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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尹 검범유착 공작 의혹"..김봉현 문건, 채널A사건 데자뷔?

정유진 입력 2020.10.18. 17:12 수정 2020.10.1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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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제기한 소위 '검범(檢犯)유착' 의혹에 다수의 모순적 내용이 포함돼 있어 진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언(檢言)유착'에 이은 '검범유착' 의혹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궁지로 몰려는 공작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6일 김 전 회장은 일부 언론에 "여당뿐 아니라 야당 정치인에게도 금품 로비를 했고, 현직 검사 여러 명에게 접대를 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편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자신의 주장 근거를 A4 용지 5장에 빼곡히 썼다. 문제는 김 전 회장이 제시한 근거의 상당 부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지난 4월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봉현"실시간 보고"→검찰 "대검 보고는 주기적이 원칙"
김 전 회장은 "매일 수사 상황(을) 검사들이 대검에 직보(실제 내 앞에서 보고 이뤄짐)"라고 적었다. 하지만 대검찰청에 따르면 일선 청은 수사 상황을 실시간이 아닌 주기적으로 대검에 보고한다. 김 전 회장의 주장처럼 피의자 앞에서 수사 상황을 대검에 보고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일선 청의 수사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면 대검 업무가 마비된다. 한꺼번에 모아서 주기적으로 보고 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겠냐"고 부연했다.

또 김 전 회장은 A4 용지에 "당초 두 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500만원 관련은 소액이라서 수사 진행 안 된다고 했다가 (윤) 총장의 '전체주의' 발표 후 당일부터 수사방향 급선회"라고 썼다. 윤 총장이 '전체주의'를 언급한 시점은 지난 8월 3일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였다. 당시 윤 총장은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현 정권을 겨냥해 여권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렇지만 이때는 이미 수사팀이 기동민 의원을 비롯한 여당 정치인의 금품수수 및 로비 정황 등에 대한 물증과 진술 등을 확보하고 소환 준비를 마친 다음이다. 이들이 석 달 넘게 미루는 바람에 소환 조사가 늦춰지고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윤 총장은 라임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보고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이 지난해 7월 검찰 조사에서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가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달하겠다고 해 5000만원을 쇼핑백에 넣어줬다"고 진술했다. 실제로는 윤 총장은 이 같은 내용을 김 전 회장이 지난 8일 법정에서 증언할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8월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뉴스1]


"정치인 수사, 시그널로 느껴"→"범죄수익 용처 수사는 당연한 수순"
김 전 회장이 편지에서 "검찰 조사에서 8할은 정치인 조사였고 제 조사는 2할이었다. 그리고 조사과정에서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시그널을 검찰로부터 받았기 때문에 그것에 맞춰서 진술했고, 실제 분위기도 그렇게 갔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 방식을 제대로 모르고 한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회장은 도주 중이던 지난 4월 체포됐고 곧바로 구속됐다. 김 전 회장의 구속영장 발부는 241억원 횡령 혐의의 상당 부분이 소명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미 김 전 회장의 혐의인 횡령이 입증돼 구속된 만큼 그 이후 횡령금액의 사용처 확인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즉 횡령한 돈이 정치권으로 흘러간 정황을 확인하는 쪽으로 검찰 수사가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A 변호사 "술자리에 현직 검사 없었다"
김 전 회장이 전관 출신의 A 변호사를 언급하며 "지난해 7월 전관 출신 A 변호사와 함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 룸살롱에서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접대를 했다. 술자리에 동석했던 검사 중 1명은 접대 이후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A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의 주장이 허위라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A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이 있는) 술자리에 동석한 적은 있다"면서도 자신이 참석했던 자리가 검사를 접대하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술자리 참석자는 총 4명으로 나와 김 전 회장, 검사 출신 변호사와 비(非) 법조인"이라며 "라임 수사팀이 꾸려지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라임 수사 검사를 접대한다는 거냐. 김 씨의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술자리는 2019년 7월에 있었지만, 검찰이 라임 수사팀을 꾸린 건 올해 2월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전 회장의 편지를 두고 "'채널A 사건'의 데자뷔"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회장의 편지에서 언급된 "총장에게 힘을 실어 주려면"이라는 문구가 채널A 사건에서 나온 표현과 동일하다. KBS 뉴스9는 지난 7월 18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기로 공모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전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 유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밝혔지만 결국 오보로 결론이 났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고위간부는 "검언유착 의혹을 주장하는 측에서 '유시민 이사장을 잡기 위해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공모했다'고 근거도 없는 주장을 하더니 이번에는 '강기정 전 정무수석을 잡기 위해 김 전 회장과 윤 총장을 주축으로 하는 검찰이 공모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제3의 인물’ 발언 논란된 채널A 사건 관련 KBS 보도 내용


정유진·이가람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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