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가 착한 돈?..'제 2의 배터리' 찾는 게 핵심"

입력 2020. 10. 21. 09:18 수정 2020. 10. 2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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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팬데믹에서 기후 위기까지...그린 스완 시대 ESG 투자법]
임대웅 UNEP FI 한국 대표…“그린 스완 대비하지 않으면 제2의 외환위기 온다”
-“ESG는 투자 스타일 아냐…환경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이 핵심” 
-"재무제표가 과거 성과라면 ESG는 미래 성장가능성 보여줘" 


◆임대웅 UNEP FI 한국 대표 약력 : 에든버러대 환경지속가능성학 석사. 2008년 녹색성장위원회 녹색금융 작업반 전문위원. 2008년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운영위원. 2015년 에코앤파트너스 대표파트너(현).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 한국 대표(현).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단순히 투자 스타일이나 테마 펀드가 아닙니다. ESG가 금융 시스템에 제도화되면서 기업의 기후 변화 대응,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가 재무 안정성과 수익성을 평가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ESG가 곧 근본적인 투자 의사 결정 체계인 셈이죠.”

임대웅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한국 대표는 ESG 흐름을 단순히 ‘착한 돈’이나 투자 트렌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계기로 전 세계가 재난의 현실화 위력을 실감했고 기후 위기 대비에 대한 공감대 역시 커지고 있다.

특히 국제결제은행(BIS)이 기후 변화가 금융 위기를 촉발하는 ‘그린 스완’에 대해 경고하면서 ESG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BIS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금융 기구는 기후 위기가 심각한 금융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개별 금융회사의 행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기후 리스크를 산업과 금융의 가치 평가에 반영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기후 변화가 어떤 방식으로 화폐와 금융의 안정을 위협하는지 궁금합니다. 
“자연재해가 실물 경제에 타격을 주고 이런 피해가 보험·대출·투자 등 금융회사에 쌓이면 금융 위기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캘리포니아에 산불이 나면 피해를 본 주택과 공장이 보험사에 피해 보상금을 청구하겠죠. 보험사는 한꺼번에 피해를 보상하며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은행에서 대출받은 공장이나 집은 원리금 상환에 실패하며 결국 은행의 재무 안전성도 타격을 받겠죠. 2019년 바하마에 상륙한 허리케인 도리안은 바하마에 약 34 억 달러의 손실을 입혔습니다. 이는 카리브해 군도 GDP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실물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회사와 금융 제도가 같이 망가지는 셈입니다.” 

-올해 ESG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 경제를 흔들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의 발생 원인과 해법을 살펴보면 ESG와 연결됩니다. 코로나19의 원인은 ‘E(환경)’와 관련이 있어요. 박쥐가 사는 데까지 사람들이 파고들면서 인수 공통 감염병이 발생했죠.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마스크 착용과 투명한 정보 제공 등 사회적 책임과 연대, 즉 ‘S(사회)’가 필요합니다. 또 ‘G(거버넌스)’ 문제도 중요합니다. 정부가 감염병 예방을 조직적으로 파고들고 투명하게 공개한 한국이나 대만이 코로나19의 방역 성공 케이스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ESG를 단순히 ‘착한 돈’으로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ESG를 단순히 사회 공헌이나 ‘착한 기업’에 대한 투자로 보면 안 됩니다. ESG의 핵심은 ‘E(환경)’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전환입니다. ESG가 단순히 사회 공헌적인 차원을 넘어 미래를 대비한 친환경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것이죠. 대표적인 예가 배터리 사업입니다. 배터리 사업을 ‘착한 돈’이나 ‘사회 공헌’으로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제2의 반도체’라고 부르며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죠. ESG는 결국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과 결부되는 요소입니다.”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가 곧 수익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ESG는 이미 투자 의사 결정 과정의 주류로 자리 잡았습니다. 석탄 발전에 투자한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오너 리스크가 주가를 떨어뜨리는 등 비재무적 요소들이 기업 주가의 발목을 잡는 시대입니다. 재무적 성과는 과거의 성과를 수치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반면 ESG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대한 가치를 보여줍니다. ESG는 수익성과 바로 연결하기보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봐야 합니다. 코로나19처럼 미처 보지 못했지만 갑자기 사회를 집어삼킬 수 있는 위험 요소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둘째, 수익성 측면에서 ESG를 볼 때 기업은 사회에 공헌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ESG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비즈니스를 발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돈을 벌어 왔습니다. 결국 ESG를 잘하는 기업이 곧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죠.”

-ESG 평가 기관이 기업을 평가할 때 객관적인 자료 확보나 충분한 실사가 가능하지 않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대응하기 위해 국제적인 표준에 따른 표준 평가 모델을 만들자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잣대로 ESG 평가 요소를 표준화해 놓으면 미래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사회가 발달하고 성장하면서 가치는 세분화되고 사회적 인식과 규제 프레임도 변합니다. ESG는 모든 금융회사가 함께 평가하고 고려해야 합니다. ESG 평가가 금융 제도와 인프라 안에 녹아들어 제도화되면 자연스럽게 ESG 평가 기관은 없어지겠죠.”

-블랙록 등 글로벌 자산 운용사들이 ESG를 투자의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들을 움직이는 곳이 어딘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글로벌 자산 운용사를 움직이고 그들의 룰을 세팅하는 곳은 BIS·바젤은행감독위원회·국제보험감독협의회 등 국제 금융 기구입니다. 이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실물 경제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금융 안정성 차원에서 ESG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최근 각국의 중앙은행이 모여 금융 감독의 기후 환경 리스크를 통합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2017년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주도로 탄생한 ‘녹색금융협의체(NGFS)’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NGFS에는 80여 곳의 세계 중앙은행과 감독 기구가 가입해 기후·환경 리스크와 녹색 금융 관련 작업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는 NGFS가 금융 감독 기관별 기후 환경 리스크 관리 감독에 대한 가이드를 발표했습니다. 각국의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건전성 평가)를 진행하고 기후 변화와 관련한 위험성을 측정하는 항목을 추가했죠.” 




-글로벌 시장에서의 ESG의 파급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이미 기후 변화를 중심으로 ESG와 관련한 상세한 정보를 공시하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개 권고안(TCFD : 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입니다. 2015년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의 요청으로 금융안정위원회(FSB)가 만들어져 TCFD를 발표했습니다. 기후 위기가 금융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된 거죠. TCFD가 도입되면 기후 위기 리스크를 금융 안정성 모니터링에 반영해야 합니다. 또 금융회사와 기업은 기후 위기 시나리오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지배구조,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목표 등을 투명하게 공시해야 합니다. 이는 곧 기업의 자산·부채·자본 형성에 반영되고 기업 가치 평가에 반영되겠죠.”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기후협약 탈퇴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미국 연방 정부의 기후협약 탈퇴와 글로벌 금융 제도는 다르게 움직입니다. 미국 금융 시장은 이미 탈석탄 기조가 자리 잡은 지 오래됐습니다. 미국 금융 투자회사나 연기금·재단 등 어디도 석탄 발전에 투자할 수 없습니다. 연방 정부 차원에서 기후협약을 탈퇴한다고 해도 금융 제도는 이미 ESG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상태입니다. 블랙록처럼 8000조원 규모의 자산을 움직이는 개별 금융사가 있는 상황에서는 국가의 결정보다 금융 시장의 결정이 중요하죠.” 

-국내 은행의 탄소 배출 업종에 대한 대출과 투자 규모가 약 5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의 영업이익과 담보 가치가 하락하면 국내 은행의 건전성 악화에 영향을 줄 수 있나요.  
“한국 역시 2015년부터 탄소 배출권 거래가 확정됐습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온실가스 1톤당 평균 거래비용은 20달러지만 2040년에는 14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배출권 가격이 오르면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기업의 영업이익·순이익·현금흐름이 크게 감소하게 됩니다. 뻔히 탄소 배출권 규제로 비용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이어 간 것은 잘못이죠.”

-그로 인한 피해는 감수해야 하는 걸까요. 
“이미 투자한 53조원을 최대한 만회하려면 주식이나 회사채를 빨리 팔거나 회수해 유동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장기 대출이 묶여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이를 대응하기 위한 첫째 방법은 연료 전환입니다. 석탄과 바이오매스 공정은 굉장히 비슷합니다. 시설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석탄을 바이오매스로 전환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둘째는 이미 투자한 석탄 발전소는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른 데서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는 방법입니다.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통해 순익을 높여 나가는 엑시트 전략이죠.” 


-그린 스완 시대에 국내 기업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우리는 이미 그린 스완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블랙록 같은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들이 ESG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데 이를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ESG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가지 않으면 외환 위기 때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외환 위기 당시 근본적으로 문제가 됐던 요인은 한국 은행들의 BIS 자기자본비율입니다. BIS 자기자본비율에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대규모 자본 지출까지 포함된다면 한국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UNEP FI는...유엔환경계획(UNEP)과 민간 금융 부문 기업·단체들이 결합해 만들어진 이니셔티브다. 현재 40여 국가의 260개 이상의 기관투자가들이 이에 참여하고 있다. UNEP FI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책임 투자, 녹색 금융, 기후 금융, 지속 가능 금융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임대웅 UNEP FI 한국 대표는 기업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한 민간 부문의 기업·단체들이 금융 활동을 통해 환경 측면에서의 지속 가능 발전을 도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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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99호(2020.10.17 ~ 2020.10.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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