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축소하고 졸속 폐쇄 결정.. 탈원전 무리수 드러나

최현묵 기자 입력 2020. 10. 20. 03:09 수정 2020. 10. 2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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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일부 과정 부적절" 결론

감사원이 19일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이 일부 부적절했다는 내용의 감사 보고서를 의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영향을 받게 됐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20일 공개하겠다고 하면서도 그 내용은 밝히진 않았다. 다만 이번 감사에서 폐쇄 결정 당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뿐 아니라 청와대 채희봉 산업정책비서관도 고강도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권에선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에서 탈원전 정책을 챙긴 채 전 비서관은 올 4월 한국가스공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법사위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월성 원전 1호기는 현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을 상징한다. 월성 1호기는 설계 수명이 2012년 11월까지였지만 7000억원을 들여 개·보수를 마치고 2015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계속 운전 허가에 따라 2022년 11월까지 운영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둔 직후인 6월 15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예정에 없던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이때 한수원은 이사들에게 “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을 요청했다”며 경제성 분석 보고서를 보여주지도 않은 채 표결을 강행했다.

하지만 이후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고의로 축소·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월성 1호기 폐쇄를 결정한 이사회 석 달 전인 2018년 3월 한수원이 작성한 자체 분석 보고서에는 ‘계속 가동이 즉시 정지했을 때보다 3707억원 이득’이라고 돼 있었다. 그러나 두 달 뒤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은 삼덕회계법인의 중간 보고서에선 계속 가동 이득이 1778억원으로 축소됐다. 산업부·한수원·삼덕회계법인이 회의한 뒤에는 계속 가동 이득이 224억원으로 더 쪼그라들었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의 기준이 되는 원전 이용률과 전력 판매 단가 전망치는 계속 하향 조정돼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는 계속 낮아졌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문제점과 과정

그렇게 낮췄음에도 ‘계속 가동이 이득’이라는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한수원은 결국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한수원의 영구정지 신청을 받은 원안위는 작년 10월과 11월 두 차례 의결 보류 끝에 지난해 12월 24일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의결했다. 당시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타당성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인데도 원안위는 위원회를 소집해 영구 정지를 결정했다. 이 때문에 작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당시 여당 의원조차 “정부 기관 간 엇갈린 결정이 날 수 있다”며 “상식적이지 않다”고 했었다.

원안위 결정 이후 한수원은 이후 월성 1호기의 원자로에 들어 있던 연료를 빼냈고, 현재 해체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라선 월성 1호기의 재가동도 가능하다. 연료를 재주입하고 기본적 정비만 하면 재가동에 큰 기술적 문제는 없다.

월성원전 1호기/조선일보 DB

그러나 정부가 월성 1호기를 재가동할 의지가 있는지가 문제다. 월성 1호기를 재가동하려면 한수원이 원안위로부터 가동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공기업인 한수원이 청와대와 정부의 탈원전 방침을 거스르고 재가동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상징이 돼버린 월성 1호기를 한수원이 재가동하겠다고 나설지 의문”이라고 했다.

감사원은 이날 의결한 감사 결과를 20일 오후 2시 공개할 계획이다. 감사원은 20일 처분 대상자에게 감사 결과를 통보한 뒤 최종 보고서를 국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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