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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3권 분립' 흔드는 민주당..국감 우수의원 평가 기준에 '국정철학 뒷받침 활동' 포함

조형국 기자 입력 2020. 10. 15. 06:01 수정 2020. 10. 1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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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 중심 정량 평가 지적에 민보협 "내용으로 평가"
'감시·견제' 국감 취지 위배..증인 배제 '방탄 국감'도 논란

[경향신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국정감사 평가 기준에 ‘정부 국정철학을 뒷받침하는 활동’을 포함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국감 취지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행정부 감시·견제라는 3권 분립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가 14일 당 소속 의원실에 전달한 공지문을 보면 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의원을 선정하기 위해 각 의원실에 ‘정부 국정철학에 부합하는 국감 활동’을 정리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민보협은 이 같은 내용을 공지하며 “원내 행정기획실과 논의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민보협은 공지문에서 “기존의 ‘언론 위주 정량 평가’에서 벗어나 ‘정성적 평가’를 모색하자는 시도”라며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뒷받침하는 국정감사 활동 및 피감기관에 대한 정책제안 내용을 정리해 제출하면 이를 면밀히 평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언론 보도 횟수로 우수 의원을 선발하는 기존 방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최근 평가 방식을 ‘정성 평가’로 바꾸면서 평가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은 정부의 국정운영 실태를 파악해 잘못된 부분을 적발·시정한다는 국감 본연의 취지에 어긋난 것이다. 상시적 국감을 운영하는 선진국과 달리, 1년에 한 차례 실시하는 국감마저 정부에 대한 견제·감시보다 ‘뒷받침’에 초점을 맞춘 것은 지나치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을 대의해 행정부 감시·견제 권한을 부여받은 국회가 스스로 3권 분립 원칙을 내려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민주당 원내행정기획실 관계자는 "평가기준을 상의했을 뿐 민보협이 쓴 표현은 전달한 바 없어 당과는 무관하다"며 "표현은 물론 그런 취지로도 말한 적 없다"고 밝혔다. 민보협 관계자는 "여당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 본다"며 "논의 과정에서 나온 이런저런 얘기를 전달하는 차원에서 민보협이 삽입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국감 증인 채택 과정에서 현 정부에 불리한 증인을 배제하는 등 ‘방탄 국감’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특혜 의혹, 북한의 민간인 피격 사살 사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정부 비판 여론이 높은 사안마다 야당은 관련 증인·참고인을 신청했지만 여당의 반대로 대부분 무산됐다.

다만 정무위원회는 최근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진아 전 청와대 행정관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C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정권에 불리한 것은 무조건 채택을 거부하기 때문에 방탄 국감, 정권을 옹호하는 국감이 돼버렸다”며 “헌법상 국회의 존재 이유는 행정부 감시·견제라고 돼 있는데 국감에 필요한 자료 제출과 중요 증인 채택이 거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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