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울긋불긋 단풍절정 설악산..'아슬아슬' 불안한 거리두기
(속초=연합뉴스) 이종건 기자 = 설악산 단풍이 절정기에 접어든 10월 세 번째 주말인 지난 17일 새벽 2시.
서울 넘버를 단 대형 관광버스 1대가 양양군 서면 오색리 오색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실내등이 켜진 버스 안에서는 잠에 취한 승객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이어 소형 관광버스 2대가 도착했고 문이 열리자 하나둘 하차한 사람들은 도로를 건너 탐방지원센터 쪽으로 종종걸음을 했다.
이들이 도착한 탐방지원센터에는 이미 10여명이 어두컴컴한 야외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린 승객이나 탐방지원센터에 야외벤치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 모두 새벽 3시로 정해진 설악산 입산을 기다리며 모여든 등산객들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탐방지원센터로 몰려든 등산객들은 점차 늘어났다.
오색지구 숙박업소에서 잠을 잔 등산객들은 물론 차량을 이용해 도착한 등산객들까지 속속 모여들자 한밤중인데도 오색탐방지원센터 주변은 등산객들로 북적였다.
약 30여분이 지났을까.
이번에는 등산객들을 태운 대형 관광버스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관광버스들이 쏟아 놓은 등산객들로 오색탐방지원센터 주변은 삽시간에 북새통을 이뤘다.
새벽 2시 30분부터 입산 허용 시간인 3시까지 30여분간 오색탐방지원센터에 등산객들을 쏟아 놓은 대형관광버스는 줄잡아 50여대는 넘어 보였다.
배낭을 걸머지고 헤드랜턴을 켠 등산객들은 대부분 이때까지는 마스크는 착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탐방지원센터 주변의 좁은 공간에 일시적으로 엄청난 인원이 몰리다 보니 거리두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콩나물시루 같은 현장에서 한 탐방객은 "보다시피 대기할 공간이 이렇게 좁은데 어떻게 거리두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탐방객은 "코로나19로 대피소가 운영되지 않는 올해는 길든 짧든 모든 코스에서 당일 산행을 해야 하므로 새벽에 입산하는 등산객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드디어 새벽 3시 탐방지원센터 문이 열리고 이들은 설악산으로 물밀듯 쏟아져 들어갔다.
눈앞에서 펼쳐진 한바탕의 입산 전쟁을 지켜본 후 인근 오색그린야드호텔 주차장 차 안에서 쪽잠을 청했다.
불편한 잠자리에서 뒤척이다 눈을 뜨니 오전 8시.
이번에는 등산로 상황 취재를 위해 주전골과 만경대 코스를 찾았다.
오전 10시께 도착한 주전골 입구에서는 국립공원 설악산사무소 직원들이 나와 입산하는 탐방객들을 대상으로 거리두기 캠페인과 함께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점검을 하고 있었다.
기자도 발열 체크를 하고 탐방로로 들어섰다.
아니나 다를까 탐방로는 단풍을 보려고 나선 등산객들로 붐볐다.
가족과 친구, 연인 단위 탐방객은 물론 어깨동무를 하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산악회 단체 탐방객들도 다수 보였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등산로는 기암괴석 사이로 오색단풍이 가득했다.
가능한 거리두기를 하면서 산행을 하려고 했지만, 등산로가 좁아지는 병목 지점에는 여지없이 체증 현상이 빚어져 거리두기는 불가능했다.
단풍이 아름다운 구간 역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등산객들로 인해 잦은 체증 현상이 빚어졌다.
등산로 입구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점검해서인지 모든 탐방객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등산 도중 마스크를 벗어버린 탐방객도 눈에 띄었다.
턱스크를 하거나 코를 내놓고 입만 마스크로 가린 탐방객도 일부 보였다.
한 탐방객은 "계곡을 오르다 보니 너무 힘들어 잠시 마스크를 벗고 쉬고 있었다"며 "이동할 때는 꼭 마스크를 쓰겠다"고 말했다.
출입이 금지된 계곡에 들어가 취식행위를 하는 행위도 여러 곳에서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 인근 계곡에서는 큰 소리로 떠들며 취식행위를 하던 등산객들과 이를 제지하는 공원사무소 직원이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 장면을 바라보던 한 탐방객은 "직원이 나오라고 하면 나오면 될 것을 저렇게 큰소리까지 내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혀를 찼다.
하지만 해마다 탐방로에서 술 냄새를 풍기는 등산객은 이날 하루 산행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공원사무소는 "산행 중 음주 단속으로 음주 행위가 많이 사라진 데다가 올해는 방역 차원에서 정부가 단체 단풍산행 자제를 당부하면서 친목회 등의 관광성 나들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mom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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