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하이킥] "구급상자 들고 환자 집으로.. 왕진 다니는 페미니스트 의사 이야기"

MBC라디오 2020. 10.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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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대형병원 입원·면회 제한.. 왕진 늘었다
- 76세 환자, 왕진 전에는 사설 구급차 비용만 25만 원
- 주민들 돈 모아서 만든 '의료협동조합', 왕진 수월해져
- 페미니즘 건강관이 바탕.. 차별과 혐오가 건강 해친다


■ 프로그램 :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MBC 라디오 표준FM 95.9Mhz / 평일저녁 6시5분~8시)

■ 출연자 : 추혜인 살림의원 원장

◎ 진행자 > 흰색 가운을 입고 자전거 바구니에 진료가방을 싣고서 힘차게 페달을 밟아 아픈 사람의 집으로 왕진가는 의사,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종종 봤던 모습인데 언젠가부터 이런 의사를 보는 게 힘들어졌죠. 그런데요, 서울 은평구에는 여전히 자전거를 타고 아픈 동네주민을 진찰하러 가는 의사가 있다고 합니다. 왕진이 사라진 시대에 왕진을 다니는 의사선생님, 의료협동조합 살림의원의 추혜인 원장을 만나봅니다. 원장님 안녕하세요?

◎ 추혜인 > 안녕하세요?

◎ 진행자 > 혹시 왕진 오늘도 다녀오신 건가요?

◎ 추혜인 > 오늘은 하루종일 진료실을 지키는 날이었습니다. 왕진은 수요일이랑 목요일에 다니고 있고요. 간혹 환자분의 상황이 급하면 진료가 끝나고 밤에도 왕진을 가는 일이 있긴 하지만 주로는 수요일 목요일 낮에 가고 있습니다.

◎ 진행자 > 정해진 왕진날은 수요일 목요일 낮이고, 긴급한 호출이 있으면 언제든 달려가신다.

◎ 추혜인 > 네, 그렇지만 다음 날 진료도 생각해야 되니까 한밤중에 달려가거나 그런 일은 아직은 없었네요.

◎ 진행자 > 어떤 곳을 어떻게 왕진을 가시는지 미리 신청하시거나 예약하는 이런 절차는 어떻게 됩니까?

◎ 추혜인 > 보통 왕진을 나가는 분들이 저희가 와상 환자 분들,

◎ 진행자 > 누워서.

◎ 추혜인 > 네, 자리에서 움직이기 힘든 분들이 왕진을 신청하시기 때문에 대부분 보호자 분들이 이전 병원에서의 진료기록이라든지 이런 것들 가지고 와서 저희랑 먼저 상담을 하시고 그런 다음에 날짜를 잡아서 왕진을 나가고 있고요.

◎ 진행자 > 조금은 다르네요. 옛날에는 그냥 동네에서 배 아파요 선생님 와주세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유형은 병원 다른 데 가셔야 되고 걸어서. 거동이 불편하신 분만 미리 상담하고 그동안 진료차트 보시고 가시는 거군요.

◎ 추혜인 > 그렇죠. 거동이 가능하신 분들은 사실 근처에 있는 의료기관을 어디라도 가실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분들까지 왕진을 나가진 않습니다.

◎ 진행자 > 그러게요. 1***님이 문자 주셨네요. ‘그럼 왕진 가능한 환자의 종류도 정해져 있을까요?’ 증상이라든지 어느 정도.

◎ 추혜인 > 네, 2019년 12월부터 1차 의료 왕진수가 시범사업이라고 하는 사업이 시작됐는데요. 거기서 왕진이 가능한 분들은 일단 전 국민이 왕진신청을 할 수 있다 라고 돼 있고요. 왕진을 건강보험을 적용해주느냐 해주지 않느냐가 차이가 있는데요.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실 수 있는 분들은 말기암이라든가 중증장애를 가지신 분들, 치매, 신경퇴행성 질환, 지체장애, 이런 왕진을 갈만한 사유가 있는 분들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시고요. 그렇지 않은 분들은 왕진료를 본인이 다 부담하시면 왕진을 신청하실 순 있습니다.

◎ 진행자 > 가능은 하네요.

◎ 추혜인 > 네.

◎ 진행자 >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여러 가지로 많은 어려움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환자 분들도 그러실 것 같고, 코로나19 이후로 왕진이 훨씬 더 늘었습니까, 아니면 줄었습니까?

◎ 추혜인 > 사실 코로나 초기에는 왕진이 조금 줄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는 누구라도 잘 모르는 사람이 자기 집에 오는 걸 두려워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저희가 잘 나가던 왕진 집에서도 의료인이 집에 들어오는 것은 조금 두렵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 진행자 > 다른 환자도 만날 테니까 코로나19 혹시 감염되시지 않았을까.

◎ 추혜인 > 그렇죠. 혹시 의료인을 통해서 옮기지 않을까. 이런 걱정을 하셨는데 사실 최근에는 더 많이 늘어나고 있어요. 왜냐하면 이제 코로나 때문에 대형병원에 입원이 제한되는 것도 있고요. 입원 하셔도 보호자 면회가 제한된다거나 요양병원 같은 곳도 일주일에 한 번만 면회가 가능하다. 입원을 하려면 코로나 음성이란 확인이 나와야 되고 이런 여러 가지 장벽들이 생기다 보니까 병원에 입원하기보다는 집에서 좀 안정하면서 왕진을 받고자 하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진행자 > 자,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왕진진료를 하시는지 가장 최근 사례를 들어주셔도 좋고요. 딱 처음에 신청을 받으실 때부터 가셔서 어떤 절차 어떤 진료를 하시는지 설명 부탁드릴게요.

◎ 추혜인 > 작년부터 왕진을 시작했던 한 분은 76세이신 여자 환자 분이고요. 뇌출혈로 15년째 누워 계시던 분이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빌라에 살고 계셨어요. 그래서 이분이 병원에 가시려고 하면 응급실 같은 곳에 가실 때는 119를 불러서 가실 수 있지만 응급실이 아닌 일반 의료기관에 가시려고 하면 사설 구급차를 이용하셔야 되는데 이 사설구급차 비용이 20만 원에서 25만 원 정도 들기 때문에

◎ 진행자 > 한 번에?

◎ 추혜인 > 네, 그럼 병원에 왔다 갔다 하시면 거의 40만 원 50만 원 드시니까요. 저희가 처음 방문했을 때 1년 동안 혈액검사를 하지 못하고 집에 누워만 계시는 그런 상태여서 그 얘기를 미리 듣고 갔었기 때문에 처음 방문한 때부터 혈액검사를 하기 시작했고 지금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고요.

◎ 진행자 > 지금 김**님이 문자 주셨는데 ‘옛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의사 선생님이 왕진을 갈 때 커다란 검정색 가죽 가방을 들고 다니셨는데’ 영화 드라마에 엄청 많이 나왔었어요. ‘요즘은 어떤 가방을 들고 다니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사실 이게 궁금해서 여쭤보려고 했었어요. 사실. 어떤 가방 들고 다니세요?

◎ 추혜인 > 제가 사실 왕진 가방이 적당한 게 없어서 지금은 약 구급상자를 큰 걸 구해서 거기를 왕진 가방으로 쓰고 있습니다.

◎ 진행자 > 플라스틱으로 된 거요?

◎ 추혜인 > 네, 플라스틱으로 된 거요.

◎ 진행자 > 왕진 가방 하나 어떻게든 구해드려야겠네요.

◎ 추혜인 > 또 칸칸이 나눠져 있는 게 되게 필요하거든요. 여러 가지 물품들을 주사기, 주사바늘, 뭐 드레싱 도구들 자잘한 것들 많이 넣어 다녀야 되기 때문에 칸도 잘 나눠져 있어야 되고 전체적으로는 가방이 크기도 해야 되고 자전거 앞 바구니에도 들어가야 되고 조건이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 진행자 > 까다롭네요. 박**님은요. ‘왕진을 가실 때 혼자 가시는지 아니면 간호사 분을 대동하고 가시는지요?’

◎ 추혜인 > 처음 방문하는 환자분 댁에 갈 때 제가 혼자 가지 않으려고 하고 있고요. 저희한테 왕진을 연결해주는 분들도 계세요. 지역에 있는 장애인복지관의 사회복지사 선생님이라든가 보건지소에 계시는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선생님 이런 분들이 저희한테 왕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연결해주시는데 그러면 보통 그분들과 함께 방문하고 저희 의원에서 왕진을 신청하시는 분들을 찾아갈 때도 첫 방문할 때는 가능하면 간호사 선생님 같이 가려고 하고 있고요. 간호사 선생님이 시간 안 될 때는 저희 조합원들 자원활동으로도 같이 가고 있습니다.

◎ 진행자 > 그려지는데요, 모습이. 자전거 바구니 칸에 하얀색 구급의료상자 이렇게 두고 가시면 너무나 눈에 확연하게 특이하게 보이잖아요. 또 주민 분들은 다 아실 테고, 그럼 사시는데 사생활 보호가 전혀 안 되고 다 아시고 그러지 않나요?

◎ 추혜인 > 네, 사실 엊그제 왕진을 가는데 주민 분을 마주쳤어요. 저희 진료실에서만 만났던 분인데 그래서 저한테 이 동네 사세요? 이렇게 반갑게 인사를 하시길래 살기는 밑에 동네 사는데 오늘 왕진을 왔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더니 그분이 너무 놀라시면서 너무 좋아하시면서 내가 의사가 왕진 나오는 그런 동네에 대박 대박 좋은 동네에 살고 있다고

◎ 진행자 > 좋은 동네가 됐네요.

◎ 추혜인 > 네, 갑자기 엄청 좋은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 돼서 그게 인상적이었고요. 사생활 보호가 안 되는 것은 있습니다.

◎ 진행자 > 그러게요. 식사하시거나 편하게 계시기가 힘들잖아요. 선생님 선생님 다 알아보시고.

◎ 추혜인 > 동네 술집에서 술도 못 마시고요.

◎ 진행자 > 술도 드시긴 하시는군요.

◎ 추혜인 > 네, 조금.

◎ 진행자 > 그러시구나. 사람이긴 하시네요. 왕진은 나가시는 게 일반 의사 분들은 거의 안 하시는 일인데 뭔가 특별해 보이기도 하고요. 그게 혹시 지금 의료협동조합 살림의원, 의료협동조합이기 때문인 것도 있나요?

◎ 추혜인 > 저는 상당히 그 이유가 크다고 생각하는데요. 의료협동조합은 의사들이 개인적으로 개원하는 의원과는 달리 주민들과 의료인들이 힘을 합쳐서 같이 만들어가는 의료기관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어떤 것이 필요하다 라고 할 때 그것에 훨씬 더 잘 반응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혼자 일하는 의료기관이 아니고 저희가 지금 의사 선생님이 5명이 같이 일하고 있는데요. 제가 왕진 나가는 시간에는 또 다른 선생님이 진료실을 지켜주시고 그 선생님이 왕진 나가실 때는 또 제가 진료를 하고 이러면서 커버할 수 있어서 아무래도 의사 혼자가 개원해서 일을 하는 의료기관보다는 왕진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진행자 > 병원인데 주민협동조합인 병원이네요.

◎ 추혜인 > 네.


◎ 진행자 > 상당히 새롭기도 하고 의미도 있고 좋은 것 같은데 언제 어떻게 시작된 거죠?

◎ 추혜인 > 저희는 2012년에 서울 은평구에서 페미니스트들과 은평구 주민들, 그리고 마음이 맞는 의료인들 이렇게 힘을 모아서 같이 만들었고요. 힘과 돈을 모아서 같이 만들었는데 돈을 모았다는 말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진행자 > 가장 기본이고 없으면 안 되잖아요.

◎ 추혜인 > 그렇죠. 그리고 사실 한국의 수가가 좀 저수가인 편이라서 이게 의료기관을 개원할 때 빚을 많이 지거든요.

◎ 진행자 > 임대료, 장비 이런 것도 많이 들죠.

◎ 추혜인 > 그 빚을 갚아나갈 생각을 하면서 저수가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저희가 주민들을 설득할 때 이게 빚을 적게 지면 적게 질수록 좋은 의료가 가능하다. 주민들이 적정한 질의 의료를. 3분 진료 아니고 충분한 상담, 양심적 진료 이런 것들을 원한다면 은행 빚을 지지 않도록 도와줘야 된다, 이런 얘기들을 많이 드렸고 그것에 주민 분들이 되게 크게 호응을 하셨어요.

◎ 진행자 > 조합원 자격이 있을 텐데 은평구 주민이어야만 가능한 건가요?

◎ 추혜인 > 그렇진 않습니다. 저희가 사회적 협동조합이라서요. 전국 어디서나 전 세계에서 조합원이 되고 싶으면 가입하실 수 있고 조합원은 조합의 공동자본을 형성하는데 기여함으로써 시작되기 때문에 출자금 5만 원 이상 납부하시고 나면 조합원 자격을 가질 수 있습니다.

◎ 진행자 > 은평구에 계시는 분이야 조합원으로서 왕진이든 진료든 뭔가 내가 투자해서 세워진 조합에서 내가 진료 받아, 이게 있겠지만 다른 지역에 계신 분들은 무슨 혜택을 받는 거예요?

◎ 추혜인 > 사실 다른 지역에 계시는 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가입하실까 저도 궁금했는데요. 그냥 소식을 듣고 활동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으로도 건강해지는 것 같다, 이렇게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 진행자 > 일종에 뭐랄까 기부랄까 사회적 기여 이런 것에서 보람을 찾으시네요.

◎ 추혜인 > 네, 그런 분도 있으시고 실제로 은평구에 살고 있으신 분들은 살림의원을 많이 이용하시기 때문에 조합원으로서 참여하고 이용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진행자 > 자, 그런 유형의 의료협동조합 주민참여형 주치의제도가 1994년에 처음 도입됐다면서요?

◎ 추혜인 > 네.

◎ 진행자 > 지금 세월이 몇 년입니까? 26년 넘었는데 지금 전국에 30개가 안 된다면서요. 왜 이렇게 저조하다랄까 많이 안 생긴 겁니까?

◎ 추혜인 > 일단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많으시고요. 사실 이게 얼마나 좋은지 아시면 다들 하실 것 같은데 많이 홍보가 안 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의료기관이 한국에 많이 있고 아주 근처에서 좋은 의료기관들을 다 찾으실 수가 있기 때문에 내가 돈도 내고 뭐 자원활동도 하고 이러면서 의료기관을 직접 운영해나간다는 것에 대해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 진행자 > 낯설게 느끼고.

◎ 추혜인 > 네.

◎ 진행자 > 앞서 원장님 말씀주실 때 페미니스트들이 모였다 라는 말씀 주셨고 살림의원이 표방하는 것이 여성주의 페미니즘이죠. 페미니즘 건강관을 바탕으로 한 의료공동체, 이렇게 표방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성주의, 페미니스트 건강관이 어떻게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까?

◎ 추혜인 > 일단 여자들만 진료 받을 수 있냐, 이렇게 물어보시는 분들 많으신데 그렇지 않고요. 여성 남성 어린이 어르신 다 구별 없이

◎ 진행자 > 나 페미니스트 싫어 이런 사람도 진료해주시는 거죠?

◎ 추혜인 > 네, 제 앞에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분은 아직 못 봤는데 진료거부를 하진 않습니다.

◎ 진행자 > 그렇고요.

◎ 추혜인 > 그리고 저희는 남성 여성으로 나눠지지 않는 성별을 가진 분들도 많이 진료를 하고 있고요. 트렌스젠더 분들이라든지.

◎ 진행자 > 소위 LGBT

◎ 추혜인 > 네. 그리고 여성주의 건강관이라고 한다면 제일 중요한 건 차별과 혐오가 건강을 해친다고 믿는 것인 것 같아요.

◎ 진행자 > 그래서 차별과 혐오 없는 진료, 그리고 건강보건 이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은데 책도 내셨잖아요. 최근에. 책 제목이 <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인데 앞서 페미니즘 설명해주시면서 미소가 확 오르셨어요. 그 미소 속에는 아마 뭐랄까 보람과 기쁨도 있으시겠지만 많은 그동안 오해나 어려움이나 그게 읽혀지거든요. 제가 프로파일러다 보니까. 현장에서 겪으시는 어려움 몇 개만 말씀해주신다면.

◎ 추혜인 > 일단은 의료계 내에서 사실은 아직도 성차별이 굉장히 많습니다. 여자, 여학생들 여자 인턴 전공의 선생님들 인터뷰해보면 병원 내에서 성차별을 겪었다고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으시고요. 어떤 교수님 수술장에는 여자 인턴을 꼭 들여보내야 된다든지 아니면 어떤 과는 여자와 남자를 동수로 뽑기 때문에 여자 전공의들의 성적이 남자 전공의들보다 좀 더 높아야지만 그 과에 합격할 수 있다든지 아니면 그 과는 해마다 여자 전공의는 한 명밖에 안 뽑아 이런 것들이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는 곳이 되게 많고요.

◎ 진행자 > 여성들이 특히 여전히 의료현장에서 차별을 당하고 있는 이 문제 극복이 필요하다는 말씀인 것 같은데 원래는 공대를 다니셨다면서요?

◎ 추혜인 > 네.

◎ 진행자 > 그러다가 다시 의대로 힘들게 가신 이유가 이것도 페미니즘하고 관련이 있나요?

◎ 추혜인 > 네,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공대를 입학했을 때 사실 저희 과에 50년 역사에서 여학생 처음 입학한 해였거든요.

◎ 진행자 > 그래요?

◎ 추혜인 > 학부제가 되면서 그 과에 여학생들이 처음으로 입학하게 됐었는데 그러다 보니 약간 숨 쉬기가 힘들어서, 그래서 공대여성위원회 선배들을 찾아다니게 됐었고 그 선배들이랑 같이 겨울방학에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자원활동을 하게 됐었는데 그 자원활동기간 중에 성폭력상담소 상담사 선생님들로부터 의사가 너무 필요하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성폭력 피해자를 진료를 해주고 피해자 입장에서 법원에 나가서 증언을 해줄 그런 의사가 너무 필요하다, 그런 얘기를 듣고 어느 날 갑자기 공대를 그만두고 의대를 가야겠다.

◎ 진행자 > 그러셨구나. 지금이야 해바라기센터 의료와 피해자 지원 기능을 하는 원스톱지원센터도 생겼고한데 그 당시는 그런 게 전혀 없었잖아요.

◎ 추혜인 > 네, 맞습니다.

◎ 진행자 > 그래서 공대를 다니시다가 의대로 특이한 사유의 의사가 되신 분이라고 생각되고 지금 많은 분들께서 의사에 대해서 의료에 대해서 시민 분들이 감정이 복합적이시잖아요. 특히 최근에 의료파업이나 이런 논란을 보시면서 왜 처음에 의사들이 처음에 마음먹었던 히포크라테스 선서 슈바이처 인술 이런 것들은 다 어디로 가고 너무 시민을 생각 안 한다, 어떻게 보십니까?

◎ 추혜인 > 사실 좋은 의사들이 되게 많거든요. 정말 환자야 어떻게 되든 건강을 망치든 말든 내 돈만 벌겠어, 이런 의사들은 정말 저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 진행자 > 그렇죠.

◎ 추혜인 > 지금의 우리나라 건강보험이 가지고 있는 수가체계 자체가 행위별 수가제예요. 행위별 수가제는 환자가 아프거나 환자가 불안하면 더 많은 검사, 더 많은 처치, 더 많은 행위들을 하게 되고 그러면 진료비가 계속해서 올라가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환자 입장에서는 이 검사를 내가 나한테 정말 필요해서 하자는 건지 아니면 의사가 자기 돈을 벌기 위해서 하자는 건지 계속 의심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에 되는 거죠.

◎ 진행자 >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는 이 문제가 의사들에 대한 환자의 불신이기도 하고. 시간이 벌써 다 돼서 더 많은 질문을 사실 여쭤봐야 되는데 청취자 여러분들도 질문을 많이 보내주세요. 문자도 많이 보내주시고요. 1***님 ‘목포인데요. 직접 혜택은 못 받아도 참여하고 싶네요. 참여하고 싶은 방법 알려주세요. 목포경찰서 근무하는 건강한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 멋진 분이시고요. 0***님도 ‘조합원 가입신청은 어찌하나요, 알려주세요’ 배**님은 ‘참 세상 살만하군요. 응원하겠습니다’ 조합원 가입방법 지금 알려주세요.

◎ 추혜인 > 인터넷으로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좀 어렵죠.

◎ 진행자 > 너무 길어요.

◎ 추혜인 > 네, 여기를 찾아서 들어오시면 조합원 가입하실 수 있고요. 꼭 살림을 가입하지 않으시더라도 지역에 있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들이 많이 있으니까 각자 자기 지역에 있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 조합원으로 가입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진행자 > 지금 원장님 쓰신 책에 전희경 작가가 이런 평을 했습니다. ‘극소수의 명의를 극소수의 특권층만 만날 수 있는 사회보다 보통의 의사들을 보통의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더 안전하다. 이런 믿음을 공유하는 의료인이 있다는 사실이 소중하고 든든하다’ 안전한 사회, 건강한 시민들을 위해서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추혜인 > 네, 감사합니다.

◎ 진행자 > 오늘 만나본 분은 동네주치의로 환자와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는 의료협동조합살림의원 추혜인 원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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