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수익사업 사유화, 방치하는 농어촌공사

정용인 기자 2020. 10. 1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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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내수면 어업계 유명무실화 틈탄 이익 독점 수수방관… 갈등 폭발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 냉정저수지 가에 지어진 수상 카바나빌리지. 오른쪽이 기존에 만들어진 16동이고, 왼쪽은 현재 추가로 지을 예정인 30동의 일부다. 업체 홈페이지에서는 국내 최초의 수상 카바나빌리지라고 선전하고 있다. / 정용인 기자


코로나 정국이라지만 성황이었다.

추석 연휴 후 주말, 현장에서 만난 한 투숙객은 기자의 예약방법 문의에 “인터넷 현금 이체로만 가능한데 예약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니 16개 수상 ‘카바나빌리지’는 한달 전부터 예약 가능한데, 11월까지 주말 예약은 이미 꽉 차 있었다. 포털에서 업체명을 검색해보면 추천 게시물이 가득하다.

“페이퍼 단체를 만들어서 하면 저수지마다 다 할 수 있는 대박사업 아닙니까. 얼마나 좋은, 창의적인 사업입니까. 게다가 농어촌공사나 국가에서도 그런 판을 깔아준다는 것이.” 기자를 만난 제보자의 말이다.

기자가 경기도 포천 관인면의 냉정저수지 옆 수상 글램핑장 운영에 대한 ‘제보’를 받은 것은 지난 추석 연휴 직전이다.

5일간이었던 추석 연휴 기간에도 예약은 꽉 찼다.

“이용요금이 평일에는 14만원, 주말에는 20만원입니다. 그게 16개 있어요. 단순계산해도 얼마를 벌어들이는지 알 수 있습니다. 거기다 기존 시설의 배 이상 되는 시설을 또 짓는다고 하니….”

기자가 방문한 주말에도 신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종전의 수상 카바나빌리지는 저수지 바로 옆에 붙어 있지만 이번에는 저수지 안쪽으로 10여m 이상 들어간 곳에 짓고 있다.

말 그대로 물 한가운데 떠 있는 숙박시설인 셈이다.

시설을 둘러보니 성인 4명이 잘 수 있는 킹사이즈 침대 두개와 샤워실, 냉·난방시설이 갖춰져 있다. 목조로 된 앞마루에는 바비큐 시설이 되어 있고, 낚싯대를 거쳐놓는 좌대가 4개 마련되어 있다. 기존의 16개도 그렇지만, 새로 짓는 30개는 안전한 시설일까. 죽 늘어선 시설 양쪽에 붙어 있는 목조 잔교 근처에서 화재라도 난다면 투숙객 안전은 보장되는 걸까.

■ 국가소유 저수지 사유화 방치

기자가 받은 제보내용은 “특정 가족이 국가소유 저수지 관리운영 권한을 독점하면서 사적 재산처럼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는데, 관리·감독 책임을 맡긴 농어촌공사나 지자체(경기도 포천시)는 수수방관하거나 결탁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제보내용은 사실일까. 주장이 사실이라면 ‘여름철 계곡 불법 평상장사’의 기업형 확장판으로 보인다.

농업용수 확보 등 관계를 목적으로 저수지를 만들 경우 생계가 막막해진 수몰민들을 대상으로 어업권 등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내수면 어업계다. 특정일가가 이 어업계의 권한을 독점해 사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제보자의 말이다.

“지역민의 상당수가 6·25전쟁 후 황해도에서 온 실향민이고, 저수지가 축조된 시기가 1940년대이기 때문에 어업계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수몰민은 아니었습니다. 연로해서 활동을 그만두거나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많아진 틈을 타 특정가족이 하나둘씩 어업계를 장악해 자기들 마음대로 운영하면서 아예 기업을 만들어 권한을 독점하고 있어요. 그 사람들이 자기 것이라고 하니 법을 모르는 마을 사람들은 그저 그러려니 하고 있지만 소외되어 있는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이 보는 눈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실제 앞서 수상 카바나빌리지 예약 홈페이지에 이곳의 실질 관리 주체인 냉정어업계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두 업체의 이름만 보인다.

현금이체만 가능하게 되어 있는 계좌번호는 한 회사의 대표 명의로 되어 있다.

농어촌관리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현 어업계 대표 남동생의 부인이다. 또 다른 동생은 수상 카바나빌리지와 같이 운영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저수지 옆의 펜션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2015년도에는 현 어업계 대표의 아버지가 농어촌공사와 계약을 맺었다. 아버지가 사망하자 딸이 대표를 이어받았고, 또 다른 아들은 지난 2018년에 어업계에 들어갔다.

제보자는 이들 두 사람 말고도 친인척 등 낚시터와 펜션 운영과 이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 여럿이 어업계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고 주장했다(어업계를 관리하고 있는 포천시 측에서는 “어업계 전체 명부는 개인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식 정보공개청구를 제기하면 심사 후 교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 페이퍼컴퍼니 앞세운 특정가족의 전유

언론제보와 별도로 제보자는 농어촌공사 감사실에도 공익제보를 한 상태였다.

지난 9월 28일 본부의 지시로 관할하고 있는 경기도본부에서도 현장을 다녀왔다.

감사실 측의 결과설명을 들은 제보자는 “납득하기 힘든 설명이었다”고 덧붙여 주장했다.

“국감을 앞두고 어업계 문제로 시끄러워질까봐 제보자 입만 막으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어업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특정인이 독점하고 있다고 제보를 받았다면 그 사람들에게 가서 해명을 들을 것이 아니라 어업계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나 마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청문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 사람들의 주장만 듣고 와서 아무 문제 없다는 식으로 정리하고 넘어가려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현장 방문 뒤 기자는 이 글램핑장을 운영한다고 되어 있는 업체 주소지를 제보자와 함께 방문했다.

포천 산정호수 인근 공무원연수시설 옆의 민가 주소였다.

주변을 둘러봐도 업체 이름은 눈에 띄지 않는다. 서류상 회사일 가능성이 높았다.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사업자번호 두 개를 조회해본 결과 하나는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였고, 또 하나는 사업을 하지 않는 사업자번호로 나왔다. 간이과세제도는 연매출액 4800만원 미만 사업자의 부가세 부담을 줄어주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수상 글램핑장 운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한 세금이 누락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농어촌공사 측은 “종전 어업계 측에 5년 동안 사업허가를 준 것이고, 기존 16개 ‘수상 방갈로’에 추가로 30개를 더 짓겠다는 계약은 올해 6월에 농업용수 공급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맺은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인 가족이 어업계를 사유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어업계는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하게 돼 있어 실제 어업계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의 분배 문제에 대해서 농어촌공사가 관여할 부분도 아니고, 계도를 넘어 계좌를 들여다보거나 조사할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수상시설 신설 전 화재 등 안전성 검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문의에 포천시 측은 “수상시설을 지었을 때 한국해양기술안전공단으로부터 안정성 검토를 받아 안전성검사 증서를 받으면 사용을 허락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라며 “시의 역할은 준공 후 적절한 서류를 갖췄는지를 검토해 이상이 없으면 승인을 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냉정저수지의 관리주체가 농어촌공사라는 것을 보여주는 표지. 표지 너머로 신규 수상글램핑 펜션 건설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 정용인 기자


■ 농촌 고령화로 전국 갈등 속출… 대책 필요

“경기도 포천만의 문제가 아니라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유사 문제가 급증하고 있다.”

4년 전 어업계 개혁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 임관혁 삼척시 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의 말이다.

그는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농어촌 거주인구가 고령화되고 기존의 마을조직이 유명무실화되면서 공조직이 사유화돼 주민들 간 갈등이 전국적으로 속출하고 있다”며 “다른 지역의 경우 수도권 사람들이 유입되어 혼주화되면서 가족들, 친인척 중심으로 사유화되면서 발생한 문제들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김성길 의정부(포천·동두천)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냉정저수지를 포함한 연천과 포천, 철원 등지는 기러기나 재두루미 등 멸종위기종·천연기념물 철새도래지”라며 “재두루미의 경우 반경 500m 내에 사람이 접근하면 도망가는데 수상캠핑장 만든 이후 못 가게 되었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오수관을 설치하는 등 수상에 떠 있는 캠핑장 시설이 수질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지금 냉정저수지에 만들어져 있는 수상글램핑장은 취사도 가능한 만큼 환경에 영향을 안 준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게다가 내수면 어업법 제6조를 보면 어업계 계원의 자격을 어획작업이나 양식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펜션 숙박업을 하고 있는 현 어업계 구성원이 어업계 구성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문제될 것이 없는데 왜 외부에 말하고 다니느냐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실제 주민 중 70~80%는 관심이 없고, 나머지 사람들은 문제는 있지만 문제화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지역에서는 다 선후배 사이이고, 알고 지내는 사이인데…. 문제는 지금 있는 것보다 배가 넘게 더 짓겠다고 하는 겁니다. 저수지 주변의 땅은 사유지라고 하더라도 저수지 내에 그렇게 지어 그 사람들의 왕국을 만들겠다는 거 아닙니까. 이게 정말 아무 문제 없다고 하면 전국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사람들을 벤치마킹해서 만들려고 하겠습니까. 먼 시골 일이라고 이런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는다면 뭔가 불공평한 일 아닐까요.”

제보자가 밝힌 제보에 나선 까닭이다.

기자의 취재가 시작되자 농어촌공사 측은 “어업계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어업계가 제3의 기업과 재계약을 맺어 운영했다면 애초 공사와 어업계가 맺은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라며 “현재 글램핑 예약을 받고 있는 홈페이지상에 명기되어 있는 업체와 어업계의 관계 등을 다시 면밀히 조사해보겠다”고 밝혔다.

홈페이지상에 글램핑 업체 대표로 명기되어 있는 어업계 대표의 남동생은 “편의상 홈페이지상에 내 이름을 올려놓은 것”이라며 업체대표 계좌가 또 다른 형제의 처로 되어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대표가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 실패해 신용불량자가 되어서 계좌를 개설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임시로 형수 이름으로 받은 것”이라며 “실제 입금된 돈은 모두 어업계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어업계원들에게 수익 배분이 제대로 되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벌어들이는 수익은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회의를 통해 회원들에게 공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투자가 많아 배분액이 크지 않았다”라며 “어업계는 1972년 아버님이 주도해 3명이 만들어 현재 11명까지 계원이 확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원 중 대표와 자신을 제외한 다른 친인척은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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