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도 없는데 개집이 먼저냐" 애견인 임대주택 논란

허유진 기자 입력 2020. 10. 16. 05:01 수정 2020. 10. 16.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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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청 공공임대 12명 모집 '1000만명 반려견 펫주택' 홍보에 여론은 "웬 개집 타령이냐" 싸늘
서대문구가 지은 ‘견우일가’의 모습. /서대문구

아파트값 급등과 전세 품귀 등 ‘주거 대란’이 수도권을 덮친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가 ‘애견과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공급한다고 공고했다. 온라인에는 ‘사람 살 집도 부족하게 만들어 놓고 개집 타령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서대문구는 이달 21일까지 반려견을 키우는 1인 청년 가구를 대상으로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견우일가(犬友一家)’ 입주자 12명을 모집한다고 15일 밝혔다. 견우일가는 소형견 1~2마리를 기르는 청년을 위한 임대주택이다. 건물 곳곳에 반려견을 위한 시설들을 설치했다. 각 가구는 방과 거실, 화장실, 다용도실로 구성된 1.5룸(전용면적 30㎡) 구조다. 임대 보증금과 월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30~50% 수준이라고 서대문구는 설명한다.

모집 대상은 서울시 거주 만 19~37세의 미혼인 취업준비생과 근로소득자, 사업소득자, 졸업까지 1학기 남은 대학생이다. 가구 구성원 모두 무주택이고, 신청인의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원수별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1인 가구 약 185만원)여야 한다. 서대문구는 “2016년부터 청년 사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던 중 다양한 주택 수요를 고려해 반려견을 기르는 청년을 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며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000만을 돌파하며 펫주택도 등장하는 동시에 여전히 반려동물을 기르며 이웃과 갈등을 겪는 인구가 청년층에서도 많다”고 설명했다.

‘애견인 임대주택’에 대한 여론은 비판적이다. “서울 전역에서 전·월세 대란이 벌어져서 사람 살 곳 구하기조차 어려운데 개 살 집을 마련해주겠다는 것이냐”는 반응이 적지 않다. 지난 13일에는 가양동 한 아파트에 매물로 나온 전셋집을 보기 위해 10여 명이 줄을 서서 기다렸고, 이 집은 결국 제비뽑기로 세입자를 결정했다. 이러다 보니 네이버에는 “주택 공급이 부족해서 지금 3인 4인 가족 살 아파트가 없어서 난리인데 개집 지어줘서 고맙다” “세금으로 무슨 뻘짓(허튼 짓)거리냐” “강아지 급구합니다”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청년 이용자가 많은 대학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더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열심히 공부해서 이름 있는 데 취업해 열심히 살아가는 청년들 주택보다 개집 지어주는 게 국가적으로 더 중요하냐” “정부 개입 없이 시장 원리로 작동하게 해줘야지. 강아지 키우는 사람들이 생계가 힘든 사람들이냐” “개 키우는 게 벼슬이냐”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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