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9명이 소고기 4인분? 서울시 간부님, 정말입니까

정한국 기자 2020. 10.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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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간부들 '밥값 쪼개기' 의혹

서울시 간부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와 2단계가 적용 중이었던 지난 9월 총 354건의 저녁 모임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9월은 한 달 내내 시민들이 거리 두기에 동참하며 코로나 확산세를 막으려 고통을 분담할 때였다. 서울시는 이 기간 일부 업종에는 전면 영업 금지 조처를 내렸고 한강공원 일부를 통제하는 등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생계 활동을 막았다. 10인 이상 집회도 금지했다. 그러나 시 간부들은 참석자가 10명 이상인 저녁 식사 모임을 43차례나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에게는 코로나 방역을 명분으로 “일상을 포기하는” 수준의 고통 분담과 생업마저 금지해 놓고, 거리 두기에 솔선해야 할 서울시 간부들은 회식으로 비칠 수 있는 값비싼 저녁 모임을 수시로 갖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기자 시청 건물 전체에 대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 이태경기자

14일 본지가 서울시 4급 이상 간부들의 9월 한 달간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전수조사해 4인 이상 저녁 식사 모임을 분석한 결과, 2.5단계가 적용 중이던 9월 1~13일(평일 기준 9일)에 있었던 식사 자리만 총 152건이었다. 9월 전체 저녁 식사 모임은 354건에 달했다.

시 간부들이 9월 한 달간 저녁에 식사한 곳 가운데 광화문·종로·서대문 일대 고급 식당들이 적지 않았다. 방문 횟수를 집계했더니 가장 많이 찾은 식당은 광화문과 서대문 일대 유명 한우, 참치 전문점이었다. 광화문 일대 한우 전문점 3곳에 총 12차례, 참치 전문점에 10차례 갔다.

일부 간부는 1인당 식사비 사용 한도를 초과해 놓고 참석 인원을 실제보다 늘려 한도를 맞춘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있었다. 서울시 업무추진비 식사비 한도는 1인당 4만원이다.

A국장은 거리 두기 2.5단계가 한창이던 지난달 8일 광화문 한 참치 전문점에서 ‘미디어 활용 검토 간담회’ 명목으로 7명이 오후 8시 48분 17만2500원을 결제했다. 그런데 이곳은 1인분 기준으로 참치가 3만6000원이다. 7명이 간 경우 보통 25만원이 나온다는 뜻이다. A국장은 “단골이라 사람 수대로 시키지 않아도 식당에서 양해해 준다”고 했다.

지난 23일 또 다른 한우집을 찾은 B과장은 ‘부동산 관련 법률 검토 간담회’ 명목으로 8명과 19만2000원어치 식사를 했다. 이 식당은 1인분에 4만3000원인 한우세트 단일 메뉴만 판매하고 있다. 참석자 수대로 9인분을 시켰다면 38만7000원이 나온다. 절반 값만 나온 것은 4~5인분만 시켜서 9명이 나눠 먹었다는 이야기다. 그는 “사람 수대로 고기를 시킬 수 없어서 (고기를 시키면 주문할 수 있는) 사이드 메뉴를 시켰고 중간에 온 사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식당 직원은 “한 명이 보통 1.5인분을 먹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광화문 인근 참치집을 갔다는 C국장은 ‘콜센터 통합 회의’ 명목으로 총 9명이서 밤 9시 40분쯤 18만7800원을 결제했다. 저녁에 1명 코스가 최소 3만원이라 9명이면 최소 27만원이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C국장은 본지에 “단품하고 정식을 시켜서 먹었고 할인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식당은 “저녁에는 참치 코스만 사람 수대로 판다”고 했다.

실제 식사비 한도 규정을 어겼다고 시인한 간부도 있다. 서울시의 한 과장은 지난달 중순 광화문 한 한우집에서 30만원 가까이 결제하고 13명이 참석했다고 기재했다. 하지만 이 식당은 1인분에 3만원이 넘는다. 그는 “1인당 식사비 제한이 있다 보니 행정적인 처리 과정에서 부풀려 처리한 것 같다”고 했다.

비슷한 다른 사례도 많다. D과장은 인도 커리 전문점에서 12명이 모여 ‘지하철 활용 홍보추진 간담회’ 명목으로 32만4300원을 결제했고, E국장은 양대창 전문점에서 10명과 27만원어치 식사를 했다. 모두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적용 중일 때였다.

김명주 시 재무과장은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에 대해선 각 부서에서 결재하기 때문에 매번 별도 점검 과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감사과에서 모니터링을 통해 잘못 사용할 경우 적발하고 있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전국 지자체 중 가장 투명하게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면서 “투명한 만큼 더 많은 비판을 받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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