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아미까지 적으로"..BTS에 생트집, 반중 정서만 키웠다

강기준 기자 2020. 10.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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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뉴스1


방탄소년단(BTS) '한국전쟁 발언'을 두고 중국의 삐뚤어진 민족주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국이 BTS의 팬덤인 '아미'마저 적으로 돌리면서 반(反)중 정서가 앞으로 거세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불지르고 남탓 中언론...美 "BTS에 감사"
블룸버그통신은 BTS 발언을 두고 여론 선동이 시작된 곳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였다고 전했다.

이후 중국 누리꾼들이 '중국 모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며 처음으로 보도한 곳이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다.

환구시보는 지난 12일 BTS가 지난 7일 밴플리트상을 수상하면서 6.25전쟁 70주년 관련 발언을 했는데 중국 누리꾼들이 '한미 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는 부분에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BTS가 미국에 맞서 싸운 '항미원조' 역사를 알지 못하고 중국을 존중하지 않았다고 전하면서 하며 사태를 키웠다. 이에 중국에서 불매운동까지 일어날 조짐을 보이자 환구시보는 해당 기사를 삭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환구시보는 지난 14일 'BTS의 말에는 잘못이 없고, 우리는 중국 팬이 필요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다시 중국인들을 자극했다. 한국 언론 기사에 달린 한 댓글을 인용한 이 기사는 한국에서 중국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소개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트위터에 "긍정적이 한미 관계를 지지하기 위한 BTS의 지속적인 노력에 감사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사진=트위터 캡처.


논란이 커지자 미국 국무부도 여기에 가세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트위터에 "긍정적인 한미 관계를 지지하기 위한 BTS의 지속적인 노력에 감사한다"면서 "당신들은 밴플리트상을 수상할 자격이 매우 충분하다. 음악은 세계를 하나로 만든다"고 말했다.

이튿날 국무부가 4년만에 티베트 정책조정관을 임명하고, 홍콩 시위를 탄압한 캐리 람 등 10명의 홍콩 관료 목록을 의회 제출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이를 언급하면서 중국에서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자 환구시보는 지난 15일 은근슬쩍 이번 사태를 한국 언론으로 책임으로 돌리는 의견을 내놨다.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은 이날 논평에서 "한국 언론이 중국 누리꾼의 반응을 선정적으로 보도했다. 한국 언론이 표현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중국 누리꾼들이 불만을 표출했지만 이를 보도하거나 논평한 중국 주류 언론 매체는 매우 적었으며,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한복도 아리랑도 우리 것"...극장가는 애국영화만
지난달 방영된 중국 예능프로그램 ‘저취시가무3’에서 아리랑 노래에 맞춰 한복을 입고 춤을 춘 출연진 모습. /사진=트위터 캡처.

중국에서의 과열된 민족주의, 애국주의는 다른 피해도 야기한다.

중국에선 한족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민족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전통 의상인 '한푸' 입기 열풍이 불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전통 의상인 한복과 아리랑 등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선 출연자가 한복을 입고 아리랑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이 방영됐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들은 이를 보고 "이것의 중국의 길거리 춤"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2011년 중국은 '아리랑'도 중국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하기도 했다. 조선족이 중국내 소수민족이라는 이유로 이들의 문화가 곧 중국의 문화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가 2012년 아리랑을 유네스코에 먼저 등재 신청했다.

최근 중국에선 6.25전쟁이나 코로나19를 소재로한 영화나 드라마도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다. 그런데 내용이 왜곡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6.25전쟁을 다루면서 미국은 침략자라고 표현하거나, 코로나19 사태를 두고는 중국에 불리한 얘기는 빼고 영웅담만 늘어놓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어서다. 이를두고 맹목적인 애국주의를 부추긴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미' 합류로 '반중동맹' 강해질 수도
지난해부터 시작된 홍콩 반정부 시위에선 중국과 독일 나치를 합성한 '차이나치(Chinazi)'라는 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AFPBBNews=뉴스1

포린폴리시(FP)는 15일(현지시간) BTS 논란을 겪으면서 팬덤인 '아미'가 중국 언론과 누리꾼들에게 포위됐다고 전하면서 아미가 '밀크티 동맹(Milk Tea Alliance)'에 합류하는 일원이 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FP는 이를 두고 중국 인민해방군(PLA)과 아미와의 대결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밀크티 동맹은 홍콩, 대만, 태국의 반중 누리꾼 집단을 말한다. 올해 4월 태국의 유명인이 '하나의 중국'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공격을 당하자 이에 반발하는 이들이 손을 잡으면서 탄생했다. '밀크티'는 홍콩, 대만, 태국에서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음료라서 붙게 됐다.

중국의 생트집이 결국 역풍이 돼 앞으로 아시아 지역에서의 반중정서가 극대화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실제 이번 사태 이후 트위터 등 SNS에는 '차이나치(Chinazi)'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홍콩 반정부 시위에서 등장한 이 단어는 중국와 독일 나치를 합성한 말로 극단적인 중국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데 쓰인다.

AP통신은 BTS 팬을 인터뷰해 "BTS 팬은 전세계에 있으며, 중국의 이러한 괴롭힘은 결국 전세계가 중국이 6.25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게 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홍콩 민주화 활동가인 조슈아 웡도 중국의 BTS 트집잡기를 두고 "이번 사태의 뒤에는 중국 민족주의와 중국과 다른 나라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과 관련한 우려할만한 조짐이 있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 관료였던 중국국제문제연구원(CIIS)의 위안 난셩은 "중국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의 싸움에서 선전했지만 이를 중국이 부상하는 역사적인 기회로 보는 것은 전략적 오판"이라면서 "중국에서 포퓰리즘과 극단적 민족주의를 방치하면 국제사회가 이를 '중국 우선주의'로 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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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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