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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들은 '소년법을 악용'한다?

최원훈 입력 2020. 10. 1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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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 이야기 ⑦] 소년범죄, 처벌 강화와 보호처분 내실화 병행해야 한다

[최원훈 기자]

 
▲ 소년부 법정 가정법원 소년부 법정
ⓒ 최원훈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범죄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여론은 촉법소년들이 나이가 어려서 처벌을 받지 않는 점을 악용한다고 비난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영악하여 소년법을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촉법소년은 형사 미성년자(만 14세 미만)이므로 형사처벌은 할 수 없지만,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습니다. 가장 무거운 처분인 10호 처분(소년원 2년)도 받습니다. 따라서 촉법소년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나이가 어려서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촉법소년이 소년법을 악용한다는 비판입니다. 하지만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주도면밀하지 않습니다. 즉, 엄벌을 받지 않을 것을 알고 비행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충동과 감정에 따라 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년의 이야기... 소년법 폐지가 답이 아닌 이유
  
한 소년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소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길가에서 자전거를 훔쳤습니다. 생일선물로 자전거를 받고 싶었는데, 청소일을 하며 소년을 혼자 키우는 할머니에게 자전거를 사달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나이가 어리고 초범인 소년은 훈방 조치되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 된 소년은 주위의 불량한 형들과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형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싶어 하는 소년에게 8만 원을 주면 하루 동안 오토바이를 빌려준다고 했습니다. 소년은 친구 한 명과 야간에 인형뽑기방에 침입하여 지폐교환기에서 현금을 훔쳤습니다. 

소년은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생전 처음 받아 본 검찰조사는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검사는 소년에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법무부 청소년비행예방센터에서 특별교육을 5일 이수하면, 기소유예를 해준다고 했습니다.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입니다.

중학교 3학년이 된 소년은 또래들에게 인기 있는 값비싼 패딩이 갖고 싶었습니다. 소년은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 스마트폰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후 현금을 입금받았습니다. 물론 소년에게는 판매할 스마트폰이 애초에 없었습니다. 경찰과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소년은 결국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되었습니다. 소년부 판사는 소년에게 1,2,3,4호 처분을 결정했습니다. 1호는 보호자 위탁, 2호는 수강명령, 3호는 사회봉사명령, 4호는 단기 보호관찰 처분입니다.

소년은 보호관찰 기간 중 가출해서 주거지 상주의무를 위반하고 오토바이 무면허 운전까지 했습니다. 다시 가정법원 소년부 법정에 선 소년에게 판사는 9호 처분을 결정했습니다. 9호 처분은 소년원 6개월 송치입니다.

판사는 건강이 악화된 소년의 할머니가 소년을 보호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고, 유해환경과 단절시켜 소년원 송치를 통해 소년을 교화하기로 한 것입니다. 
 
▲ 검정고시 응시 소년원 학생들이 검정고시에 응시하고 있다.
ⓒ 최원훈
 
소년은 소년원 선생님들의 지도로 중졸 학력 검정고시를 준비하여 재원 중에 합격했습니다. 학교에 다닐 때는 급식만 먹고 친구들과 교문 밖을 나서 PC방이나 거리를 배회했지만, 나름 열심히 노력하여 검정고시에 합격한 것입니다. 소년의 할머니도 기뻐했고, 소년원 퇴원 후 실업계 고등학교에도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학기 초에 학교폭력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강제전학 징계를 받은 소년은 전학 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를 했습니다. 원동기 면허를 취득한 소년은 배달대행업체에서 오토바이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일을 해서 돈을 번 소년은 할머니에게 옷도 사드리고 용돈도 드렸습니다.

빗길에 배달을 하던 날, 불법 유턴하던 차량과 충돌한 소년은 팔이 부러졌고 무릎에 철심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일을 못하게 된 소년은 함께 비행을 일삼던 친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을 마셨습니다. 술에 취하면 걱정과 근심이 사라졌습니다.

돈이 필요했던 소년은 과거에 함께 절도를 했던 친구, 평소 알고 지내던 여자 후배들과 '조건만남 사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성인들과 접촉한 후 모텔에 급습하여 성매수남을 폭행하고 협박하여 체크카드로 수백만 원을 인출했습니다.

다시 법정에 선 소년은 과거 9호 처분을 받았을 때 보다 덩치가 훨씬 커졌고, 양팔에는 용 문신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판사는 비행성이 심화된 소년에게 소년원에서 장기간의 인성교육을 통해 심성을 순화하고 취업을 위한 직업훈련 교육을 받을 것을 당부했습니다. 소년은 10호 처분(소년원 2년)을 받았습니다.   
 
▲ 소년원 제과제빵반 제과제빵반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 최원훈
'소년법'이라는 법 자체는 '악법'이 아닙니다. 소년법의 목적은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을 통해 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돕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10대들의 흉포한 범죄가 언론을 떠들썩하게 하면, 소년법을 폐지하라는 국민청원이 빗발칩니다. 

제가 소년법과 소년원에 관한 칼럼과 기사를 쓰면서 가장 많이 보았던 댓글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해서 모두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한 이들도 많다. 싹수가 노란 범죄소년들은 처음부터 싹을 잘라야 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국민 세금으로 소년원에서 먹여주고 재워 줄 필요가 없다. 소년법을 폐지해서 모두 교도소로 보내야 한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해서 모두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소년원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청소년들을 교육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것은 학교의 역할이니까요.

법무부 보호직 공무원들이 하는 일은 결손가정에서 성장하면서 이러한 환경을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들을 교화하는 것입니다. 국가는 양지와 음지를 모두 살피고 배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촉법소년이 소년사법체계 안에서 소년법의 보호를 받으면서 진심으로 교화되어 가정과 학교로 돌아간다면, 소년법을 악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보호관찰과 소년원 처분 등의 기회를 수차례 얻고도, 재범하여 소년원에 2회 이상 입원하는 상습 범죄소년이 된다면, 소년법을 악용하는 것입니다.

"또 10호 처분 받을 줄 알았어요."
"소년부 송치가 안 되고 형사재판 받으면 어차피 가게 될 교도소에 조금 일찍 가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판사가 또 10호 처분을 해주니까 잘 됐죠 뭐."

소년원 재원 중 규정을 위반하여 수용질서를 어지럽히고 교사들의 눈을 피해 다른 소년들을 괴롭히며 인권침해를 일삼는 상습 범죄소년들이 솔직하게 털어놓는 말들입니다.

상습 범죄소년들을 형사처벌하여 소년원 수용인원을 적정화한 후, 자신의 비행을 반성하고 교화에 대한 의지가 있는 소년들에 대한 교육을 내실화하는 것이 소년범죄를 예방하고 재범을 방지하는 효율적인 정책이 아닐까요?
 
보호처분
1호.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 위탁
2호. 수강명령
3호. 사회봉사명령
4호. 단기 보호관찰
5호. 장기 보호관찰
6호.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복지시설이나 그 밖의 소년보호시설에 위탁(6개월)
7호. 병원, 요양소 또는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위탁
8호. 1개월 이내의 소년원 송치
9호. 단기 소년원 송치(6개월)
10호. 장기 소년원 송치(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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