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나무 끌어안은 호랑이의 '황홀경'

조홍섭 2020. 10. 1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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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듬한 겨울 해를 받아 황금빛으로 물든 오랜 전나무숲에서 암컷 호랑이 한 마리가 굵은 전나무를 부둥켜안았다.

그는 지난해 1월 두만강에 인접한 러시아 연해주의 '표범의 땅 국립공원'에서 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 한국호랑이)가 나무를 발톱으로 긁거나 오줌으로 냄새 표시를 한 나무 주변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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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2020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대상작은 연해주 호랑이..무인카메라로 촬영
연해주 표범의 땅 국립공원에 설치한 무인카메라로 촬영한 암컷 아무르호랑이의 냄새 표지 모습.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대상으로 뽑혔다. 세르게이 고르쉬코프, 2020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제공

비스듬한 겨울 해를 받아 황금빛으로 물든 오랜 전나무숲에서 암컷 호랑이 한 마리가 굵은 전나무를 부둥켜안았다. 코를 나무에 들이대고 눈을 지그시 감은 표정은 황홀경에 빠진 모습이다.

이 모습을 촬영한 러시아의 야생동물 사진가 세르게이 고르쉬코프의 작품 ‘포옹’이 런던 자연사박물관에서 전시되는 2020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의 대상작으로 뽑혔다.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이 공모전에는 4만900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됐다.

고르쉬코프는 이 극적인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오랜 기다림과 함께 사람의 흔적을 지워야 했다. 그는 지난해 1월 두만강에 인접한 러시아 연해주의 ‘표범의 땅 국립공원’에서 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 한국호랑이)가 나무를 발톱으로 긁거나 오줌으로 냄새 표시를 한 나무 주변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했다. 이 사진을 얻은 것은 11개월 뒤였다.

낙엽 쌓인 암벽 위에 선 아무르호랑이를 담은 세르게이 고르쉬코프의 다른 출품작. 세르게이 고르쉬코프, 2020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제공

심사위원장인 로스 키드먼 코크스는 “마법의 숲 깊숙이 숨겨진 내밀한 순간을 독창적으로 엿본 작품”이라고 평했다. 그는 “전나무를 끌어안은 거대한 암호랑이는 수피에 남겨진 다른 호랑이의 냄새를 맡고 자신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무르호랑이는 한때 한반도 전역을 물론 카스피해까지 유라시아에 널리 분포했지만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1930년대 20∼30마리로 멸종 직전에 몰렸지만 보호조처에 힘입어 현재 러시아 연해주를 중심으로 중국 북동부와 북한에 550마리가 살아남아 있다. 심사위원인 팀 리틀우드 박사는 “사진의 독특한 감성적 전달력으로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것을 지켜야 할 책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의 젊은 야생동물 사진가 대상작 ‘기러기를 잡은 여우’. 리이나 헤이키넨, 2020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제공

올해의 젊은 야생동물 사진가 대상작은 핀란드의 리이나 헤이키넨의 작품 ‘기러기를 잡은 여우’에게 돌아갔다. 이 작품은 사냥한 흰뺨기러기를 먹던 여우가 사진가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담았다.

수상작으로 뽑힌 덴마크 사진가 모겐스 트롤레의 ‘포즈’는 명상에 잠긴 듯한 코주부원숭이를 담았다. 모겐스 트롤레, 2020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제공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지메네스는 엄마 뿔논병아리 가족을 담아 수상작으로 뽑혔다. 품속에서 아빠가 건네준 물고기를 새끼가 먹으려는 순간이다. 호세 루이스 지메네스, 2020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제공
프랑스 사진가 프랑크 디샨돌의 수상작인 ‘두 마리 말벌’. 기생벌의 일종인 나나니(왼쪽)와 다른 말벌에 탁란하는 뻐꾸기말벌을 담았다. 프랑크 디샨돌, 2020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제공
영국 사진가 폴 힐튼의 수상작은 중국 광시족자치구 놀이공원에서 찍은 눈먼 반달곰을 이용한 관광을 담았다. 곰에 대한 고문이 분명하다. 폴 힐턴, 2020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제공

공모전의 출품작과 수상작은 런던 자연사박물관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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