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을 수 있고 숨쉬기 편한 마스크 나왔다"..비결은 '반도체 코리아' 기술력

대담 서명훈 산업2부장 정리 윤다정 기자 2020. 10. 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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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벤처 볼트크리에이션 '페이스 바이오가드' 내놔
"성능 'KF94' 수준인데 덴탈마스크보다 숨쉬기 편해"..디자인 개선중
최상준 볼트크리에이션 대표가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볼트크리에이션에서 뉴스1과의 인터뷰에 앞서 페이스 바이오가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10.8/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대담 서명훈 산업2부장 정리 윤다정 기자 = "최소 6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에 씻어도 성능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페이스 바이오가드' 마스크에 대한 설명이다. 마스크가 생활필수품이 되면서 누구나 한번쯤 '이런 마스크는 없을까' 하고 생각했던 바로 그런 제품이다.

더 놀라운 것은 해외 유명 회사 제품도, 국내 대기업 제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제품을 생산한 주인공은 토종 신생 벤처회사 '볼트크리에이션'이다.

지난 8일 오후 경기 수원 광교에 위치한 볼트크리에이션 에서 만난 최상준 볼트크리에이션 대표가 페이스 바이오가드를 들어보이며 한 말이다. 아무도 하지 못했던, '세상에 없던' 마스크가 어떻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는지 한번 들어봤다.

볼트크리에이션 페이스 바이오가드. 2020.10.8/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최상준 대표는 포스텍(POSTECH),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원 출신이다. 볼트크리에이션은 그가 2015년 설립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 개발 기업이다. 언뜻 보면 마스크는 본업과 무관한 사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들의 장기를 살린 제품이다. 페이스 바이오가드 뒤에는 '반도체 코리아'의 기술력이 숨어있다.

생활용품 제조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반도체 기술로 어떻게 마스크를 만든 것일까. 볼트크리에이션은 마으크로미터 크기의 미세한 구멍을 정밀하게 뚫는 '에칭(Etching)' 기술이 전공분야다. 지금까지 에칭 기술은 특정 소재에서만 구현이 가능했지만 볼트크리에이션은 이런 소재에 대한 제약을 뛰어넘었다.

'바이오가드 마스크'의 핵심은 양쪽에 장착된 '폴리머 필터'에 있다. 일회용 용기에 흔히 쓰이는 PET 소재의 얇은 플라스틱 필름 한 장에 아주 작은 구멍을 뚫어 미세먼지와 이물질·침방울은 걸러 주면서도 공기는 통과시키는 필터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최 대표는 "플라스틱을 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로 가공하는 것은 저희밖에 못 한다"며 "독창적 기술로 (기술을) 만들어서 논문도 썼고, 지난해 어플라이사이언스지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볼트크리에이션이 자체 실험한 결과 '바이오가드 마스크'는 KF-94 마스크와 비슷한 수준으로 이물질을 걸러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투과도가 30%에 이르기 때문에 마스크를 쓴 채 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5천만명 쓰고 버리는 마스크, 한해 180억장…"재활용 중요한 시대 올것"

최 대표는 "원래는 초미세먼지를 막기 위해 개발을 시작했는데, KF마스크를 써 보니 (숨을 쉬기) 너무 힘들었다"며 "(마스크를) 버리는 양도 어마어마해서 매일 쓸 수 있으면서도 안전한 마스크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1년 가까이 장기화되면서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를 5000만명으로 가정했을때, 한 사람이 하루에 마스크를 1장씩 쓴다면 한 해에 버려지는 마스크는 무려 182억5000장에 이른다.

시중에서 흔히 쓰이는 방역용 마스크의 핵심 재료는 부직포와 필터다. 재활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종량제 쓰레기 봉투에 넣어 배출해야 한다. 잘 썩지 않는 것은 물론, 바다로 떠밀려갔을 때는 해양오염까지 일으킬 수 있다. 버려진 일회용 마스크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오를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최상준 볼트크리에이션 대표가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볼트크리에이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0.8/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최 대표는 "코로나가 나중에 다른 문제를 가져올 것이다. 5000만명이 365개를 1년에 버린다고 하면 처리할 방법이 없다. 버리는 양도 엄청나고 분해도 안 되는데 쓰레기를 묻을 곳도 없다"며 "앞으로 재활용이 중요한 시대가 올 텐데 PET는 재활용이 된다"고 강조했다.

마스크에 필터를 장착한 채로, 혹은 필터를 따로 분리해 물로 문질러 닦으면 쉽게 세척할 수 있다. 최고 270도까지 열을 견디기 때문에 자외선 살균기로 살균 소독할 수도 있다. 수압이 너무 세거나 손에 힘이 들어가 필터가 파손되지 않도록 조심한다면 6개월 이상은 너끈히 사용 가능하다.

볼트크리에이션 페이스 바이오가드. 2020.10.8/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日·美서도 펀딩 첫선 보여 '성공'…제품 라인업 다각화 계획도

'바이오가드' 마스크는 당초 인구의 4분의 1이 삼나무 꽃가루 알레르기에 시달리는 일본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꽃가루를 99.9% 방어할 수 있다는 시험 성적서도 받았다. 최 대표는 "꽃가루는 일반 부직포에 들러붙어서 알레르기를 계속 일으키지만 우리(제품)는 꽃가루를 튕겨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와디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국내 시장에 먼저 선을 보였고, 1만개가량의 주문량을 달성했다. 현재 쿠팡과 네이버 스토어 등에도 입점한 상태로, 이달부터 가동하는 공장에서는 한달에 1만~1만5000개 정도는 꾸준히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크라우드 펀딩 마쿠다케와 미국 킥스타터에서도 펀딩을 진행 중이다.

다만 4만7000원으로 낮지 않은 판매가, 방독면을 연상시키는 투박한 디자인을 개선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숙제다. 최 대표는 "처음 살 때는 아깝지만, 일 년을 쓴다고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 일회용 마스크가 하나에 1달러선이니 30장을 산다고 생각하면 더 싸다"면서도 "와디즈에 첫 펀딩을 할 때는 3만원대였다가 가격을 올렸고, 어떻게 할 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폴리머 필터를 사용한 제품 라인업을 늘려 나가는 등 사업 확장 계획도 세우고 있다. 최 대표는 "공기가 잘 통한다는 것이 (폴리머 필터의) 큰 장점"이라며 "깨끗한 공기는 통하고 비말은 안 들어오는 유모차 커버를 만들 수도 있다.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상준 볼트크리에이션 대표가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볼트크리에이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10.8/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소부장 국산화' 베끼기·따라하기는 금물…중요한 건 '인내'"

'폴리머 필터'를 만들어낸 FMM 가공 기술은 4년 이상 공을 들인 뒤에야 비로소 빛을 볼 수 있었다. FMM은 스마트폰 액정 화면으로 쓰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핵심 부품이지만, 일본 기업들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일본산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특허 시비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도록 최 대표는 일본 기업들이 사용하는 습식이 아닌 건식 식각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뒤로 하고 홀로서기를 시작한 뒤 벤처기업협회로부터 스타트업 기업으로 인정받고 펀딩을 받기까지만 1년이 걸렸다.

최 대표는 "1년 동안은 제가 가지고 있던 것들을 전부 털어 넣었다. 장비 하나를 만드는 데 몇억원이 드니 돈은 당연히 1년 안에 바닥이 난다"며 "그런 상태에서 펀딩이 들어오는데,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가장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또한 "1%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그것을 100%로 만드는 것이 어렵다. '이게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가려 할 때, 지켜볼 사람이 있는지도 어려운 부분"이라며 "다행히 펀딩을 받고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 창업팀으로 선정됐다. 그때부터 우수한 직원들이 들어오기 시작해서 지금은 맨파워로도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같은 경험에서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내와 기다림이라는 것을 배웠다. 최 대표는 "운이 좋았다. 주주들이 힘들 때 믿고 기다려 줬기 때문에 첫 제품이 나오고 진행이 순조롭게 되고 있다"며 "인내심 없는 파트너와 함께했다면 (개발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일본 기업들이 (자국 제품들을) 한국에서 국산화한다고 했을 때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저희는 일본 방식과 완전히 다르게 접근해, 일본에서 특허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출원을 했다. 그렇게 차근차근 (절차를) 밟는다면 전망이 밝겠지만, 따라하거나 베끼기는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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