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고 좋아했는데..'핑크뮬리' 실체에 깜짝
생태계 위해성 평가에서 2급을 받은 핑크 뮬리 그라스(이하 핑크 뮬리)가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핑크 뮬리가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된 상태는 아니지만 향후 생태계에 위험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립생태원 위해성평가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핑크 뮬리를 2급 위해성 식물로 판단했다. 관광지나 도심 공원에 미관을 더한다며 인기를 얻은 핑크 뮬리는 본래 미국 서부나 중부의 따뜻한 평야에서 자생하는 여러살이풀로, 전 세계적으로 조경용으로 재배되기도 한다.
외래종의 위해성은 '외래생물 등의 생태계 위해성평가 방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평가된다. 위해성평가는 해마다 몇 가지 종을 추려 진행되며, 평가 요소는 평가 대상 생물의 특성, 분포·확산 양상,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이다.
위해성은 3개 등급으로 나뉜다. 1급 생물은 '생태계 교란 생물'로 수입·유통·재배 등이 금지된다. 2급은 당장 생태계에 미치는 위해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향후 위해를 줄 수 있는 생물로 지속적인 감독(모니터링)이 필요한 생물이다. 3급은 위해도가 낮아서 관리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핑크 뮬리는 최근 몇 해 간 관광 사업 측면에서 널리 퍼졌다. SNS 등에서 쉽게 관찰되는 핑크 뮬리의 인기를 의식한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관광객 유치나 미관 조성 등의 목적으로 핑크 뮬리를 적극 심어서다. 핑크 뮬리의 잠재적 위험성은 지난해 환경부 권고 전에도 알려졌던 사항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2~3년 전부터 핑크 뮬리 재배 면적이 급격히 늘어 지난해 기준으로 약 10헥타르(ha·10만㎡) 정도로 파악됐다"며 "전국 지자체나 민간 농가 등을 중심으로 심어져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도 제주 등 관광지에서 핑크 뮬리를 심어 재배 면적이 늘긴 했지만 다행히 자제 권고 이후 재배 면적 증가 폭은 예년에 비해 줄었다"며 "권고는 핑크 뮬리가 혹시 재배 지역 외 자연으로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한 예방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지자체가 핑크 뮬리 재배에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서울 거주 직장인 유모씨(28)는 "핑크 뮬리가 2급 위해 생물인지는 몰랐다"며 "요즘 민간에서도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같이 환경을 지키자는 노력이 느는데 지자체는 더 모범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산 거주 직장인 이모씨(25)는 "을숙도에도 핑크 뮬리가 정말 많다"며 "아직 자연으로 침투하지 않은 정도이니 최소한 현재의 핑크 뮬리가 퍼지지 않게 유지하면서 향후 위험도 평가에 따라 추가 재배·생산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모씨(32)는 "지자체에는 관광이 중요한 수입원일 수 있는데, 일단 위법한 것은 아니니 농가나 지자체 등을 과하게 비난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다만, 재배하려면 핑크 뮬리가 위해를 끼쳤을 때 해결 방안 정도는 마련하는 책임을 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 핑크 뮬리가 재배 지역 밖으로 퍼지거나 위해를 가한 사례는 없다"며 "만약 생태계로 퍼져 지나치게 번식이 확대되면 피해가 발생하고 제거를 위한 예산이 든다"고 했다.
이어 "다만 핑크 뮬리가 섭씨 31도에서 가장 잘 자라는데, 향후 지구온난화 등으로 번식력이 더 강해질 우려 등이 있으니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거쳐 '법정관리종' 지정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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