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개천절 집회 통제 수준, 박근혜 정권 때의 600배였다

권순완 기자 2020. 10. 1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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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 집회인원 1인당 경찰 40명
2016년 '범국민행동' 집회땐 0.066명
박완수 의원 "문 정권, 시민들의 광장 소통 옥죄"
개천절이었던 지난 3일 경찰이 광화문 광장 일대를 경찰버스와 철제 펜스 등으로 봉쇄한 모습. /장련성 기자

개천절인 지난 3일 경찰이 광화문 일대를 봉쇄했던 통제 수준이, 이전 박근혜 정권 때의 주요 반(反)정부 집회 때의 수백배에 달한다는 사실이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됐다. 집회 규모를 감안했을 때 집회 인원 1인당 동원된 경찰 병력 숫자는 600배까지 차이났다. 집회 인원 1인당 동원된 경찰 차량 숫자도 500배 이상이었다.

14일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개천절에 광화문 일대 집회 통제에 동원된 경찰병력은 187대 중대 약 1만2000명이었다. 동원된 경찰차량은 537대였다. 당시 경찰은 경찰버스를 이용한 차벽과 철제 펜스 등으로 세종로 사거리와 광화문 광장을 대부분 둘러쌌고, ‘대규모 집회 가능성과 코로나 확산 우려’를 근거로 시민들의 자유로운 통행을 막았다.

경찰은 이날 실제 집회 인원을 약 200~300명으로 추산한다. 최대치인 300명으로 계산한다고 해도, 집회 인원 1인당 경찰 병력 40명이 배치된 셈이다. 경찰 차량은 집회 인원 1인당 약 1.8대 꼴이었다.

/박완수 의원실 제공

이 비율을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5~2016년 주요 집회 때와 비교해보니 큰 차이가 났다. 경찰이 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경찰력이 가장 많이 동원된 집회는 2016년 11월 26일 ‘범국민행동’ 집회 때였다. 당시 연이은 ‘광화문 촛불 집회’ 정국에서 열린 이 집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했던 반정부 성격을 띠었다.

당시 동원된 경찰 병력은 275개 중대 약 1만7000명이었고, 동원된 경찰차량은 825대였다. 당시 경찰이 추산한 실제 집회 인원은 27만명이었다. 경찰 동원 병력이 집회 인원보다 훨씬 적었다. 집회 인원 1인당 경찰 병력은 약 0.066명, 경찰 차량은 약 0.003대였다. 이는 개천절 집회 때 같은 비율보다 각각 606배, 589배 낮은 비율이다.

지난 2016년 11월 26일 범국민행동 집회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2015년 집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2015년 가장 많이 경찰력이 동원된 집회는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였다. 민주노총 등이 주도한 반정부 성향의 시위였다. 당시 집회는 과격하게 진행됐다. 복면을 두른 시위 참가자가 경찰관에게 보도블록 조각을 던지기도 하고, 사다리로 경찰관을 찌르려 하는 시위자도 있었다.

그러나 이 때도 집회 인원 1인당 경찰 병력은 약 0.25명, 경찰 차량은 0.1대 꼴이었다. 역시 개천절 집회 때 비율보다 각각 약 158배, 154배 낮은 비율이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일부 시위대가 경찰차량을 밧줄로 끌어당기는 모습. /장련성 기자

박완수 의원은 이에 대해 “경찰이 이번 개천절 집회 때 얼마나 과잉 대응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시민들의 대표적인 소통 방식인 광장 집회를 이전 정권보다 수백배 이상 강도로 봉쇄하고 억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경찰이 개천절 집회 때 서울시내 90곳에서 운영한 차량 검문소의 적법성도 문제 삼았다. 경찰이 검문소 운영의 근거로 들고 있는 도로교통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이 원래 취지와 다르게 원용됐다는 것이다. 도로교통법은 ‘교통의 안전과 원활한 소통’, 경찰관직무집행법은 ‘범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할 때’를 시민의 이동을 제한할 수 있는 조건으로 들고 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개천절 당시 서울 시내에서 차량 시위 규모는 불과 10여대여서 교통 방해 위험은 미미했고, 단지 집회 예상 지역으로 향한다는 이유만으로 ‘범죄를 목전에 저지를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경찰의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시민이 경찰의 통제 집회 수준을 예상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집회 대응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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