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탄근제 혼란 없도록"..노사정, 근로자대표제 개선 합의(종합)

김보경 2020. 10. 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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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 근로자대표 선출방식·임기 등 개선안 합의문 발표
탄력근로제 개편 입법 추진 중..산업현장 혼란 막기 위한 작업
임기 3년..노조 없는 경우 근로자 직접·비밀·무기명 투표 선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근로자대표제도 개선에 관한 노사정 합의 기자 브리핑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김인재 노사관계 제도ㆍ관행 개선위원회 위원장 등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노사정이 합의를 통해 애매모호했던 '근로자대표' 제도를 명확히 했다. 주 52시간제의 보완책인 탄력근로제 개편을 앞두고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이번 합의는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 사측과 협의해야 하는 근로자 주체를 명확히 했다는 의미도 지닌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는 16일 오전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근로자대표 제도 개선에 관한 노사정 합의문'을 의결했다. 이번 노사정 합의는 ▲근로자대표의 선출 ▲임기 ▲지위와 활동 보장 등 크게 3가지 내용으로 구성됐다.

유명무실 '근로자대표제' 개선…민주적 노사관계 이룰까

근로자대표는 그 사업장의 전체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로, 근로기준법 등 7개 노동관계법의 30여개 영역에 관련되는 중요한 권한의 주체다. 경영상 해고, 유연근로제 도입 등에 있어서 근로자대표가 협의권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간 근로자대표의 선출 절차, 지위 및 활동을 규율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못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노사정은 이번 합의를 통해 근로자대표의 선출 방식·절차를 명확히 하고 임기를 3년으로 규정했다. 근로자대표는 활동에 필요한 자료를 사용자에게 요구할 수 있고 정당한 활동에 쓴 시간은 일한 것으로 간주한다.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 위원회 간사인 이승욱 교수는 "취약 근로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며 "향후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통해 근로자대표의 기능이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담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모호한 근로자대표 제도가 노사분쟁의 씨앗이 되곤 했지만, 앞으로는 민주적·안정적인 노사관계를 형성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위원회는 기대했다.

특히 정부가 입법 추진하는 탄력근로제법(최대 단위기간 3→6개월 확대)이 현장에 무사히 안착하려면 근로자대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근로자대표가 기업의 탄력근로제 도입에 핵심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를 도출했는데, 새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려면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하도록 했다. 이 교수는 "노사가 처음에 첨예한 의견 대립에도 불구하고 탄력근로제 합의를 실효화하기 위해 근로자대표 제도 개선 합의까지 책임성을 갖고 연결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회에 제출된 탄력근로제 법안을 보면 ▲단위기간 3~6개월인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려면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하고 ▲업무량 급증 등 돌발 사유가 발생한 경우 근로자대표와 협의를 거쳐 주별 근로시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근로자 과로방지와 임금 저하를 막기 위한 장치도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내용에 따른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근로자 직접투표 선출…입법 과정서 처벌조항 생길수도

근로자대표 제도 개선 합의안을 살펴보면, 우선 선출방식을 보면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그대로 근로자대표 지위를 갖는다. 과반수 노조가 없고 노사협의회가 있는 기업의 경우 근로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근로자위원 회의'를 구성해 근로자대표 지위를 갖도록 했다. 이 회의에는 사용자가 참여하지 않으며 독립적 의결절차가 보장돼야 한다.

과반수 노조와 노사협의회 모두 없는 사업장은 근로자가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근로자대표를 선출하도록 했다. 이때 사용자의 개입이나 방해는 금지된다.

근로자대표 임기는 3년으로 정했다. 이를 통해 근로자대표의 안정적이고 책임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노사협정 이행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했다. 단 노사 합의가 있으면 임기는 3년 한도에서 자율적으로 결정 가능하다.

노사정은 근로자대표의 지위와 활동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제시했다. ▲근로자의 고용형태, 성별 등에 따른 의견청취 의무 ▲근로자대표 활동에 필요한 자료 요구권 ▲서면합의 이행 등을 위한 협의 요구권 ▲근로시간 중의 근로자대표 활동 보장 ▲근로자대표 활동으로 취득한 비밀유지 의무 ▲근로자대표에 대한 사용자의 불이익 취급 금지 및 개입·방해 금지 등이다.

노사정 합의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법 제·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김인재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 위원장은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노사가 근로자대표제 개선안에 뜻을 모은 만큼 국회가 이를 존중해 조속히 법 개정 등 이행에 나서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법 개정 형식을 근로기준법으로 할 것인지, 특별법 제정 등 다른 방식으로 할 것인지는 정부와 국회에서 충분히 고민하고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자대표의 정당한 선출·활동을 담보하기 위해 '처벌조항'이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노총 소속인 유정엽 위원(노동계)은 "사용자의 근로자대표 활동 개입·방해 금지에 대한 처벌조항 등 구체적인 제재 방안을 어떻게 할지는 정부와 입법부에 위임한 것"이라며 "이번 합의는 근로자대표 제도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 뜻을 모은 것"이라고 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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