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누가 검찰 수사를 막고 있는가
조국 펀드, 옵티머스 펀드, 라임 펀드…. 문재인 정부에서 터진 권력형 금융범죄다. 조국 펀드야 개인용 치부 수단으로 젖혀둬도 옵티머스나 라임 펀드의 피해 규모는 각각 최소 5000억원과 1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범죄의 피해 규모나 피해자의 애끓는 호소에 비해 검찰 수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다.
사모펀드는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돈 있는 사람이 모이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은행이나 증권사도 최소 1억, 그것도 이 돈을 반복해 투자할 수 있는 자산가만 골라 영업했다. 하지만 최근엔 달라졌다. 저금리가 계속되자 은퇴자나 목돈 마련을 위한 개인들이 뛰어들었다. 또 따지고 보면 세금이나 임금과 다름없는 각종 기금을 굴리는 기관들이 주 고객이다. 이번 옵티머스나 라임 사태에서도 기관이나 적지 않은 개인 투자자가 속을 끓이고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 답답할 뿐이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의 옵티머스 수사팀을 놓고는 금융 수사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높다. 검찰도 안에서 증권·금융 수사 전문가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금융범죄 수사가 지지부진할수록 검찰 안팎에서는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 해체를 아쉬워하고 있다. 합수단은 검찰이 애초부터 여의도를 겨냥해 작심하고 만든 금융범죄 전담 수사조직이었다. 합수단이란 명칭에서 알 수 있듯 검찰뿐 아니라 금감원, 국세청 등의 전문가가 수사에 참여했다. 2013년 5월 설치 후 자본시장법 위반 사범 965명을 재판에 넘겼고, 이 중 346명을 구속했다. 여의도에서 ‘저승사자’라 불렸던 이유다.
합수단은 지난 연말부터 신라젠이나 옵티머스, 라임 사건에 칼날을 겨누던 참이었다. 현 정부 인사 이름이 오르내리는 권력형 금융범죄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합수단 폐지론을 꺼내 들더니, 급기야 추미애 장관은 취임 20일 만에 합수단을 해체해버렸다. 조 전 장관이나 추 장관의 합수단 해체 명분은 아이러니하게도 검찰 개혁이다. 이후 대형 금융범죄 사건에 대한 검찰 칼날은 한없이 무뎌졌다.
현 정부 들어 검찰 수사가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 건 한둘이 아니다.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 사건,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의 뇌물사건이나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울산시장의 선거 부정 사건,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 등은 하나같이 끝이 없이 흐지부지되고 있다. 거기엔 수사팀을 아예 해체하다시피 한 추 장관의 인사카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쯤 되면 검찰의 수사를 틀어막는 수준이 아니라 검찰이라는 국가기관의 기능을 아예 무력화한 것 아닐까.
장정훈 사회2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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