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 무서운데 사람도 무서워요"..화재 이재민 고통 호소

이정 2020. 10.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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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층 건물을 집어삼킨 붉은 화염.

화재 직후부터 20명의 상담전문가들이 상주하며 이재민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예방을 위한 지원활동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센터 관계자는 "상당수 이재민이 겪어보지 못한 갑작스런 재난 상황에 불안감과 수면장애를 호소하고 있다"며 "최근 이재민들이 화재 현장을 다녀온 이후 더욱 큰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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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층 건물을 집어삼킨 붉은 화염. 그 속에서 필사적으로 대피한 주민. 한글날 연휴를 앞둔 8일 밤 울산 주상복합 건물 화재는 전국 모든 시민을 걱정과 두려움, 충격으로 몰아 넣었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시민들도 걱정이 컸을텐데 하루 아침에 보금자리를 잃고 '이재민' 신분이 된 주민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화재 당시 긴급 대피한 주민들


■ '위로와 조롱'....이재민에게 돌아온 건?

이재민 437명(10월15일 울산시 집계 기준) 가운데 300여 명이 임시로 거주하고 있는 곳은 울산지역 내 호텔입니다. 지금껏 이재민들이 생활하던 넓은 체육관, 강당보다 시설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논란은 여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과한 지원이라는 지적입니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나서 코로나19 상황을 언급하며 시민들에게 양해를 구했지만,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이재민을 향한 지적은 아니었겠지만, 뉴스 댓글과 각종 SNS에 올라온 시민들의 차가운 반응에 상처를 받지 않을 이재민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문제는 울산시를 향한 '이재민 지원' 논란이 이재민을 향한 조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호텔에서 발견된 메모지


불이 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보금자리가 타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이재민들은 당시 모습을 잊을 수 있을까요? 취재진이 만난 입주민은 이렇게 말합니다.

"30분마다 눈이 떠져요. 잠을 깊게 못자. 그리고 주위에서 무슨 소리가 크게 나잖아 사이렌같은... 겁부터 나고 자꾸 불안해져요." - 울산 주상복합 건물 화재 피해 이재민

호텔에서 발견된 메모는 '불'의 잔상이 그대로 남아 시름하고 있는 이재민들을 향한 조롱이 어느정도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재 등 각종 사회재난, 자연재난을 겪어보지 못한 취재진도 메모를 본 주민들의 마음을 가늠할 길이 없었습니다.

"시선이 너무 따가워요. 참 사람들이 너무 무섭더라고. 나는 이번 일로 겪으면서 너무 세상이 무섭더라고."
- 울산 주상복합 건물 화재 피해 이재민



■ "심리 상담 만으로는 역부족"

화재 직후 울산시와 울산시 남구청은 즉시 심리 회복을 위한 지원에 나섰습니다. 15일 현재까지 모두 64명이 상담을 받았습니다.

15일 오전, 이재민들의 임시 거처인 S호텔 1층에 마련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를 찾았습니다. 화재 직후부터 20명의 상담전문가들이 상주하며 이재민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예방을 위한 지원활동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센터 관계자는 "상당수 이재민이 겪어보지 못한 갑작스런 재난 상황에 불안감과 수면장애를 호소하고 있다"며 "최근 이재민들이 화재 현장을 다녀온 이후 더욱 큰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합니다. 전문 상담사들이 이재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심리적 응급처치를 진행하고 있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재민들을 향한 악의적 댓글에 부정적 여론까지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울산 남구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도 나섰습니다. 기자회견을 자처해 비난보다는 따뜻한 배려와 격려를 당부한 겁니다.

아무 잘못도 없이 한순간에 삶의 공간을 잃은 주민들. 화재로 인한 트라우마를 벗기도 전에 마주한 예기치 못한 상황에 속앓이만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안정을 되찾고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자신도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공감과 함께 이해와 배려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정 기자 (j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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