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고 유럽 다녀온 이재용..입국 12시간만에 귀가(종합2보)
ASML과 EUV 장비 협력 논의..IOC도 들러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이기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뚫고 네덜란드와 스위스 출장을 다녀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입국한 지 12시간 만에 귀가했다.
이 부회장은 14일 오후 10시께 서울 김포공항 인근 마리나베이호텔에 마련된 임시 생활시설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대기한 후 음성 판정을 받고 귀가했다.
귀가 길에 만난 이 부회장은 기자의 “음성 판정 나왔냐”는 질문에 “네”라고 짧게 대답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 기자들에게 “날이 추워요. 얼른 들어가세요”라고 말한 후 준비된 차량에 탑승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방문해서 어떤 논의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번 유럽 출장에 이 부회장과 동행했던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에게는 “극자외선(EUV) 장비 관련해 관련 긍정적인 이야기 나눴냐”고 묻자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 부회장은 기업인 신속 통로(입국 절차 간소화)를 통해 다녀와 자가격리 의무는 면제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일 대한항공 전세기 편으로 네덜란드로 출국해 6박7일의 일정을 마친 뒤 이날 오전 9시50분께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지난 5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이후 5개월 만의 글로벌 현장 경영이다.
이 부회장은 전날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경영자(CTO) 등을 만나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미팅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이 배석했다.
이 부회장과 버닝크 CEO는 ▲7나노 이하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 장비 공급 계획 및 운영 기술 고도화 방안 ▲인공지능(AI) 등 미래 반도체를 위한 차세대 제조기술 개발 협력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시장 전망 및 포스트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미래 반도체 기술 전략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김포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 부회장은 EUV 장비 공급 확대 여부를 묻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긍정적인 거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 부회장은 ASML의 반도체 제조장비 생산 공장도 방문해 EUV 장비 생산 현황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1월에도 삼성전자를 방문한 버닝크 CEO 등 ASML 경영진을 만나 차세대 반도체 미세 공정 기술에 관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으며 지난해 2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구현을 위해 EUV 기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2000년대부터 ASML과 초미세 반도체 공정 기술 및 장비 개발을 위해 협력해 왔다. 2012년에는 ASML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로, 기존 기술보다 세밀한 회로 구현이 가능해 AI·5세대(5G) 이동통신·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최첨단 고성능·저전력·초소형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삼성전자와 ASML은 EUV 관련 기술적 난제 해결을 위해 초기부터 ▲EUV에 최적화된 첨단 반도체 소재 개발 ▲장비 생산성 향상 ▲성능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시스템반도체에 이어 최첨단 메모리반도체 분야까지 EUV의 활용 범위를 확대해 가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두 회사 간 협력 관계도 깊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브라질, 5월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코로나19가 유럽에서 재확산하는 와중에 네덜란드를 찾아 글로벌 현장 경영을 이어갔다.
이 부회장은 이번 유럽 출장 도중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IOC에도 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IOC에도 다녀왔다"면서 "다음 출장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IOC와 2028년까지 올림픽 공식후원 계약을 맺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 가운데 유일한 최상위 등급(TOP·The Olympic Partner)의 공식 후원사로,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30년 넘게 TOP 계약을 이어오고 있다. 앞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IOC 위원으로 선출돼 국내에서 최장 기간 스포츠 외교사절로 활동했으며 2017년 건강상의 문제로 사퇴한 뒤 IOC 명예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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