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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풍자' 만평 보여준 프랑스 교사 참수.."나도 교사다" 외치며 연대 다지는 파리

이정애 입력 2020. 10. 18. 15:46 수정 2020. 10. 19.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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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체첸계 러시아인 현장서 경찰에 사살
검찰 "테러 조직과 연계된 살인" 수사 착수
수업 내용 문제 삼은 학부모 등 10명 체포
동료 교사들 "표현의 자유 계속 가르칠 것"
프랑스 파리 근교 콩플랑생트오노린의 중학교 인근 거리에서 역사 교사 사뮈엘 파티가 참수당한 사건이 벌어진 다음날인 17일(현지시각) 학교 입구에 ‘내가 교사다’라고 적힌 종이와 함께 흰 파티의 죽음을 애도하는 흰 장미가 놓여 있다. 콩플랑생트오노린/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중학교 교사가 참수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가 최근 수업 시간에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기 위해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보여줬다는 게 살해 동기였다. 2015년 이 만평을 실었던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총격 테러 이후 일어난 최악의 참사에 프랑스 사회는 경악하며 극단주의적 테러에 맞서 연대 뜻을 다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30㎞ 떨어진 콩플랑생트오노린의 중학교 인근 거리에서 지난 16일(현지시각) 오후 5시께 중학교 교사 사뮈엘 파티(47)가 목이 베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용의자는 체첸계 러시아 출신 이민자 압둘라흐 안조로프(18)로, 사건 직후 흉기를 내려놓으라는 경찰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흉기를 들고 저항하다가 경찰의 총 아홉발을 맞고 현장 인근에서 숨졌다고 통신은 전했다. 사건 당시 그는 공기총과 흉기 등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그의 휴대폰 안에서 파티의 사진과 함께 자신이 파티를 살해했다고 인정하는 메시지가 발견됐다.

이번 사건은, 중학교 역사 교사인 파티가 지난 5일 사회윤리 과목 수업 도중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소재로 삼은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풍자 만평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며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토론을 진행한 것이 발단이 됐다. 그는 2015년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 이후 해마다 토론 주제의 일환으로 이 만평을 학생들에게 보여줘왔으며, 수업 전 무슬림 학생들을 기분 상하게 하고 싶지 않다며 원치 않을 경우 수업에 들어오지 않아도 좋다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업 이후 한 학부모가 수업 내용을 문제 삼아 파티를 형사 고발했다. 파티도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맞불을 놨다. 그러자 이 학부모는 며칠 전 파티를 “깡패”라고 비판하며 그의 사진과 학교 주소를 유튜브에 공개하는 한편, 다른 학부모들에게도 “자신은 물론 이슬람 지도자를 모욕한“ 파티에 대한 해임 요구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사건 이후, 학교에는 연일 협박전화가 걸려왔고, 위협을 느낀 파티는 평소 다니던 숲길 대신 주택가를 통해 출퇴근을 해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프랑스 대테러검찰청은 이번 사건을 “테러 조직과 연계된 살인”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파리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용의자 안조로프는 체첸계 러시아인으로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그는 6살 되던 해 부모와 함께 프랑스로 건너 와 난민 신청을 했으며, 올해 영주권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 직후 경찰은 안조로프의 부모와 할아버지, 남동생 등 가족 4명을 체포한 데 이어, 17일엔 최근 파티의 수업 내용을 문제 삼아 최근 소송을 제기한 학부모 등 6명을 추가 구금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추가로 구금된 이들 중엔 소송을 제기한 학부모의 이복자매와 지인이 포함됐는데, 이 지인은 이슬람 강경주의자로 프랑스 정보 당국의 수사망에 올랐던 인물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그의 이복자매도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조직원으로 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용의자와 파티에게 소송을 제기한 학부모의 직접적 연관성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사건은 2015년 1월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총격 테러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14명에 대한 재판이 지난달 2일 시작된 가운데 벌어졌다. 재판이 시작된 날 <샤를리 에브도>는 총격 테러 계기가 됐던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다시 실은 잡지를 발행했고, 20여일 뒤에 <샤를리 에브도>의 과거 사무실 인근에서 2명이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길거리 한복판에서 교사가 참수되는 사건이 일어나자, 프랑스 사회는 “용납할 수 없는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공격”이라며 크게 들끓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사건 당일 “우리의 동지 한 사람이 표현의 자유, 믿음과 불신의 자유를 가르쳤다는 이유로 살해됐다”며 “우리는 모두 함께 시민으로서 단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랑스무슬림평의회(CFCM) 소속 압달라 제크리도 “<샤를리 에브도> 만평을 구실로 끔찍하고도 무서운 범죄가 이슬람교의 이름으로 자행됐다”며 “이는 프랑스 전체가 비난할 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교사들은 이번 참수 사건에 굴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교육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장레미 지라르 프랑스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17일 장 카스텍스 총리와 장미셸 블랑케르 교육장관을 만나기 전 “많은 교사들이 슬픔에 빠져 있지만, 위축되지 않겠다”며 “다루기 힘든 주제라고 해서 피하지 않고 학생들의 비판 정신을 독려하고 누구에게나 반대할 권리가 있음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프랑스의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나도 교사다’(#JeSuisProf)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파티의 죽음을 추모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2015년 <샤를리 에브도> 총격 테러 당시 ‘나도 샤를리다’(#JeSuisCharlie)라는 해시태그가 봇물을 이뤘던 것과 비슷하다. 사건 이틀 뒤인 18일, 파리 중심가엔 파티의 죽음을 애도하는 집회가 열려 수천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프랑스 정부는 21일 파티의 죽음을 애도하는 국가적 추도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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