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여성 사진에서 옷을 벗겼다, 가짜 누드 피해자 10만명

오경묵 기자 2020. 10. 2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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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의 얼굴을 합성해 만드는 포르노인 ‘딥페이크 포르노’의 타깃이 일반인 여성들로 확대되고 있다. 가해자들은 자신을 피해자의 동료나 친구 등이라고 밝히면서 딥페이크 포르노 제작을 맡기고, 제작자는 영상 한 개당 약 20달러를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AI(인공지능)를 이용해 만든 ‘가짜 누드' 이미지가 유통되는 텔레그램방이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지난 1년간 피해자는 10만명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BBC는 영국 민간 정보업체 센시티(Sensity)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문제의 대화방은 참여자들이 여성의 사진을 보내면 ‘딥페이크 봇’을 이용해 옷을 삭제해준다고 한다. 딥페이크는 실존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다른 인물과 합성한 영상·사진이다.

이 대화방에서는 사진이 올라오면 불과 수 분만에 ‘작업’이 끝나고, 별도의 비용도 청구되지 않는다. 대화방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 일부는 미성년자라는 점이 센시티의 보고서에 적시됐다. 이 대화방을 통해 가짜 나체 사진이 유출된 여성은 지난해 7월 이후 무려 10만4852명에 달한다.

이 대화방의 운영자는 ‘P’로 알려졌다. P는 BBC에 “이 서비스는 오락물일 뿐이고, 폭력 행위는 없다”며 “사진 품질이 사실적이지 않아 이를 이용한 협박 등의 행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어떤 사진이 공유되는지 보고있다”며 “미성년자를 보면 영원히 차단한다”고 했다. 텔레그램은 BBC의 논평 요청에 별도의 답변을 하지 않았다.

BBC는 일부 여성들의 동의를 얻어 이 대화방에 일상 사진을 올렸다. BBC는 “테스트 결과는 사실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횡격막 부분에 배꼽이 달려있는 등 현실적으로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텔레그램방의 공격 대상이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조르지오 파트리니 센시티 대표는 “사진이 노출된 소셜미디어 계정만 있다면 충분히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서비스는 러시아 소셜미디어 서비스인 VK에서 많이 광고되고, 이용자 대다수는 러시아 등 구(舊) 소련 국가 출신이라고 한다.

딥페이크를 활용한 범죄는 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법적 장치는 마땅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파트리니 대표는 “이런 웹사이트나 앱 중 상당수는 ‘지하’에서 운영된다”고 했다. ‘딥페이크와 인포컬립스’를 쓴 니나 식은 “딥페이크가 더 정교해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우리의 법과 제도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페이크 포르노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절망적”이라며 “사생활 침해와 모욕감으로 완전히 인생이 뒤집힐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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