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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넘치는 마스크, 수출해도 남아 돈다

CBS노컷뉴스 이기범 기자 입력 2020. 10. 16. 06:03 수정 2020. 10. 1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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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마스크, 생산량의 극히 일부만 수출
"수출 50% 제한 규정 때문 아닌 가격 경쟁력 때문"
"우후죽순 마스크 창업에 구조조정 필요"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올해 초 '지갑에 현금 대신 마스크를 넣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던 보건용 마스크(KF94, KF80)가 최근에는 찬밥 신세다. 수요는 줄었는데 공급은 오히려 늘어 재고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재고는 공적 마스크다. 공적 마스크 유통업체인 지오영과 백제약품이 사들였다가 지난 7월 공적 마스크 제도가 종료되자 판로를 찾지 못한 보건용 마스크 4300만장이 그대로 재고로 남았다.

이들 공적 마스크는 시중에서 처분하기도 어렵다. 유통업체가 900원 정도에 사들여 200원 정도의 마진을 남기고 약국에 넘기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서 KF94 마스크 평균 가격은 온라인이 1007원, 오프라인이 1535원이다. 일부 제품은 온라인에서 500~600원까지 떨어져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결국 재고로 쌓인 공적 마스크는 매입가로 판다고 해도 시중에서 처분하기는 어렵다.

KF94 마스크(사진=연합뉴스)
사실 4300만장은 현재 국내 마스크 생산량에 비춰 그렇게 많은 물량은 아니다. 지난 8월 이후 보건용 마스크 일주일 생산량은 1억 장을 넘어섰고 지난달에는 1억 9천여만 장으로 크게 늘었다.

따라서 공적 마스크 재고분은 정부 비축분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돼 수요가 줄더라도 생산된 마스크는 전략물자로 비축할 것'이라고 밝혔고 지난 5월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역시 '마스크 1억 장 비축' 방침을 밝혔다. 조달청은 지난 7월 당초 1억 장 수준이던 마스크 비축 규모를 1억 5천만 장으로 늘리겠다고 밝혀 공적 마스크 재고분은 어떤 형태로든 정부가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공적 마스크 이외의 일반 마스크 재고 물량이다. 올들어 마스크가 '황금알을 낳는 업종'으로 인식되면서 '묻지마 마스크 창업' 바람이 불었고, 이는 공급 과잉 상황을 가져왔다.

(사진=식약처 홈페이지 캡처)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1월 137개였던 보건용 마스크 생산업체는 지난 11일 현재 578개로 크게 늘었다. 보건용 마스크 생산량은 지난 2월 주당 6500여만 장에서 지금은 2억 장을 넘볼 정도다. 코로나 사태 이전 국내 보건용 마스크 생산량이 연간 1억장 정도였으니 현재의 생산량이 얼마나 많은 것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공급 과잉 상황이 되니 영업선이 탄탄하지 않은 신생 업체나 소규모 업체는 판로를 찾지 못하거나 원가를 맞추지 못해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일부 마스크 생산업자들은 타개책으로 수출 제한을 풀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마스크 생산량의 50%만 수출을 허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마스크 국내 수요가 증가할 것에 대비한 지침이다.

일부 생산업자들은 '예를 들어 마스크 10만장을 수출하려면 지침상 20만장을 생산해서, 나머지 10만장을 국내에서 팔아야 하는데 팔리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수출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정부도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수출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지난 13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수출제한 해제 등을) 관계부처와 협의중이며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수출 제한이 풀린다고 하더라도 마스크 재고 문제가 풀릴지는 미지수다. 한국산 마스크의 수출 경쟁력이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한 마스크 생산업체 관계자는 "현재 보건용 마스크의 경우 국내 생산량의 2~3% 정도만 수출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것은 수출 제한 조치 때문이 아니라 수출 경쟁력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식약처는 수출 50% 제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정식 수출계약'인 경우 50% 이상도 수출 승인을 해주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 생산량에 비해 수출량이 미미하기 때문에 수출 신청이 들어오면 '정식 수출 계약'인 경우 모두 승인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마스크 생산업체 관계자는 "국산 KF94 마스크와 비슷한 등급인 중국산 KN95 마스크 수출 가격은 200원대"라며 "국산 보건용 마스크를 수출하려면 200~300원으로 가격대를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이 가격대를 맞출 수 있는 국내 마스크 생산업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수출 규제를 풀어도 실제 수출은 크게 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공급 과잉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 밖에 없다"며 "정부가 재촉해서 마스크 업계에 뛰어든 것도 아니고 스스로 결정해 투자한 것인만큼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이기범 기자] hop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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