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잘못 누른 빅히트 주식 매수, 환불되나요?

박종오 2020. 10. 2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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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 주가 급락에 주식 환불 요구 쇄도
공모주 특정 요건 만족하면 투자자에 '환매 청구권'
빅히트는 적용 안 돼
고양이가 잘못 눌렀는데주식도 환불이 되나요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고양이가 매수 버튼을 눌러서 주식 35만원어치를 잘못 샀어요. 환불 좀 해주세요.”

최근 상장한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352820)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을 비싸게 샀다가 투자 손실을 보게 된 ‘주린이’(주식과 어린이를 합친 말로 초보 투자자를 부르는 말)들이 울상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주식을 환불받을 수 없느냐”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소연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투자한 주식은 당연히 환불받을 수 없다. 다만 예외적으로 환불을 허용하는 사례도 있다. 공모주 청약자가 ‘환매 청구권(풋백옵션)’을 가졌을 때다.

주식 환불, 특정 조건 만족하는 공모주만 제한적 허용

그래픽=이미나 기자
20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2017년부터 ‘공모주 환매 청구권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환매 청구권이란 주식을 인수한 투자자가 일정한 가격에 이를 되팔 수 있는 권리다.

이 제도의 적용 대상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증시에 상장하는 회사의 공모주를 청약해 주식을 보유하게 된 일반 투자자다.

요구 조건이 있다.

청약받은 주식이 ‘성장성 기업 특례 상장’이나 ‘이익 미실현 기업 특례 상장(테슬라 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회사의 공모주여야 한다.

성장성 특례 상장이란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가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추천한 기업에 경영 성과 등 깐깐한 상장 요건을 면제하는 것이다. 테슬라 상장은 이와 비슷하게 성장 잠재력이 큰 적자 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추는 제도다.

성장성 특례 상장 제도를 이용해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의 공모주에 청약한 투자자는 상장일로부터 6개월 안에 보유 공모주를 되사가라고 청약받은 증권사에 요구할 수 있다. 테슬라 상장은 공모주 투자자의 환매 청구권 행사 기간이 상장일부터 3개월로 이보다 짧다.

투자자가 환매 청구 권리를 행사하면 증권사는 장외시장에서 공모가격의 90%에 해당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 공모가가 1주당 1만원인 주식 시세가 5000원으로 반 토막 나도 증권사가 9000원에 이를 되사주는 것이다.

기업의 상장을 쉽게 하되 그만큼 투자자 보호도 강화한다는 취지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회사도 공모주 청약자에게 환매 청구권을 주는 경우가 있다.

△증시 상장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 신고서에 공모가격 산정 근거를 적지 않았을 때 △기관 투자가가 공모가격을 검증하는 수요 예측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발행사와 상장 주관사가 자체적으로 공모가를 정했을 때 △수요 예측에 창업투자조합 등 소규모 기관 투자가의 참여를 허용해 가격 검증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을 때 등이다.

이 조건에 해당하는 상장사의 공모주 청약자는 코스피·코스닥 등 시장에 상관없이 상장일로부터 한 달간 환매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증시 전반이 급락하는 경우에는 증권사가 되사주는 가격이 공모가의 90%를 밑돌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가지수가 10% 넘게 하락하면 공모가격의 90%가 아니라 이보다 낮은 조정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어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시장이 폭락해서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아진 것은 증권사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빅히트 주식은 환불 안 돼요

그래픽=이미나 기자
고양이 때문에 빅히트 주식을 비싸게 산 주린이도 이 같은 환매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그렇지 않다. 빅히트는 환매 청구권 제도 적용 대상이 아니라서다. 또 현재 빅히트 주가는 1주당 18만9000원(19일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13만5000원)보다 여전히 40% 높다. 공모주 청약자가 환매 청구권을 가지고 있어도 행사할 유인이 없는 셈이다.

빅히트 투자로 울상인 투자자는 대부분 빅히트 공모주를 청약하지 못하고 상장 직후 주가 상승을 기대해 고점 언저리에서 매수에 나선 이들이다. 만약 빅히트가 환매 청구권 적용 대상이라 해도 이처럼 공모주가 아닌 기존 거래 주식에 투자한 사람은 환불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박종오 (pjo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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