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의·치대 나와 의사고시 응시, 절반은 필리핀 학위였다

지영호 기자 2020. 10. 1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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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본관에서 관계자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전국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은 이날 섬명을 통해 동맹휴학과 의사 국가고시 거부 등 모든 단체행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2020.9.14/뉴스1


해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에서 의사 자격시험에 응시한 사람 중 절반이 필리핀 대학 학위 보유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합격률은 최하위권인 10%대에 그친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외국 의과·치과대학 졸업자의 국내 의사 국가고시 응시·합격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3~2020년 외국 대학 졸업자의 의사 국고고시 응시자는 956명이다. 이중 365명이 합격해 합격률은 38.17%다.


응시자 절반 필리핀…합격률은 최하위
응시자 중 절반 이상은 필리핀 학위자다. 필리핀 학위자 중 의사 응시자는 43명, 치과의사 응시자는 475명으로 합계 518명을 차지했다. 비율로 보면 54%가 필리핀 학위자였다.

하지만 합격률은 다른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의사 합격자는 18년간 7명, 치과의사 합격자는 61명에 그쳤다. 518명이 응시했지만 합격자는 68명으로 합격률은 13.1%다. 합격자 수로 보면 미국(97명)에 이어 두번째지만 합격률은 미국 63%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외국 학위자의 합격률 평균은 38.2%다.

필리핀의 합격률은 그동안 1명씩 응시해 합격자가 없는 볼리비아와 도미니카, 2명이 응시해 합격자가 없는 에티오피아 등을 제외하면 가장 낮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9회 해외유학·어학연수 박람회'를 찾은 많은 사람들이 이민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어학연수 및 이민 취업투자 박람회는 누적 관람객 백만 명 이상을 넘긴 유학 및 이민 관련 국내 최대 규모의 전시회로 과거의 단순 치안과 평판만을 고려한 유학이 아닌 학업과 네트워킹, 여행, 인턴, 귀국 후 진로까지 모든 계획 수립을 한 곳에서 상담할 수 있는 다양한 학교와 업체, 대사관 등을 유치해 관람객들에게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2019.11.3/뉴스1
한 때 도피유학의 성지로 각광…실패 경우 많아
해외 의과대학 졸업자가 국내 의사면허 취득을 위해선 보건복지부가 인정한 국가의 의과대학을 졸업해야 한다. 유학업계에 따르면 1994년 이전까지는 느슨했던 해외 학위자에 대한 의사 국가고시 자격이 이후부터 엄격해졌다. 필리핀의 경우 학위 인정 대학이 대폭 줄어들고 현지 의사면허가 있어야 자격을 주도록 했다. 필리핀은 현재 외국인에게 의사 면허를 부여하지 않다보니 '필리핀 의대 학위→국내 의사고시' 루트가 차단된 상태다.

필리핀은 의대와 치의대의 입학이 한국보다 비교적 쉽고 영어로 의사소통도 가능하면서 물가도 낮아 한때 국내에서 선호하던 유학 코스였다. 필리핀 조기유학 붐이 일면서 현지에서 중·고등학교를 거쳐 의대나 치의대를 졸업한 뒤 국내로 유턴하는 방식으로 의사 면허를 따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의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미적응자가 많아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도박, 마약, 매춘 등 향락산업 접근도가 높아 범죄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난 겨울 베트남 교민강도 살인사건 용의자도 필리핀에서 치대를 나온 인물로 알려졌다.

8일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본관에서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2021년도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의 응시율이 14%에 그치면서 기존 1일 3회 실시하던 시험이 1회로 변경됐다. /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포스트 필리핀' 중앙아시아…합격률 90% 조정해야
최근에는 필리핀의 대체 지역으로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각광받고 있다. 지금까지 21명이 응시해 12명이 합격해 합격률도 57%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학위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유급이나 제적이 표면적으로만 존재하는 등 학사관리에 느슨하다는 평가다.

우즈베크어 한마디를 못해도 입학할 수 있고, 개인통역사를 붙여 졸업한 뒤 국내 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벡 대학에 재학중인 일부 유학생은 문제은행 방식의 국내 의사 국가고시를 사전에 준비하는 식으로 대비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의사 배출 환경이 대학 입학을 통해 결정되는 구조라는 점이다. 의대 입학은 고득점 성적을 요구하는 반면 의사면허는 합격률이 매우 높은 편이다. 권 의원에 따르면 의사 국가고시 합격률은 약 95%로, 변호사 50%, 공인회계사 10%, 변리사 6%에 비해 상당히 높다.

국내 의사 국가고시 합격률을 높게 책정하다보니 해외에서 국내 고시 응시자격을 갖추면 의사가 될 가능성이 생겨 편법 유학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 의원은 "해외 의과대학 유학을 통해 편법으로 국가 응시자격을 획득하는 사례가 있다"며 "합격률이 90%를 넘는 우리나라 국가시험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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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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