부착한 전투기의 비행은 보기에는 썩 멋있었습니다. 북한 조종사들은 어두운 밤에 조명을 달고 줄지어 이륙해 근접 비행하며 불꽃(플레어)까지 발사하는 위험을 감수했습니다. 우리 공군 주력기 KF-16 조종사는 "지상에 불빛이 있는 상태에서 이렇게 비행하면 조종사는 위치 감각을 잃을 수 있다"며 "북한이기에 가능한 일이지 우리라면 '쇼'를 위해 저런 짓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전투기 미그29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에 들어서고 있다.


플레어를 발사하는 북한 공군기


이례적으로 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등장했습니다. 열병식의 대미를 장식하듯 맨 마지막에 공개된 신형 ICBM을 두고 일부 언론은 '괴물 미사일'이라는 별칭을 붙였습니다. 분석도 제각각입니다. "북한이 복수의 탄두를 적재할 수 있고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발전시켰다"는 평가가 있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 "이동식 발사용으론 너무 크기 때문에 위협을 과시하기 위한 일종의 블러핑(속임수)이자 설계 도면상으로만 존재한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방역 전문가들은 군중들이 마스크를 안 쓴 모습에 주목했습니다. 특수부대원이라면 새로 등장한 군복과 신형 소총에 눈이 갔을 것입니다.

北, 신형 방사포, 미사일 퍼레이드

눈에 띈 부분이 또 있습니다. 바로 북한의 여러 방사포와 신형 미사일들입니다. 북한의 방사포 위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종류가 더 다양해지고, 새로 등장한 신형도 있었습니다.

북한은 열병식에서 소형 무기부터 대형 무기를, 전술 무기부터 전략 무기를, 위력이 약한 무기에서 큰 무기를 순서대로 공개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ICBM이 등장한 것이죠.

이번에도 북한은 자행포(국군은 자주포라고 부릅니다.)를 공개한 뒤 보다 위협을 과시하고 싶은 방사포들을 선보였습니다. 열병식에 나온 순서대로 사진을 싣습니다.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240밀리 22연장 방사포.


300밀리 12연장 방사포.


이처럼 처음에는 구경이 작은 방사포부터 등장합니다. 300밀리는 탑재 차량을 구형에서 신형으로 바꾸면서 기존에 8연장이던걸 12연장으로 4발 늘렸습니다.

600밀리 4연장 방사포.


600밀리 6연장 방사포.


600밀리는 초대형 방사포로 분류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방사포입니다. 트럭 형태는 4개가 실렸고, 더 무겁게 적재할 수 있는 궤도형 차량에는 두 발이 더 실린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정거리는 약 400Km로 단거리 미사일에 육박합니다.

600밀리 5연장 방사포.


이 방사포는 이번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최초 식별이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앞에 600밀리가 공개됐기 때문에 이 방사포 또한 600밀리로 보고 있습니다. 위에 있는 같은 구경의 4연장 방사포처럼 차륜형 차량에 실렸습니다. 다만 4연장 차량보다 더 성능이 뛰어난 고기동 전술 차량이라 1발이 더 실릴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최초 식별된 6연장 미사일.


이 미사일은 이번 열병식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국방안보포럼은 600밀리 초대형 방사포와 동형의 궤도 차량에 실렸고, 위장 도색으로 보아 북한이 3년 전 공개한 최신 지대함 미사일을 지대지 미사일로 개량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제 미사일을 모방 생산한 것으로 원형이 된 미사일 KH-35는 초저공 비행이 가능합니다.

차륜형에 실린 KN-23 미사일.


궤도형에 실린 KN-23 미사일.


궤도형에 실린 KN-24 미사일.


KN-23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이고, KN-24는 북한판 전술 지대지 미사일(ATACAMS:ARMY TACTICAL MISSILE SYSTEM)입니다. 고체 연료 엔진으로 액체 연료와 달리 사전에 연료 주입을 위한 준비 과정 없이 신속하게 쏠 수 있습니다.

'섞어 쏘기'로 南 방공망 뚫으려는 北

북한이 공개한 방사포는 모두 3가지, 신형 지대지 미사일은 3종류입니다. 유사시 북한은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방사포와 미사일을 한꺼번에 남한의 지휘부와 핵심 시설을 향해 발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른바 '섞어 쏘기' 전술입니다. 공군 비행장도 표적이 될 것입니다. 활주로를 파괴해 우리 공군 전투기의 이륙을 막으려 할 것입니다.

막아야 하는 南…"무력화 가능"

국방부는 무력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어제(13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이 섞어 쏘기에 대한 대응을 묻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한미가 현재 운용 중인 패트리어트 체계와 조만간 전력화 예정인 M-SAM(중거리 지대공 미사일)과 같은 무기체계를 통해 북한의 신형 방사포에 대한 요격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동시에 공격했을 경우(섞어 쏘기) 우리 군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가동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북한의 방사포나 장사정포가 발사된 원점을 타격할 수 있도록 전략적 타격체계, 대화력전 체계를 통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장사정포와 미사일을 섞어 쏘면 일단 패트리어트나 국산 지대공 미사일로 요격하고, 발사한 장소를 공격해 추가 발사를 막겠다는 겁니다.

'비용'·'선택적 방어'의 고민

그런데 북한 또한 이를 모를 리 없습니다. 그래서 섞어 쏘기를 하는 것입니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나 패트리어트는 기본적으로 탄도 미사일에 대한 방어 체계인데 북한의 방사포는 탄도미사일과는 다른 궤적을 그리며 날아온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탄도 미사일은 말 그대로 탄도를 그리며 비행합니다. 우리 방공 체계는 적의 미사일을 탐지하면 날아올 위치를 계산해 그곳으로 요격 미사일을 날립니다. 그런데 장사정포는 일반적으로 탄도미사일보다 낮게 비행합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비행 마지막 단계에서 요격 미사일을 회피하는 기동을 합니다.

미사일과, 미사일인지 방사포인지 구분조차 애매한 초대형 방사포 여러 종이 동시에 날아옵니다. 구경마다 방사포탄의 비행 특성도 다를 수 있습니다. 각도도 달리해 동시에 발사할 것입니다, 우리 요격체계는 순식간에 이 비행체의 탄도를 죄다 분석해서 미사일을 날려야 합니다.

비용도 문제입니다. 방사포는 쌉니다. 북한 방사포의 가격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습니다. 다만 북한이 개발에 참고한 중국의 12연장 300밀리 방사포는 발사차량까지 해서 한 대에 90억 원 정도 합니다. 방사포탄은 재장전이 가능하고 북한 물가 등을 감안했을 때 전문가들은 북한의 방사포가 한 발에 1~2억 원 남짓일 거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KN-23과 KN-24(북한판 전술 지대지 미사일)의 가격도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국의 전술 지대지 미사일은 한 발에 10억 정도 합니다. 반면 요격에 나서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한 발에 70억~80억 원 정도입니다.

북한의 방사포나 지대지 미사일 한 발에 그보다 몇 배, 몇십 배 더 비싼 요격 미사일을 쏘는 꼴입니다. 요격 미사일은 비싸니 수량이 한정돼 있습니다. 그래서 유사시 북한의 방사포와 미사일이 날아오는 모든 곳을 다 방어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군 관계자 역시 모든 곳을 다 방어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南 '원점 타격' Vs 北 '발사 후 이동'

북한은 동시에 여러 발을 날려서 우리 요격 미사일을 모두 소진시키려 할 것입니다. 우린 일단 날아오면 레이더를 가동해 북한의 미사일과 방사포탄의 비행 궤적을 역추적해 발사 위치를 정확히 계산한 뒤 그곳으로 미사일이나 포탄을 날려 발사 차량을 파괴해야 합니다.

문제는 북한은 이 또한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발사 차량마저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일반 트럭을 썼지만 이젠 험지에서 신속한 이동이 가능한 고기동 전술 차량이나 궤도형 차량으로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첫 탄을 발사한 뒤 우리 미사일이나 포탄이 날아오기 전에 신속하게 진지를 변환해서 또 쏜다는 전술입니다.

발사 차량의 성능이 좋아지면 발사 시 진동도 더 잘 잡아줄 수 있습니다. 진동이 줄면 여러 발이 실린 방사포에서 한 발을 발사한 뒤 보다 빨리 다음 탄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내가 북한 과학자라면 뭘 할지 생각한다"

지난 8월 국회에서 군의 첨단전력 구축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국군의 첨단무기를 연구하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미사일 분야를 총괄하는 박종승 본부장이 주제 발표를 했습니다. 박 본부장은 "내가 북한의 미사일 개발 책임자라면, 개발자로서, 과학자로서 지금 어떤 고민을 할지 끊임없이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남한의 방어 체계에 어떻게 대항할지를 북한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북한의 미사일이 나아갈 방향이 보인다는 겁니다.

북한은 여러 종류의 방사포와 미사일을 성능 좋은 차량에 많이 탑재하고 다량 보유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쏟고 있습니다. 열병식에서 방사포가 등장할 때 북한 아나운서는 "세계 최강의 화력을 자랑하는 무적의 병기 초대형 방사포 종대들"이라고 흥분했습니다. 또, "김정은 동지의 영도의 손길 아래 우리의 포병 무력은 주체와 현대화를 가장 완벽하게 실현한 강력한 병종으로 가장 무서운 공격형 타격 집단으로 자라났다"고 말했습니다.

열병식에서 초대형 방사포가 지나가는 순간 환하게 웃는 김정은 위원장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 취임 이후 북한은 미국을 겨냥해서는 ICBM과 SLBM의 성능 향상을, 남한을 향해서는 방사포 전력 증강에 힘을 쏟았습니다.

북한은 미사일 방어 체계가 전혀 없다시피 합니다. 북한으로선 그 돈이 있으면 남한을 공격하는 무기를 만드는 게 현명한 전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군은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 무기에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공격하는 자와 방어하는 자의 수 싸움에서 우리 군은 북한의 핵무기뿐만 아니라 재래식 전력 대응에서도 무거운 과제를 지고 있습니다.

지형철 기자 (ic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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