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동성애 지지엔 "이단", 전광훈엔 '침묵'..한국교회 이중잣대

전광준 2020. 10. 2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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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계, '성소수자 축복' 목사에 정직 2년
2017년도 '성소수자 지지' 목사 이단 판정
"동성애는 죄"라고 안 한다며 이단 심사도
'동성애자 입학 못 한다'는 신학대학원도
"'빨갱이'에서 '성소수자'로 주적 변동"
"하나님 까불지마" 전 목사 심사는 '시간 더 필요'
지난해 8월31일 인천 부평구에서 열린 ‘인천 퀴어문화 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 집례자로 선 이동환 영광제일교회 목사. ‘주피터’ 제공

지난 15일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성소수자 축제에 참여해 축복기도를 했다며 이동환 영광제일교회 목사에게 ‘정직 2년’을 선고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시 교회재판에서 감리회 목회자와 신학생 20여명은 정직을 선고한 재판위원들에게 “축복이 죄가 되느냐”고 반발하기도 했는데요. “하나님 까불지마”라는 ‘신성모독’ 발언까지 내놓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해선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교계가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단 비판도 나옵니다.

■“동성애는 하나님이 금하는 것”…2017년 임보라 목사 이단 지정

개신교가 동성애에 민감하게 반응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2017년에는 성소수자를 지지하고 퀴어신학을 퍼뜨린다는 이유로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를 ‘이단’으로 지정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은 임 목사와 퀴어신학에 ‘이단성’이 있다고 결의했고 예장 백석대신은 ‘이단’으로 규정했습니다. 2018년 기준, 신도 수만 270만명이 넘는 예장 통합은 한국 개신교 374개 교단 중 가장 신자 수가 많은 교단입니다. 이들의 결정이 주류 개신교의 의견이라 봐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당시 결정을 내린 예장 통합 이단대책위원회 보고서를 살펴보면, “인권적 측면에서 동성애는 이해 가능하고 동정의 대상일 수 있지만, 분명 하나님의 말씀이 금하시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퀴어신학에 대해서도 “성소수자 성애가 의지와 교육을 통해 교정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성적지향은 교정과 교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는 최신 연구들과는 동떨어진 내용입니다. 당시 자식이 부모 뺨을 치게 해 논란을 빚은 한 패륜적 교회도 이단으로 규정됐는데요. ‘성소수자 지지와 패륜이 동급이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임보라 목사는 “나 같은 경우 속한 교단에서 내린 결정은 아니라 목회 활동에는 문제가 없다. 이 목사는 경우가 다르다. 자신이 속한 교단에서 내린 결정인만큼 훨씬 중한 징계다”라고 말했습니다.

■ 2019년, “동성애를 죄라고 말하지 않았다”며 이단 심사

2019년에도 개신교의 동성애에 대한 배타적 행보는 이어집니다. 한동대 조교수였던 김대옥 목사가 이단적 사상을 주장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예장 백석 이단대책위원회가 올린 겁니다. 당시 이단 보고서를 보면 “(김 목사가) 동성애를 죄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이유와 ‘성적 지향이 달라 동성애를 하는 이들 역시 하나님 백성이고 진정한 자유와 회복이 뒤따라야 한다’는 설교를 지적한 내용도 들어가 있습니다. 결국 총회에서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 김 목사는 이단으로 규정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예장 합신은 지난해 10월 김 목사에 대한 ‘참여·교류 금지’를 결의했습니다. 통상 이단으로 판명된 목사에게 하는 결정을 김 목사에게 한 겁니다. 올해에도 김 목사의 이단성 여부에 대한 교계의 연구 조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 목사는 “학교는 (기독교대학이란)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업적평가와 상관없이 동성애 옹호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계속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2017년 한동대는 김 목사 재임용을 거부하며 ‘학교의 정체성에 반하는 가르침으로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었다’는 내용을 이유로 든 바 있습니다.

동성애에 관해 교회와 다른 의견을 지닌 이는 아예 목사가 되지 못하게 하는 제도도 만들어졌습니다. 2017년 9월 예장 통합 총회에선 ‘동성애자나 동성애를 옹호하는 자에 대한 신학대학원 입학 제한’이 통과됐습니다. 실제 같은 교단 소속 호남신학대학교 대학원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요강을 보면, 응시자격에 ‘성경에 위배되는 동성애자가 아닌 자’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2018년 9월에는 예장 통합이 총회를 통해 ‘동성애 행위자나 동성애 행위를 조장하거나 교육하는 자’는 목사고시를 치르지 못하게 결의했습니다. 2019년 ‘목사고시’에 합격했지만 동성애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합격이 취소된 학생들도 있습니다. 지난 8월에는 예장 통합 대전서노회 재판국이 진보적 동성애 관점을 담은 ‘동성애는 죄인가’라는 책을 쓴 허호익 은퇴목사에 대해 면직과 출교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 개신교는 왜…“주적의 변동” “가장 반예수적인 행동”

개신교가 유난히 동성애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임보라 목사는 ‘주적의 변동’이라며 “성소수자에 대한 배타와 낙인과 차별을 종교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은 근현대사에서 한국 교회가 주적을 ‘빨갱이’으로 삼았다가 성소수자로 돌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김대옥 목사는 “한국 교회가 무조건적이고 무차별적인 사랑을 주장한 예수의 이름으로 가장 반예수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사회적 설득력을 잃다 보니 기득권 옹호를 위해 내부 단속용으로 동성애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광훈 목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1차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 “하나님 까불지마” 전광훈 목사에는 ‘연구에 시간 더 필요해’

개신교계는 성경이 동성애를 죄로 명시해 강경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종교의 정치화’나 ‘신성모독’은 죄가 아닌 걸까요? “하나님 까불지마”라는 신성모독 발언과 극우적 색깔의 설교로 비판 받은 전광훈 목사에 대해 지난 9월 예장 합동과 통합은 정기총회를 통해 이단 여부를 가렸지만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연구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김 목사에 대한 이단 보고서를 작성할 때 설교 세 편과 출간물로만 판단했던 것과는 달리 꽤 신중한 태도입니다. 김 목사는 “개신교의 이중잣대다. 전 목사와 보수 개신교계의 코드가 일치해 정치적 이념을 신앙으로 착각하는 게 아닌지 의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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