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LED 디스플레이 난제 '청색광 퀀텀닷' 왜 만들기 어렵나

조승한 기자 2020. 10. 19. 11: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CES2020에서 2020년형 QLED 8K 신제품 ‘Q950TS’를 선보였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연구진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에 사용되는 청색광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 효율을 이론상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을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완벽한 QLED TV 상용화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장은주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펠로우 연구팀은 셀레늄화아연(ZnSe) 기반 소재를 활용해 청색광에서 최대 효율을 달성하면서도 안정적인 자발광 퀀텀닷을 개발했다고 이달 1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퀀텀닷이란 전압을 가하면 스스로 빛을 내는 지름 수 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양자점(반도체 결정체)을 의미한다. 크기에 따라 색을 결정하는 빛의 파장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색상이 뛰어난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유리하다. 크기가 작아 세밀한 화소 표현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이를 발광물질로 사용해 화면으로 구현한 것이 퀀텀닷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필수 광원 중 하나인 청색광 퀀텀닷은 적색이나 녹색보다 에너지가 큰 푸른빛을 낸다. 하지만 소재가 이를 견디기 어려워 개발이 쉽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시중에 QLED TV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기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광원 앞에 빛을 받으면 적색이나 녹색빛을 내는 퀀텀닷 필름을 더해 만든 사실상 OLED TV에 가깝다. 삼성전자가 내년부터 양산할 계획인 QLED 디스플레이도 푸른색 OLED를 광원으로 하고 앞에 푸른빛을 받아 적색과 녹색을 내는 퀀텀닷 필름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외부 빛이 아닌 전기가 가해지면 스스로 빛을 내는 광원인 퀀텀닷 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효율과 안정성을 높인 적색광과 녹색광 퀀텀닷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청색광 퀀텀닷은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었다.

퀀텀닷은 크기가 작아지면 청색에 가까운 빛을 낸다. 하지만 퀀텀닷이 작아지면 오히려 표면적은 넓어지는데, 이 표면에 결함이 없어야 높은 효율을 낸다. 청색광 퀀텀닷을 만들기 그만큼 어려운 이유다. 청색광은 여러 색 빛 가운데 에너지가 크다. 이런 청색광을 내는 소재는 오래 제성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난제로 꼽힌다. 배완기 성균관대 나노공학부 교수는 “디스플레이가 시간이 지나면 색이 변하는 것도 청색 소자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효율과 안정성이 높은 청색광 퀀텀닷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내 QLED 상용화의 가능성을 높였다. 셀레늄화아연을 소재로 써서 파장이 457nm인 청색빛을 내는 퀀텀닷 합성 기술을 제시했다. 불산과 염화아연(ZeCl₂) 첨가제를 넣어 셀레늄화아연 결정 구조의 결함을 제거해 발광 효율을 높였다. 전기를 빛으로 바꾸는 효율을 의미하는 외부양자효율(EQE) 20.2%를 달성했다. 이는 학계에서 청색광 퀀텀닷이 이론적으로 도달할 수 있다고 본 최대 효율인 19.8%보다 높은 수치다. 광도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데는 1만5850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개발된 청색광 퀀텀닷들은 광도가 유지되는 시간이 5분밖에 되지 않아 안정성에 문제를 겪어 왔다.

연구팀은 친환경적인 QLED 소재 개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인화인듐(InP)을 활용해 유독한 중금속인 카드뮴을 쓰지 않으면서 효율도 높고 안정적인 QLED 소자를 개발했다고 네이처에 공개했다. 카드뮴은 양자점을 만들기 가장 쉬운 소재지만 뼈가 잘 부러지는 이타이이타이병을 일으는 유해물질로 분류된다. 연구진은 당시 카드뮴을 쓰지 않고도 발광 효율을 21.4%까지 달성하고 100만 시간 동안 오류 없이 작동하는 내구성을 보여 QLED 상용화 가능성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스스로 빛을 내는 QLED를 상용화하려면 밝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시간을 훨씬 늘려야 한다. 현재 1만5000시간은 시장에 판매하는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이 곧바로 제품에 적용될 수준은 아니지만 QLED 상용화 가능성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고 평가한다. 양지웅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는 “청색광 QLED의 빛 효율은 이전 최고기록이 8~9%였는데 이번에 이론 효율에 도달한 것”이라며 “안정성도 안정한 시간을 제시하는 연구 자체가 없을 정도였는데 시간을 제시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