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겨레

지난해 실험동물 371만 마리..수의대 동물은 '출처불명'

김지숙 입력 2020. 10. 19. 08:46 수정 2020. 10. 19. 10:06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애니멀피플]
대학, 지난 5년간 동물실험 개선명령·보완권고 1위
이탄희 의원 "실험동물 공급 투명성 위해 법 개정"
지난해 경북대학교 수의대 실습실에서 만난 한 실습견. 실습견들은 ‘수위산과실습’에 동원되며 강제교배 당하고 실제로 출산을 하기도 했다. 사진 애니멀피플

한해 실험동물로 희생되는 동물의 수가 수백만에 이르는 가운데, 대학 내 동물실험 관리는 여전히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경기 용인정·교육위원회 소속)이 식약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동물실험시설이 처리한 동물 사체량은 총 2654톤이었다. 동물사체량은 2019년 450톤에서 2016년 686톤으로 증가했다가 지난해 573톤으로 소폭 감소했다.

이탄희 의원실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작년 한해 실험에 동원된 동물은 약 371만 마리였다. 2019년 농림부의 ‘실험동물 보호복지 관련 실태 조사’를 보면, 이는 2010년 이후 매년 4~20%까지 실험동물 사용이 늘어나다 최근에 증가가 멈춘 것이다. 2010년 132만 마리였던 실험동물은 2014년 241만 마리로 늘어났고, 2018년 372만 마리까지 폭증했다.

동물보호법 제23조가 정한 동물실험 기본 원칙인 3R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3R 원칙이란 △동물실험의 숫자를 줄이고(Reduction) △비동물실험으로 대체(Replacement)하고 △고통을 최소화(Refinement)하는 것이다.

지난해 실험동물을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은 일반기업체로 174만 마리였다. 다음으로 대학이 120만 마리, 국공립기관 44만 마리, 의료기간 33만 마리 순이었다.

대학의 경우, 실험동물을 두번째로 많이 사용했지만 동물과 관련한 연구윤리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었다. 특히 국립대인 경북대학교는 과거 한차례 논란됐던 실습을 2019년까지 같은 방식으로 이어왔다.

경북대 수의대는 수의학과 전공과목인 ‘수의산과실습’에서 실습견들을 강제교배 시켜 새끼를 분양한 사례가 있었다. 또한 실습견 중 한 마리는 질병이 발생했음에도 한달 가량 실습에 동원되다 결국 사육실에서 사망했다. 경북대의 이러한 문제는 애니멀피플의 두 차례 보도를 통해 지적된 바 있다. (▷관련기사: ①‘식용견’에서 ‘실습견’으로…수의대 개는 어떻게 사나 ②“강제 교배로 낳은 강아지는 학생들 몫이었다”)

더 큰 문제는 출처가 불분명한 실습견을 실험에 사용해왔다는 점이다. 이탄희 의원실의 조사에 따르면, 경북대는 최근까지도 정식 실험동물 공급업체가 아닌 곳에서 동물을 공급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대가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실험동물로 사용한 개와 고양이는 470만 마리로, 실험동물 공급시설로 등록되지 않은 업체로부터 구매한 경우가 44.9%(211마리)였다. 이 중에는 공급처 자체 증빙이 불가능한 곳도 있었다.

실험동물에 대한 관리도 여전히 미흡했다. 이미 실험에 동원된 실험동물을 다른 실험에 재사용하거나 동물실험윤리위원회로부터 승인 받은 동물이 아닌 다른 동물을 사용했음에도 변경과정이 누락된 실험도 존재했다.

경북대학교 뿐이 아니다. 지난 3년간 농림부의 동물실험 실시기관 운영현황을 살펴보면 대학교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개선명령을 가장 많이 받은 곳이었다. 대학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모두 26건의 개선명령을 받았으며, 이 수치는 일반기업체(20회)·의료기관(3회)보다 많았다. 같은 기간 기관별 지도·감독 조치 또한 26건에 달했다.

현행법상 실험동물은 동물보호법과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실험동물법)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실험동물과 관련된 두 개의 법률에서 대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의 실험동물 이용을 규제할 조항은 미비하다. 동물보호법 24조에 유기·유실 동물을 대상으로 해선 안된다는 조항이 있지만, 개 시장에서 개를 사서 실험을 해도 처벌할 수 없다.

실험동물법은 정식 공급업체에서 공급받지 않은 동물로 실험했을 때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지만, 이 또한 법 적용 대상에서 교육기관(대학)은 빠져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이 같은 문제 제기를 담은 실험동물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실현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탄희 의원은 “전국 수의과대학을 포함한 교육기관의 학생들이 윤리적인 환경에서 동물을 다룰 수 있도록 생명윤리교육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 더불어 우리 사회도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에 발맞춰 동물에 대한 생명윤리에 인식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대학 등 교육기관에서 이뤄지는 동물실험에 대해 동물실험 공급처를 법으로 규정하여 무허가 업체나 유기견, 식육견, 길고양이 등이 실험에 이용되지 않도록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