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판] 라임·옵티머스, 정권 뒤흔드는 초대형 '킹핀'되나

2020. 10. 1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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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식의 정치판]


​​​​​​​- 與 “금융 사기”라면서도 ‘지옥문 열리나’ 초긴장


- 국민의힘도 수사 사정권에 … 검찰 칼 끝에 달린 정치권


- 주호영 “이성윤, 라임·옵티머스 묻으려 한다…특검 안되면 특조단을”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여파가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 이 사건에 청와대 전직 참모와 여당 정치인 연루 의혹이 잇달아 터져 나오고, 야당 인사 이름까지 거명되면서 정치권은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에 ‘성역 없는 수사’, 청와대 참모들에겐 수사 협조를 지시하면서 검찰도 적극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내년 4월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뿐만 아니라 차기 대선판도 검찰의 칼끝에 달려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라임 펀드 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지난해 10월 환매 중단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환매 중단 규모는 1조6000억원이 넘는다. 먼저 발생한 펀드 손실을 신규 가입자의 투자금으로 막는 전형적인 ‘폰지(다단계 돌려 막기)’ 수법을 썼고 고객 돈을 쌈짓돈처럼 뒤로 챙기면서 개인 4000여 명이 피해를 봤다.



옵티머스 사태는 펀드를 연 3%대 수익을 주는 공공 기관 매출 채권에 운용한다고 속인 뒤 2018년 4월부터 지난 6월까지 약 1조5000억원의 투자금을 모았다. 하지만 투자금 대부분을 공공 기관 매출 채권과 관계없는 부실기업 등 인수에 사용하면서 5151억원의 환매 중단 사태를 불렀다. 이 역시 폰지 사기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과정에서 정·관계 로비가 벌어지면서 정치권에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라임 사태는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기동민 민주당 의원, 민주당 소속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 김 모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이 확보한 옵티머스 사태 관련 문건엔 정·관계 인사 20여 명의 이름이 기재돼 있다. 옵티머스 전 이사 윤 모 변호사의 부인인 이 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은 옵티머스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서울 종로 선거사무소에 설치된 복합기 대여 사용료가 옵티머스 관계자에 의해 대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검찰총장을 지낸 채동욱 고문과의 회동 사실이 확인돼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것처럼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권력형 게이트’로까지 번질 수 있느냐다. ‘권력형 게이트’가 되기 위해선 우선 ‘키맨(핵심 실세)’이 등장해야 한다. 5공화국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 씨, 노태우 정부 때 박철언 씨, 김영삼 정부 때 아들 김현철 씨, 김대중 정부 때 아들 비리 의혹, 노무현 정부 때 실세들이 관련된 ‘박연차 게이트’, 이명박 정부 때 친형 뇌물 수수, 박근혜 정부 때 ‘문고리 실세 3인방’과 최순실 사태 등이 그런 예다. 하나같이 정권을 뒤흔든 초대형 권력형 비리 사건이다.




◆주호영 “이성윤, 사건 묻으려 한다…특검·특조단 필요”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 현실화하기 위한 또 하나의 조건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다. 현재까지는 권력형 게이트가 되기엔 ‘스모킹 건’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사태 전개가 과거 게이트로 가는 길인 ‘여권의 단순 사기 주장→청와대·정부 전·현직 실무자들 관여→이들을 고리로 한 정권 실세 연루→여권 지지율 하락’ 등 흐름을 밟아 가는 징후가 보이고 있다는 데 여권은 긴장하고 있다.



관건은 검찰 수사에 달려 있다. 국민의힘이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신종 권력형 ‘정·관·펀드 유착 게이트’라고 규정하고 특검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의견을 들어봤다.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했는데 근거가 있나.


“‘권력형 게이트’라고 하면 권력 실세들이 많이 관여되는 것인데 그런 조짐이 보인다. 과거 ‘이용호 게이트’와 마찬가지로 금융감독원에서 여럿 관여했다. 청와대 전 정무수석과 전 행정관의 이름도 나오니 이것만 봐도 게이트다. 이낙연 대표의 복합기 대여 문제는 지원받은 임대료가 70만원밖에 안 되지만 어떤 계기로 지원받게 됐는지 따지다 보면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분명하게 짚을 것은 이성윤 서울지검장에게 수사를 맡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지검장은 깔아뭉개는 데 유명하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검사 5명을 파견 받았다고 하는데 그중 선임이 이 지검장의 고교 후배다. 이는 수사를 하려는 게 아니라 묻으려는 것이다.”



▶특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특검이 제일 좋은 것이고 그게 안 되면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특별수사단이라도 구성해야 납득할 수 있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 지검장이 주도하는 수사가 끝난들 제대로 종결되겠나.”



▶‘여당은 핵심 실세가 관여된 증거들이 없다고 한다.


“수사도 안 했는데 ‘스모킹 건’이 나올 수 있겠나. 자기들 편이 수사하면서 지금부터 아무것도 없다고 하면 수사 결과를 누가 믿겠나.”



▶‘국민의힘에 관련 제보가 들어온다고 들었다.


“이미 들어온 게 있다. 당 조직(라임·옵티머스 권력 비리 게이트 특별위원회)이 확대 개편된 뒤 더 많은 제보가 들어올 것으로 본다. 제보를 기반으로 파헤칠 것이다.”

김태년 “금융 사기 사건을 정쟁 도구로 삼아 안타깝다”




반면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렇게 반박했다. “민주당의 방침은 확고하다. 검찰이 성역 없이 수사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과 국민의힘이 별 근거 없이 금융 사기 사건을 권력형 게이트라고 규정하고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안타깝다. 라임·옵티머스 사건은 금융 사기 사건이다.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기 위해 권력형 게이트라는 딱지를 갖다 붙이고 공격 소재로 삼는 것은 맞지 않다.”



하지만 이 발언은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검찰에 지침을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자체가 여권의 긴장감을 말해 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지금은 총탄이 이리저리 난사되는 형국이지만 언제 어느 순간 과녁을 정조준할지 모른다”며 “여권 인사들과 관련돼 제기되는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정권을 흔드는 ‘킹핀(핵심)’이 될 수 있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홍익표 의원이 “현재는 금융 사기”라면서도 “권력형 게이트로 갈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잘 말해 준다. 



특히 옵티머스 투자 자금 4000억원의 향방이 묘연한 상태에서 검찰이 수사팀 보강에 나선 것에 여당은 주목하고 있다. 야당은 수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던 검찰이 여론에 떠밀려 시늉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당에선 검찰이 뭔가 단서를 잡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사기범들이 만든 문건에 ‘프로젝트 수익자로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이 일부 관여돼 있다’는 문구에 대해 여권은 허위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은 정황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현직 장관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이 옵티머스 펀드 수익자 명단에 올라 있는 게 대표적이다.



여권 내에서도 “이러다가 ‘대형 게이트’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여당 관계자는 “지뢰밭을 걷는 아슬아슬한 기분”이라며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하나둘 나온다면 그 자체로 여론과 정권을 흔들 수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도 안심할 수 없다. 라임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트모빌리티 외장이 야권 인사의 무마 의혹 및 검찰 로비 의혹을 제기하면서 여당의 집중 공세를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입에 정치권이 들썩이는 양상이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9호(2020.10.17 ~ 2020.10.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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