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너무 힘들어요" 마지막 말..시민들, 응답하다

박윤경 2020. 10. 1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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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무 힘들어요."

지난 12일 숨진 한진택배 소속 택배노동자 김아무개(36)씨가 숨지기 나흘 전 회사 동료에게 보낸 메시지가 시민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대학생 이민영(26)씨는 "기저질환이 있어 코로나19 대규모 확산 땐 집 밖에 전혀 나가지 않고 택배로만 생필품을 전달받았지만 택배노동자들이 과도한 업무로 죽어나가는 뉴스를 볼 때면 죄책감에 괴롭다"며 "나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택배가 정작 노동자의 착취로 이뤄지는 건 절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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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10번째 사망에
"그분도 아파서는 안될 사람"
장시간 노동관행 개선 촉구
집 앞에 간식·음료 내놓기도
19일 낮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추모 및 대기업 택배사 규탄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예방 호소 택배 소비자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지난 12일 세상을 떠난 택배노동자 고 김아무개씨가 동료에게 보낸 문자가 적힌 손팻말과 국화꽃을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저 너무 힘들어요.”

지난 12일 숨진 한진택배 소속 택배노동자 김아무개(36)씨가 숨지기 나흘 전 회사 동료에게 보낸 메시지가 시민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뒤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사실상 유언이 된 30대 노동자의 한마디에 시민들이 분노와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김씨까지 올해만 10명의 택배노동자가 거리에서 스러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택배업계의 뿌리 깊은 고강도 노동 관행을 개선하도록 우리가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늘 420개를 들고 나와서 지금 집에 가고 있다”던 택배노동자 김씨의 마지막 말은 주부 이아무개(57)씨의 마음도 무겁게 짓눌렀다. 이씨는 김씨가 숨졌다는 기사를 읽은 뒤 늘 집에 물건을 배송해주던 택배기사를 떠올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의 번호를 휴대전화에 저장했다. 출고일이나 배송 예정시각 등을 전해 받을 때만 보던 번호였다. “번호를 저장하고 카카오톡을 보니 기사님이 아들과 찍은 프로필 사진이 보이더라고요. 그제야 그분도 아파서는 안 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에 엘리베이터에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마주쳤을 때도 그런 생각을 못했어요.” 이씨는 19일 <한겨레>에 말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새로운 택배서비스’를 제안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한 트위터 이용자(@gia****)는 “당분간 택배는 자제하기로 했다. 받아야 할 것들도 잊고 있기로 했다”며 “사람이 먼저다”라고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이용자(@127te****)는 “택배 당일배송, 총알배송 이런 서비스를 없애거나 별도의 합당한 추가비용을 받고 시행하는 걸로 바꾸면 어떨까. 그리고 그 추가비용으로 해당 업무를 수행할 사람들 임금을 주고, 택배기사들 노동과 삶을 갈아넣어 겨우 유지되는 지금의 구조를 바꿔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한겨레>가 인터뷰한 시민들도 “택배노동자에 대해 미안함과 부채감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최종현(30)씨는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소식이 전해진 지난 18일 집 앞에 찾아올 택배노동자를 위해 음료수와 간식을 준비해뒀다. 최씨는 “‘행복을 전하는 택배가 오늘 배송될 예정입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는데 정작 노동자들의 행복은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았다”며 “‘힘내세요’라며 답장을 보낼까 생각도 들었지만 부담이 될까봐 간식만 대문 앞에 놓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민영(26)씨는 “기저질환이 있어 코로나19 대규모 확산 땐 집 밖에 전혀 나가지 않고 택배로만 생필품을 전달받았지만 택배노동자들이 과도한 업무로 죽어나가는 뉴스를 볼 때면 죄책감에 괴롭다”며 “나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택배가 정작 노동자의 착취로 이뤄지는 건 절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낮 ‘택배기사님들을 응원하는 시민모임’ 등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택배업체에 과로사 예방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물량이 늘어난 뒤 택배업체의 수입도 증가했지만 택배기사들의 살인적 노동강도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었다”며 “택배노동자들의 사망이 명백한 ‘인재’인 이유”라고 비판했다. ‘택배노동자 건강이상 신고센터’를 연 택배연대노동조합은 시민들이 택배노동자들에게 이 신고센터를 알리고 응원 메시지를 보내자는 취지의 캠페인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박윤경 강재구 기자 yg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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