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류 미비로 165억 공사 포기? 박덕흠 일가 따내 '수상한 낙찰'

오승훈 2020. 10. 1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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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덕흠 무소속 의원(충북 보은·영동·옥천·괴산) 일가 건설사가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3건의 공사(총 공사금액 463억원)를 따내는 과정에서, 낙찰업체가 서류 미비로 낙찰을 포기해 박 의원 형의 건설사가 수주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3건의 공사 입찰 과정에서 파워개발, 혜영건설, 원하코퍼레이션 등 박 의원 일가 기업이 모두 각각의 입찰에 대표사로 참여해 낙찰 확률을 높이는 수법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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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단, 부적격 서류 소명 요구
낙찰 업체는 소명 대신 입찰 포기
'2순위' 박의원 형 대표 업체 낙찰
업계 "일부러 서류 미비로 꾸미고
낙찰 포기해 떡값 받는 수법 의심"
입찰에 일가 건설사들 모두 참여해
낙찰 확률 높여 공사 따낸 불공정도
박 "사안 알지 못해..업체 문의하라"
박덕흠 의원이 지난달 21일 가족회사의 수천억원대 피감기관 공사 집중 수주 의혹 등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덕흠 무소속 의원(충북 보은·영동·옥천·괴산) 일가 건설사가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3건의 공사(총 공사금액 463억원)를 따내는 과정에서, 낙찰업체가 서류 미비로 낙찰을 포기해 박 의원 형의 건설사가 수주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3개월에 걸쳐 응찰 서류를 준비하는 업계 관행으로 볼 때, 낙찰업체가 이렇게 큰 공사를 포기한 것은 이례적이다. 수주 내용을 분석한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북갑)은 “사전 담합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고 했다. 일가 건설사들이 하나의 공사에 모두 응찰해 경쟁업체보다 낙찰률을 3배나 높이는 수법으로 공사를 따낸 사실도 드러났다. 가족 소유가 아닌 대표자 이름으로만 중복 입찰 참여를 제한하는 국가계약법상의 허점을 악용한 ‘불공정한 입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겨레>가 천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박 의원 형이 대표로 있는 파워개발은 2013~2017년 철도공단으로부터 경부고속철도 내진 보강공사 3건을 낙찰받았다. 그 가운데 하나인 2013년 10월의 주곡고가 외 교량 내진 보강공사(공사금액 165억원)는 원래 ㅋ산업이 낙찰받았는데, 심사 과정에서 부적격 서류가 발견돼 당시 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소명을 요구받았다. 그러나 ㅋ산업은 소명 대신 낙찰을 포기했고 2순위였던 파워개발이 최종 낙찰됐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고위 임원을 지낸 한 인사는 “서류 미비를 소명하지 않고 160여억원의 공사를 포기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며 “‘신랑’(담합 주도자를 일컫는 업계 은어)이 낙찰받도록 일부러 서류를 미비로 해놓고 낙찰을 포기한 뒤 ‘신랑’으로부터 공사 금액의 일부(5%)를 떡값(리베이트)으로 받은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했다. 실제 1996년 서울시 상하수도 공사 입찰 때에도 애초 낙찰받은 ㅅ토건이 부적격 판정으로 낙찰을 포기하면서, 당시 박 의원이 운영하던 원화건설이 2순위로 165억원의 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이 공사를 통해 박 의원은 지금의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3건의 공사 입찰 과정에서 파워개발, 혜영건설, 원하코퍼레이션 등 박 의원 일가 기업이 모두 각각의 입찰에 대표사로 참여해 낙찰 확률을 높이는 수법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3년 11월 용소고가 외 교량 내진 보강공사엔 총 13개 업체가 대표사를 꾸려 응찰했는데, 여기서 박덕흠 일가 건설사만 3곳이었다. 나머지 업체가 7.6%의 확률로 참여한 것에 비해 박 의원 일가 건설사들이 낙찰받을 확률은 23%로 껑충 뛰었고, 결과적으로 박 의원 형의 건설사인 파워개발이 수주했다. 천 의원은 “박 의원의 가족기업들은 입찰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같은 회사인데도 마치 다른 회사인 것처럼 응찰했다. 국회의원 가족기업이 불공정한 입찰을 벌였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국회가 나서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 쪽은 “이 사안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파워개발에 문의해달라”고 했고, 파워개발 쪽은 “담당자가 부재중이라 답변이 어렵다”고 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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