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아들 특혜 설왕설래..청년층에 어떤 의미?

한승곤 2020. 10. 16. 13: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경원 "아는 분께 실험실 부탁한 것, 특혜 아냐"
"그게 바로 특혜이자 불공정" 싸늘한 비판도
20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한승곤·김슬기 기자]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대에 아들의 과학경진대회 참석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가 공개된 가운데 청년층에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나 전 의원이 "아는 분에게 실험실 사용을 부탁한 것이 특혜라고 읽혀지는 부분이 있다면 유감"이라고 해명 한 것을 두고 청년들은 '그게 바로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5일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서울대 연구진실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서울대 연구진실위는 나 전 의원 아들 김 모 씨가 제4 저자로 표기된 '비실험실 환경에서 심폐건강의 측정에 대한 예비적 연구'가 '부당한 저자 표시'로 연구윤리지침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결정 이유에 대해서는 "논문을 마무리할 때 김 씨가 데이터 검증을 도와주었으나, 이는 단순 작업으로 저자로 포함될 정도의 기여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결정문에는 "피조사자인 서울대 의대 윤모 교수가 김 씨의 어머니(나 전 의원)로부터 김 씨의 엑스포(미국 고교생 대상 경진대회) 참가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의대 의공학 연구실에서 연구를 수행하게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서 의원은 "엄마 찬스가 아니었다면 나 전 의원 아들이 서울대 연구실에서 실험할 수 없었던 것은 물론 연구물에 부당하게 공동저자로 표기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서울대 시설 사적 사용의 부당성에 대한 서울대의 추가 조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나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엄마 찬스'라는 비난은 번지수부터 틀렸다. 아들이 연구실을 사용한 2014년 여름 저는 국회의원이 아닌 일반인이었다"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실제 아들은 그 포스터를 작성하기 위해 체계적인 연구를 실시했고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나 의원의 아들 김 모 씨는 2014년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고교생의 신분으로 서울대 의대 실험실에서 학술 포스터 관련 데이터 생성 실험과 미국 과학경진대회 준비를 동시에 했다. 이에 김 씨가 서울대 실험실을 사용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일었다.

논란이 이어지자 나 전 의원은 지난해 9월 입장문을 통해 "당시 미국 고등학교 다니는 아이에게 실험실이 없는 상황에서 아는 분에게 실험실 사용을 부탁한 것이 특혜라고 읽히는 부분이 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며 "당시 7월~8월에 실험하고 이후 과학경시대회 나가고 포스터 작성까지 일련의 과정을 모두 저희 아이가 직접 실험하고 작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진=연합뉴스

나 전 의원과 윤 교수는 서울대학교 82학번 동기생이다. 윤 교수 또한 언론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나 전 의원의 해명에 청년층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고교생 신분으로 서울대 실험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를 특혜라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성'의 가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0·30세대에게 나 전 의원의 해명은 되레 상대적 박탈감으로 다가온 셈이다.

대학원생 김민정(가명·26) 씨는 "사실 대학원은 모든 것이 교수의 재량하에 굴러가는 곳이다. 고등학생인 나 전 의원의 아들 김 씨가 실험실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은 '교수 인맥'이 있는 엄마, 나 전 의원 덕분이다"라며 "조국 사태 때도, 추 장관 아들 의혹 때도 청년들은 꾸준히 '공정'에 분노하지 않았나. 교수 인맥이 없는 평범한 집안의 학생들은 고등학생 신분으로 실험실 사용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데, 나 전 의원의 아들은 기회가 주어졌다고 하니 이에 분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직장인 박지현(가명·31) 씨 역시 "조국 사태로 소위 '백' 있는 집 자식들은 잘 먹고 잘산다는 것을 청년들이 똑똑히 보지 않았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고위층에서 자녀에게 특혜를 준 의혹이 계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상실감이 없겠나"라고 토로했다.

박 씨는 "나 같은 서민들은 부모의 도움은 물론이고 하루하루 자기 힘으로 살아내기 바쁘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자녀는 부모 도움으로 성공하고, 이들이 또 사회의 고위층이 되어 우리나라를 이끈다고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해 정책기획위원회에서 김경희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실시한 '새로운 세대의 의식과 태도: 20·30세대 젠더 및 사회의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기회를 보장한다'라는 명제에 "그렇다"라고 답한 청년은 30%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성공하려면 가족 배경이 좋아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비율이 88.3%였으며, '학벌과 지연이 중요하다'라는 주장에는 90.4%의 응답자가 동의했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포용 국가와 청년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전효관 서울시 전 혁신기획관은 "청년들은 현재 압박감이 아주 심한 상황 속에서 타자를 배려하기 어려운 객관적 위치에 있다"라며 "경쟁과 능력을 절대화하는 신자유주의가 내면화되어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