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위험한 월성1호기 폐쇄, 핵심은 경제성 아닌 국민 안전 "

2020. 10. 2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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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낡고 위험한 핵발전소 폐쇄는 정쟁거리 아니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감사원에서 월성 핵발전소 1호기 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월성에서 꾸준히 이주대책을 요구하는 주민이었습니다. 얼마 전 그 중 한 분이 서울에 와서 자신뿐 아니라 손자와 손녀의 몸에서도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는 이야기를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전하며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월성 1호기 폐쇄는 경제성이 아닌 국민 안전과 주민 피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감사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을 낮게 평가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자 환경단체는 경제성이 아닌 국민 안전 면에서 월성 1호기는 당연히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 에너지정의행동 등 환경단체로 구성된 탈핵시민행동은 20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이 진정 월성 1호기 문제를 제대로 보려고 했다면 핵발전소 앞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피해와 대책 없이 쌓아놓고 있는 고준위핵폐기물 문제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야 했다"며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작년 9월 국회가 감사를 요구한지 386일만에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월성 1호기 폐쇄 결정과정에 정부 입김이 작용했고, 이로 인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실제보다 낮게 평가됐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단, 이번 감사에 월성 1호기의 안전성이나 주민수용성 평가에 대한 감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감사원 스스로도 "이번 감사 결과를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으로 보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환경단체 "낡고 위험한 핵발전소 폐쇄는 당연한 결정"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노후 핵발전소인 월성 1호기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임성희 녹색연합 에너지전환사회팀장은 "월성 핵발전소는 30년 가동되는 동안 39번 고장났고 마지막 연도에도 3번 고장이 났다"며 "월성 핵발전소는 한국에서 유일한 중수로형 핵발전소라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도 더 많이 방출되고, 다른 핵발전소에 비해 사용 후 핵연료도 4, 5배 정도 더 많이 방출된다"고 설명했다.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라고 이야기하는데 월성 1호기는 조기 폐쇄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1982년 완공돼 2012년 설계 수명을 다 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낡고 낡은 핵발전소가 폐쇄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이처럼 낡고 위험한 핵발전소를 폐쇄가 정쟁거리가 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경영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은 "보수정당은 핵발전소를 기후위기의 대안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많은 나라가 탈핵으로 에너지 정책 방향을 전환했다"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한 당연한 결정을 정쟁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여러 환경단체로 구성된 탈핵시민행동이 20일 감사원 앞에서 '월성 1호기 폐쇄는 정당하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양이원영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소모적 논쟁 멈추자"

환경운동가 출신인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월성 1호기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멈춰야'라는 제목으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양이 의원은 먼저 감사 결과 전반에 대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고 평했다. 양이 의원은 "감사 결과는 일부 절차 미흡에 따른 기관경고와 관계자 경징계에 불과했다"며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이 잘못됐다거나 이사들의 배임과 같은 문제는 지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양이 의원은 "(감사원이 문제 삼은) 경제성 평가는 향후 발생할 일에 대한 예측일뿐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월성 1호기는 지난 10년간 매년 1척언 원 가량의 적자가 발생한 원자력발전소"라고 전했다.

양이 의원은 이어 감사원 감사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번 감사 결과가 탈핵 등 에너지 전환 정책의 발목을 잡는 소모적인 논쟁으로 번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양이 의원은 "통상적인 감사에 불과한 이번 감사를 마치 에너지 전환 정책의 심판대인 양 논란으로 만든 것은 최재형 감사원장의 책임이 크다"며 "총선을 코앞에 두고 3일 연속 감사위원회를 열어 무리하게 의결을 시도하고 내부 관계자만 알 수 있는 감사 내용이 특정 보수언론을 통해 단독이란 제목을 달고 연일 보도되고, 진술 강요, 인권침해 등 강압적인 감사에 대한 폭로도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양이 의원은 "최 원장은 '대선에서 41%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라는 등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내 스스로 논란을 만들어왔다"며 "최 원장이 무리하게 감사를 끌어온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양이 의원은 "아무리 애를 써도 월성 1호기가 경제성도 없고 안전하지도 않은 원전이라는 진실은 바뀌지 않는다"며 야당을 향해 "이제 월성 1호기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세계 에너지 정책의 변화를 직시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진정한 에너지 전환에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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