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계약 끝나니 12억 내고 사라"..3679 임대가구 발동동

신준섭 2020. 10. 15. 14: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분양전환 대상 10년 공공임대, 52%가 분양 전환 못해
집값 급등에 분양가 낼 돈 없는 게 문제..길거리 나앉을 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분양을 전제로 한 10년 공공임대주택 세입자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지난달 기준 3679가구가 분양 전환 계약을 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저소득층이 많다 보니 수억에서 많게는 십억원이 넘도록 치솟은 분양가를 조달할 수가 없다. 시세 기준인 감정평가액을 토대로 분양 가격이 결정되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의 기묘한 구조가 문제로 꼽힌다.

그나마 문재인 대통령의 제도 개선 공약으로 85㎡ 이하 소형은 4~8년을 더 살거나 특례로 분양가의 7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빚쟁이로 내몰려도 당분간 버틸 수는 있는 것이다. 하지만 85㎡를 초과하는 중대형을 임대한 1000여 가구는 이런 대안조차 없다. 돈을 못 내겠으면 나가라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의 갈등은 출구를 못 찾고 있는 상황이다.

6994가구 중 3679가구 분양 전환 못 해
국민일보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15일 입수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주택’은 모두 14단지다. 경기 성남 판교가 11단지로 가장 많다. 이 외 경기 화성 동탄과 오산 세교, 전남 무안군에 각각 1개 단지가 위치해 있다. 노무현정부 당시 도입된 공공임대 분양전환주택은 10년 임대 후 분양 시점에 산정되는 분양가를 내고 명의를 이전받는 구조다. 2010년 6월 입주 물량을 끝으로 추가 공급은 하지 않고 있다.

주변보다 임대료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분양권을 줘 저소득층의 내 집 마련에 보탬이 되자는 게 도입 취지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문재인정부 들어 급변했다. 현재 14단지에 거주하는 6994가구 중 지난달 기준 절반 이상인 3679가구(52.6%)가 분양 전환을 하지 못했다. 분양가만 내면 ‘내 집’이 되는 혜택이 주어져도 손 놓고 있다.

공공임대인데 ‘분양가=시세’ 기준 고수…서민 세입자 울려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주택의 분양가 산정 방식이 문제다. 10년 임대 후 분양 전환되는 시점의 시세가 감정평가를 통해 분양가로 책정된다. 일례로 지난 8월 분양 전환이 시작된 경기도 성남시 판교의 백현마을2단지(85㎡ 초과)는 부동산 광풍으로 감정평가액이 12억~14억원으로 책정됐다. 대출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부동산 규제지역이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30%에 불과하다. 분양가를 12억원으로 했을 때 3억6000만원까지만 대출이 되니 8억4000만원의 가구 자산이 있어야 한다. 해당 단지의 분양 전환 계약률이 0%에 머무르는 이유다.

5년 공공임대 분양전환주택과 대비된다.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주택과 달리 건설원가와 감정평가액의 평균 금액이 분양가로 결정된다. 시세가 많이 올랐더라도 세입자가 분양을 받기 위해 내야 하는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적다.

LH 수익률 챙겨주려니 서민 부담 커져
문 대통령이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 방식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미스 매치’가 생겼다. 정부는 제도를 개선해 10년 공공임대주택은 특별히 LTV를 70%까지 인정해주기로 했다. 가격이 급등한 지역이라 주담대로도 분양 전환이 힘들면 임대 기간을 4~8년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곁들였다. 하지만 85㎡ 이하 소형만 혜택이 적용된다. 아직 분양 전환을 못한 3679가구 중 1619가구(44.0%)가 85㎡를 초과하는 곳에 살고 있어 혜택에서 제외된다. 돈을 못 내면 집을 빼고 나가야 하는 이들의 수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도 분양가를 낮추지 않는 이유로는 LH의 수익성이 원인으로 꼽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LH가 성남 판교에서 운영 중인 7단지를 분양전환하는 것만으로도 2조1000억원의 이익이 발생한다. 그나마도 지난 7월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어서 지금은 이익폭이 훨씬 더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은혜 의원은 “약자를 위한다는 10년 공공임대가 약자의 눈물로 배를 채우고 있다. 주민들의 주거 생활 안정이라는 목적에 맞게 실질적인 대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