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의 슬픈 엔딩송 "100만원 노래방 기기, 달랑 1만원"

장근욱 기자 2020. 10. 20.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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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완화에도 운영난 여전.. 신곡 업데이트·저작권료 부담에 중고 시장서도 사려는 사람 없어

서울 서대문구에서 ‘와라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던 박모(44)씨는 최근 코로나로 인한 ‘매출 0원’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했다. 노래방 반주기와 앰프 20세트를 용산 전자상가에 팔고 손에 쥔 돈은 25만원. 세트당 1만원 남짓 받았다. 창업할 때 세트당 100만원 넘는 가격에 샀고, 매달 세트당 약 1만5000원씩을 주고 업데이트했던 기기였다. 박씨는 “억울하지만, 노래방 기기는 무조건 매달 업데이트 비용과 저작권료 5000원가량을 내야 해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손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가게 임차 계약을 할 때 걸었던 보증금 3000만원은 모두 포기했다. 반년간 밀린 월세가 1000만원, 남은 계약 기간 내야 할 월세가 1000여만원, 그리고 철거 공사를 건물주가 대신해주는 대가로 1000만원을 줬다. 박씨는 코로나 이후 5000만원 정도 빚을 진 상태다. 그는 “노래방이 하나 더 있는데, 그거라도 잘 운영하며 버텨볼 생각”이라고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은 노래방·PC방 등 업종에서 자영업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견디지 못해 폐업을 선택하더라도 초기 고가로 구매한 기기가 팔리지 않거나, 낮게 형성된 중고 매매가 때문에 손해를 떠안는 것이다.

특히 노래방 업주들 피해가 크다. 박씨가 말한 것처럼 ‘기기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주기 10대 미만 규모의 노래방을 운영하는 임모(60·동작구)씨는 두 달여 전 폐업을 알아봤지만, 노래방 기기를 매입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관뒀다. 결국 이번 주 영업 재개를 하며 반주기를 가동해 보니, 그중 1대가 불도 들어오지 않고 고장이 나 있었다. 임씨는 “한 달에 30만원씩 전기료를 들여 나름 관리를 한다고 제습기를 돌렸는데도 소용이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PC방 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8년간 명지대 인근에서 PC 50대를 두고 PC방을 운영해온 김모(38·홍은동)씨는 집합 금지가 풀린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는 매출 때문에 지난달 폐업했다. PC방 역시 손님이 없더라도 인터넷비와 서버비 등 고정 지출이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PC방용 고(高)사양 PC 가격은 형편없다.

김씨는 3년여 전 대당 100만원씩 주고 샀던 PC 50대를 대당 28만원씩에 팔았다. 올 초만 해도 45만원 정도씩은 받을 수 있던 제품들이다. 김씨는 “중고상에게 1만원씩 더 쳐달라고 통사정했지만, 안 됐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건물주에 맡겼던 보증금 2000만원은 고스란히 날렸다.

PC 중고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는 PC방 업주들의 전화가 쇄도한다. 중고 컴퓨터·모니터 등을 전문으로 매매하는 H업체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엔 폐업 하루 2~3건이던 PC 판매 문의가 요즘은 최소 10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재택근무 등으로 중고 PC를 찾는 사람이 늘어 매입 가격이 잠시 뛰었는데, 2~3개월 전부터는 찾는 사람이 없어 처음보다도 20%가량 매입가가 떨어진 상황”이라고 했다.

각종 중고 집기를 거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는 ‘무료 나눔’ 게시물도 쏟아진다. 집기 가격이 워낙 떨어지다 보니, 팔아도 운송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탓이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PC방을 운영하다가 폐업 절차를 밟고 있는 장모(34)씨는 영업용 의자 20개를 온라인 사이트에 “그냥 가져가시라”고 올렸다. 그는 “올 초만 해도 중고 의자 가격이 개당 20만원 정도였는데, 폐업하려 알아보니 5000원도 안 되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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