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도, 행사도 '대학원생 도움'..나경원 '엄마 찬스' 논란 가열

오승훈 2020. 10. 1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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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진실위 결정문 보니
서울대 연구실 사용 외에도
논문 초고 대학원생이 검토
학회도 대학원생이 참가해
"이게 엄마찬스 아니면 뭐"
나경원 "공동연구진 중 1명
이 학회 참석한 것..흔한 일"
제20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충돌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다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2014년 서울대에 아들 김아무개씨의 과학경진대회 참석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가운데, 나 전 의원이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엄마 마음으로 한 일’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올려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엄마 찬스’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진실위) 결정문’을 통해 당시 미국 고등학생이었던 김씨가 받았던 남다른 혜택(?) 등이 드러나면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통해 지난 16일 확인한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진실위) 결정문’을 보면, 서울대는 ‘비실험실 환경에서 심폐 건강의 측정에 대한 예비적 연구’ 포스터에 김씨가 제4저자로 표기된 것은 ‘부당한 저자표시’라고 판단했다. 진실위는 “김씨는 박사학위 논문을 마무리할 때 데이터 검증을 도와줬으나 이는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요하지 않는 단순 작업이다. 그 외 다른 기여는 없다”며 “저자로 포함될 정도의 기여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진실위는 “논문이 아니라 1쪽 분량의 포스터이고 단순 데이터 검증 작업을 했다고 보인다”면서도 위반의 정도는 경미하다고 밝혔다.

또 진실위는 나 전 의원의 부탁으로 김씨가 연구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진실위는 “김씨가 작성한 연구노트, 김씨와 윤아무개 서울대 의대 교수 사이 오간 이메일과 면담결과 등을 종합하면, 윤 교수가 김씨 어머니(나 전 의원)로부터 김씨 엑스포(미국 고교생 대상 경진대회) 참가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의대 의공학 연구실에서 연구를 수행하게 하였다”고 설명했다. 서동용 의원은 “엄마 찬스가 아니였다면 아들이 서울대 연구실에서 실험을 할 수 없었던 것은 물론, 연구물에 부당하게 공동저자로 표기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나 전 의원과 윤 교수는 서울대학교 82학번 동기생으로 윤 교수 또한 언론 인터뷰에서 “개인적 친분이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나 전 의원의 아들 초고를 대학원생에게 검토하도록 했다는 내용과 학회에 대학원생이 대신 참석했다는 내용이 나와 있는 서울대 진실위 결정문.

여기까지가 알려진 사실인데 서울대 진실위 결정문을 자세히 보면, 김씨가 받았던 편의가 남달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서울대 의대 의공학 연구실에서 연구를 수행한 점 외에도, 김씨의 초고를 윤 교수가 김아무개 교수에게 검토 요청하자, 이를 다시 김 교수가 대학원생에게 지시해 대학원생이 포스터를 검토하고 작성을 거들었다는 대목이 나오는 것이다. “김ㅇㅇ는 초고를 작성한 후 2014. 12. 말 피조사자 윤ㅇㅇ에게 보내 검토를 요청하였고, 피조사자 유ㅇㅇ의 요청으로 피조사자 김ㅇㅇ이 이를 2015. 1. 초에 ㅇㅇㅇ에게 전달하여 검토하도록 하였다. 엑스포 포스터 작성은 ㅇㅇㅇ가 도왔다.”

이 과정에서 김씨 대신 서울대 대학원생이 발표자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한 사실도 결정문에 적시돼 있다. 결정문에는 “김ㅇㅇ의 사정으로 학회 참석이 어려워지자 당시 대학원 신입생인 ㅇㅇㅇ이 대신 포스터 내용을 정리한 후 발표자로 학회에 참석하였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특혜와 비리를 넘어, 혈세로 운영되는 국립 서울대가 나경원씨 집안 입시컨설팅 기관으로 전락한 것이나 다름 없다. 이 전 과정이 특혜가 아니고 엄마찬스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냐”며 “당시 박근혜 정권 실세 정치인의 위세가 아니면 우리나라 국민, 우리나라 고등학생 누가 그걸 할 수 있겠냐”고 했다. 또 “그런 불공정과 특혜를 통해서 미국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다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반성은커녕 지금도 적반하장으로 자기와 관련된 모든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면 자다가도 분노가 솟는다”고 덧붙였다.

18일, 나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일단 윤ㅇㅇ 교수님은 제 아들의 연구 과정에 대한 슈퍼바이저, 즉 지도교수입니다. 따라서 아들의 연구 결과물에 대한 전체적인 검토와 보완에 대한 책임자입니다. 윤 교수님이 다른 교수에게 검토를 요청하고 그것을 대학원생 A에게 검토를 부탁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A학생은 제 아들이 1저자(주저자)로 등재된 포스터의 공동 보조저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것이 어째서 특혜입니까?”라고 했다. 또 대학원생이 학회에 대리 참가했다는 것과 관련해선 “대학원생이 갔다는 행사는 EMBC, 학술대회입니다. 당시 EMBC에는 제 아들의 연구결과물 말고도 다른 교수, 대학원생들의 연구가 함께 출품됐다”며 “다만 사정상 학회 참석이 어려운 관계로 공동 연구진 중 1인이 대신 연구성과를 발표한 것입니다. 주저자 참석이 어려울 경우 보조저자가 참석하는 것은 전혀 드물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것이 도대체 어째서 특혜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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