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팬이 봐야 해?" 중국에 6.25전쟁은 무엇인가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입력 2020. 10. 18. 11:27 수정 2020. 10. 1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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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BTS까지 공격한 중국 네티즌
애국주의 강조한 영화·방송 줄줄이
과도한 자국중심주의에 반중정서↑
중국중앙방송(CCTV)4 채널에선 '항미원조 보가위국(抗美援朝保家衛國)'이란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있다./사진=바이두
위대한 中이 美를 이긴 전쟁이라며 '항미원조' 미화

지난 12일부터 중국 중앙방송(CCTV)4 채널에선 '항미원조 보가위국(抗美援朝保家衛國)'이란 다큐멘터리가 매일 오후 8시에 30분씩 방영 중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총 20회에 걸쳐 방영된다.

여기서 항미원조는 1950년 6·25전쟁을 부르는 중국식 용어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한국의 침략에 맞서 조선(북한)을 구하기 위한 전쟁'이라는 뜻이다.

다큐멘터리는 중국이 어떤 과정을 거쳐 참전했는지, 전투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다룬다. 1년간 국내외 자료를 수집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내용은 철저히 중국 입맛에 맞는 내용만 나온다.

CCTV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린 항미원조 다큐멘터리(15일 방영분)에는 1만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댓글에는 "이것이 영웅의 조국", "BTS(방탄소년단)팬들은 이것을 봐야한다" 등의 댓글이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

중국 중앙방송이 6·25전쟁 띄우기에 나선 것은 중국군이 1950년 10월19일 처음 압록강을 건너 10월25일 첫 전투를 치렀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선 올해가 항미원조 70주년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신들을 압박하고 있는 세계 최강국 미국과 싸워 승리한 6·25전쟁을 중화민족의 자긍심을 향상시킨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에게 승리의 역사지만 통일을 목전에 두고 있던 우리에겐 뼈아픈 장면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중국 측의 배려는 없다. 더구나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에 따르면 6·25전쟁 중공군 사망자는 14만8600여명에 이른다. 중국이 승리했다는 주장과 달리 중국도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를 입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중국은 70주년 띄우기에 분주하다.

'압록강을 건너다(跨過鴨綠江)'는 제목의 40부작 TV 시리즈도 제작되고 있다. 장진호 전투를 그린 영화 '빙설장진호'(氷雪長津湖)와 금강산 일대의 전투를 그린 영화 '금강천(金剛川)'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희망메시지가 23일 오전(현지시각) 유엔 보건안보우호국 그룹 고위급 회의에서 공개되고 있다. (사진=외교부 페이스북 캡쳐) 2020.09.23 photo@newsis.com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항미원조전쟁을 띄우는 이유는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국민들에서 반미정서와 애국주의를 고취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항미원조'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BTS의 '밴 플리트 상' 수상 소감을 두고 중국에서 과잉반응이 나오면서부터다. 지난 7일 BTS 리더 RM은 미국의 비영리재단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수여하는 '밴 플리트 상' 수상 소감에서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라며 "양국이 공유하는 고통의 역사와 수많은 희생을 언제나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BTS가 항미원조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한 채 전쟁에서 희생된 중국 군인을 존중하지 않고 중국을 모욕하고 있다"는 중국 누리꾼의 반응을 보도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항미원조라는 단어 자체가 중국 위주로 역사를 해석한 것"이라면서 "중국의 전형적인 아전인수식 입장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과도한 애국주의의 발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가수 이효리가 "예명으로 마오 어때요?"라고 한 발언을 두고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전 국가주석을 모욕했다며 십자포화를 쏟아 부었다.

"전세계 아미까지 적으로"… 반중 정서만 키웠다
/AFPBBNews=뉴스1

BTS '한국전쟁 발언'을 두고 중국의 삐뚤어진 민족주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비판이 각국에서 나온다. 중국이 BTS의 팬덤인 '아미'마저 적으로 돌리면서 반(反)중 정서가 앞으로 거세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BTS 발언을 두고 여론 선동이 시작된 곳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였다고 전했다. 이후 중국 누리꾼들이 '중국 모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며 처음으로 보도한 곳이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다.

환구시보는 지난 12일 BTS의 발언에 대한 중국 누리꾼 반응을 보도한 뒤, 14일에는 'BTS의 말에는 잘못이 없고, 우리는 중국 팬이 필요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다시 중국인들을 자극했다.

논란이 커지자 미국 국무부도 여기에 가세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트위터에 "긍정적인 한미 관계를 지지하기 위한 BTS의 지속적인 노력에 감사한다"면서 "당신들은 밴플리트상을 수상할 자격이 매우 충분하다. 음악은 세계를 하나로 만든다"고 말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트위터에 "긍정적이 한미 관계를 지지하기 위한 BTS의 지속적인 노력에 감사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사진=트위터 캡처.

이튿날 국무부가 4년만에 티베트 정책조정관을 임명하고, 홍콩 시위를 탄압한 캐리 람 등 10명의 홍콩 관료 목록을 의회 제출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이를 언급하면서 중국에서의 인권 문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자 환구시보는 지난 15일 은근슬쩍 이번 사태를 한국 언론으로 책임으로 돌리는 의견을 내놨다.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은 이날 논평에서 "한국 언론이 중국 누리꾼의 반응을 선정적으로 보도했다. 한국 언론이 표현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중국 누리꾼들이 불만을 표출했지만 이를 보도하거나 논평한 중국 주류 언론 매체는 매우 적었으며,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중국에서의 과열된 민족주의, 애국주의는 다른 피해도 야기한다. 지난달 중국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선 출연자가 한복을 입고 아리랑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이 방영됐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들은 이를 보고 "이것의 중국의 길거리 춤"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중국은 '아리랑'도 중국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하기도 했다. 조선족이 중국 내 소수민족이라는 이유로 이들의 문화가 곧 중국의 문화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부가 2012년 아리랑을 유네스코에 먼저 등재 신청했다.

중국의 지나친 반응은 역풍이 돼 앞으로 아시아 등 국제사회의 반중정서가 극대화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 이번 사태 이후 트위터 등 SNS에는 '차이나치(Chinazi)'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홍콩 반정부 시위에서 등장한 이 단어는 중국와 독일 나치를 합성한 말로 극단적인 중국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데 쓰인다.

AP통신은 BTS 팬을 인터뷰해 "BTS 팬은 전세계에 있으며, 중국의 이러한 괴롭힘은 결국 전세계가 중국이 6.25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게 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커지는 세계 각국 반중정서
인도 반중국 시위/사진=로이터

지난 7월 말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내놓은 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을 ‘비호감’으로 느끼는 미국인 비율은 73%로, 조사가 시작된 2005년 이래 최고치였다. 특히 이 같은 반중 정서는 정치 성향과 무관했다. 중국을 비호감으로 느낀다는 비율은 공화당 지지자 중 83%, 민주당 지지자도 68%에 달했다.

미국과 중국은 2016년 트럼프 취임 이후 무역전쟁으로 갈등을 시작해 최근 코로나19 책임론과 홍콩, 대만, 위구르, 남중국해 등을 둘러싸고 전선을 넓히고 있다.

미국은 다른 국가들에도 반중국 전선에 참여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압박과 별개로도 유럽국가들과 동남아시아, 아프리가 국가들에선 각각의 이유로 반중 정서가 심화하고 있다.

그동안 미-중 대결 구도에서 중립 혹은 관여(engagement) 정책을 고수해 온 유럽연합(EU)도 탈중, 반중 대열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14일 중국과 EU 정상들과의 화상 정상 회의에서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3명이 시진핑 주석에게 홍콩⋅신장 지구 인권 개선과 공정무역을 공개 요구했다.

역시 지난달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5개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친중 성향의 이탈리아마저 주세페 콘티 총리의 바쁜 일정을 핑계로 왕이와의 면담을 거부했다.

중국과 지정학적으로 직접 부딪히는 국가들에서의 반중 정서는 더 심하다. 대표적으로 인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다.

올해 6월 중국과의 국경 분쟁에서 군인 20여 명의 목숨을 잃은 인도에선 반중 감정이 극에 달했다. 곳곳에서 시진핑 주석 사진과 오성홍기를 불태웠다. 반중 감정은 중국산 불매 운동으로 번져 인도 정부는 6월부터 220개가 넘는 중국산 스마트폰 앱 사용을 금지했다.

인도는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분쟁 중인 필리핀과 베트남에도 손을 내밀었다. 인도는 베트남과 남중국해 문제를 논의하고 중국 견제를 위해 군사 협력을 강화하려고 한다. 인도는 남중국해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으나 중국 견제를 위해 이들 편에 선 것이다.

밀크티 동맹(홍콩 대만 태국의 젊은 시위대)은 반독재, 반중 시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밀크티가 사랑받으면서 붙은 이름이다. 대만과 홍콩에서 벌어진 반중 시위에 태국 등이 지지를 보냈고 필리핀과 인도도 밀크티 동맹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인다.

중국 외교부 관료였던 중국국제문제연구원(CIIS)의 위안 난셩은 "중국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의 싸움에서 선전했지만 이를 중국이 부상하는 역사적인 기회로 보는 것은 전략적 오판"이라면서 "중국에서 포퓰리즘과 극단적 민족주의를 방치하면 국제사회가 이를 '중국 우선주의'로 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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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dragong@mt.co.kr,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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