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옵티머스 대표, 로비스트 투입.. 채동욱 법무법인에 7억줘" 진술

표태준 기자 2020. 10. 1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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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 사기 사건을 횡령으로 - '몸통' 놓친 남부지검

검찰이 옵티머스 펀드 관련 사건 초기, 부실·축소 수사를 하는 바람에 옵티머스 사태를 조기에 차단하지 못하고 투자자 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0월 ‘옵티머스 펀드 사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성지건설 무자본 M&A(인수·합병) 사건’을 수사하면서 성지건설 자금이 옵티머스로부터 흘러나온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옵티머스 본사까지 압수수색했다. 이후 옵티머스의 일부 관계사 대표와 고문을 횡령과 배임 등 내부 문제로만 국한해 기소하고 옵티머스펀드 전체로 수사를 확대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이끄는 법무법인 서평이 당시 남부지검 수사가 옵티머스로까지 닿지 않도록 역할을 했다는 진술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최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중앙회, 농협금융지주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옵티머스와 관련된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 질의 자료를 바라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남부지검은 작년 10월 유현권 스킨앤스킨 고문과 박준탁 엠지비파트너스 대표 등을 성지건설 무자본 M&A에 나선 혐의(자본시장법위반·횡령·배임 등)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8년 1월 성지건설이 발행한 150억원짜리 전환사채(CB)를 엠지비파트너스의 명의로 인수해 이 회사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확보했다. 전환사채에 필요한 150억원은 유 고문이 대표로 있는 하이캐피탈대부 등 옵티머스의 ‘자금 세탁소’ 역할을 한 페이퍼컴퍼니에서 조달했다. 이들이 지배권을 확보한 이후 성지건설은 2018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옵티머스펀드에 150억원을 투자했다. 150억원의 돈이 옵티머스하이캐피탈 등엠지비성지건설옵티머스로 흘렀던 것이다. 결국 옵티머스 자금을 이용해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성지건설 지분을 확보한 것이다.

성지건설은 옵티머스의 ‘사기 펀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곳이다. 옵티머스는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 대금 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를 속인 뒤, 실제로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대부업체와 페이퍼컴퍼니로 돈을 빼돌렸다.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재현(구속) 옵티머스 대표와 정영제(잠적) 옵티머스대체투자 대표 등이 이러한 ‘사기 펀드’ 설립 작업을 보다 수월히 하기 위해 아예 성지건설을 인수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 6월부터 옵티머스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8월 김 대표를 2차 기소하며 성지건설이 발행한 공공기관 공사 채권 등을 이용해 투자자를 속인 혐의(사기)를 추가했다. 중앙지검이 남부지검의 작년 수사가 부실했음을 밝힌 셈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남부지검 수사 당시는 옵티머스 환매 중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던 시기”라며 “수사가 그때 제대로 이뤄졌다면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대검 항의 방문 - 16일 오후 국민의힘 권성동(가운데) ‘라임·옵티머스 권력형 비리 게이트’ 특위 위원장과 위원들이 대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와 관련해 검찰총장 직속 특별수사팀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이날 대검을 찾았다. /이태경 기자

중앙지검은 당시 남부지검 부실 수사에서 채 전 총장이 이끄는 법무법인 서평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현권 고문은 검찰 조사에서 “김 대표 등이 나만 구속되고 보석으로 풀려나는 시나리오를 짰다”며 “이를 시행하기 위해 채 전 총장에게 부탁했고 그 대가로 서평 측에 7억원을 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호 옵티머스 이사도 “김 대표가 ‘옵티머스가 지난해 10월 성지건설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당할 때 신 회장이 해결해줬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며 “김 대표는 신씨를 ‘대한민국 최고 로비스트’라고 (주변에) 소개했다”고 진술했다. 전 연예기획사 대표인 신씨는 옵티머스에서 정·관계 로비를 담당한 것으로 지목돼 현재 수사 대상에 오른 인물이다.

이에 대해 서평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당시 남부지검 수사는 성지건설 경영진의 기업인수 과정에서의 범법행위에 관한 고발 건으로 옵티머스 사건과는 무관하며 ‘보석 석방 시나리오’ ‘7억원 지급’ 등 주장은 금시초문으로 명백한 허위이며 음해”라고 했다.

중앙지검도 부실·축소 수사를 하기는 마찬가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앙지검은 이 사건 피의자들로부터 정·관계 로비와 관련한 진술과 문건을 확보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또 당초 이 사건을 특수부가 아닌 일반 고발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조사1부에 맡겼다.

지난해 남부지검에서 옵티머스 수사를 총지휘했던 송삼현 전 서울남부지검장이 최근 옵티머스 사기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화장품 회사 ‘스킨앤스킨’의 이모(53) 회장의 변호인으로 일하고 있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 ‘부실 수사’ 지적을 받는 전관이 곧바로 옵티머스 사건 변호를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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