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줄 알아야지" 文편지 질타 '피살 공무원 유족'에 쏟아진 악플

정은나리 2020. 10. 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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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핑 답장, 실망·허탈" 유족 반응에.. 악플 난무 '2차 가해'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아들에게 보낸 편지. 이래진씨 제공
지난달 서해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 총격으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아버지의 명예를 돌려달라”며 호소한 편지에 대한 답장이 전해진 가운데, 유족 측이 실망감을 토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유족을 비방하는 악성댓글(악플)이 이어져 ‘2차 가해’ 우려를 낳고 있다.

14일 오전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 그룹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일부 민주당 당원은 문 대통령의 답장에 실망했다는 유족을 향해 “월북 의심을 받는 자가 영웅인가”라면서 “대한민국 역대 어느 대통령이 일반인에게 위무하는 편지를 보낸 적이 있냐”고 유족을 비난했다.

이 당원은 “업무가 바쁜 대통령께서 회의 석상에서 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편지까지 보냈으면 고마운 줄 알아라”라고 유족을 탓했다. 이밖에도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월북한 게 자랑인가”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어이없고, 무지의 극치다” 등 유족을 비방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앞서 유족 측은 문 대통령의 답장에 대해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언급한 수준의 내용이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문 대통령의 답장을 전달받은 지난 13일, 손편지가 아닌 컴퓨터 타이핑으로 작성된 A4용지 1장짜리 편지가 등기우편으로 이군에게 전달됐다고 전했다. 그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통령이 그동안 방송에서 수차례 밝힌 내용인데, 더 추가된 대책이나 발언은 없었다”며 “편지가 처음 도착했을 땐 먹먹한 마음에 뜯어보는 것도 망설여졌지만 막상 내용을 보니 실망감과 허탈한 마음이 앞섰다”고 토로했다.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는 “문 대통령이 직접 답장을 쓴다고 했지만, 타이핑된 편지를 보냈다. 최소한의 성의도 없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6일 문 대통령이 이군의 편지에 대해 ‘나도 마음이 아프다’는 취지로 위로의 말을 건넸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해양경찰이 여러 상황을 조사 중이다. 해경 조사 및 수색 결과를 기다려보자”며 “어머니, 동생과 함께 어려움을 견뎌내기 바란다”고 유족을 위로했다. 피살 공무원의 형 이래진씨는 문 대통령의 답장이 당시 입장에서 나아간 점이 없다는 점을 들어 실망감을 나타냈다.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이모씨의 형 이래진씨(왼쪽)가 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에게 동생 이씨의 아들이 작성한 원본 편지를 전달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은 “타이핑된 편지는 친필 사인도 없는 무미건조한 형식과 의례 그 이상도 아니다”라며 “북한에는 성심과 성의를 다해 종전선언을 속삭이면서도 정작 애가 타들어 가는 우리 국민에게는 희망 고문만 되풀이하는 대통령에 유가족과 국민들은 자괴감만 커진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군은 문 대통령에게 자필 편지를 보내 군경의 발표로 월북 의심을 받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명예를 되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또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원망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당시 이 편지를 두고 일부 포털사이트와 친여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월북자인 네 아버지에게는 명예가 없다”며 이군을 조롱하는 글이 올라와 2차 가해 우려가 나왔다. 이군의 편지가 삼촌인 이래진씨를 통해 공개된 점을 들어 “형이란 자가 돈에 눈이 멀어 조카를 앞세웠다”, “저걸 과연 아들이 알아서 썼을까. 사망자 형이나 그 뒤에 세력이 있을 것”이라는 배후설을 제기하는 댓글도 이어졌다.

이에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지난 6일 “이군의 공개편지 관련 기사에 이군과 이래진씨에 대한 허위사실 댓글을 달아 명예를 훼손한 네티즌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고발장을 국민신문고를 통해 대검찰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유족을 향한 허위 비방성 악플은 계속되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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