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페페"..'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었던 호세 무히카의 퇴장 [월드피플]
[경향신문]
“그라시아스(고마워요), 페페”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85)이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국민들은 서민적인 대통령이었던 그를 “페페”라 부른다. 그는 재임 기간(2010년~2015년) 대통령 관저가 아닌 사가에 머물면서 1987년형 하늘색 폴크스바겐 비틀을 타고 다니는 등 검소한 생활을 했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렸다. 퇴임 후 상원의원으로 활동해왔으나, 코로나19 대유행 중 고령으로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는 이유로 상원의원에서 물러났다.
현지 매체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무히카 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상원에 출석해 “인생에선 올 때가 있고 갈 때가 있다”며 동료 의원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는 “상원의원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이곳저곳을 가야 한다”며 “코로나19가 나를 밀어내서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수십년간 내 정원에 증오는 심지 않았다. 증오는 어리석은 짓이다. 인생의 큰 교훈이었다”면서 “젊은이들에겐 ‘인생에서 성공하는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1935년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의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시절 부친이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일찍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쿠바혁명(1959)의 영향을 받아 1960년대 우루과이에선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바꾸자며 ‘도시 게릴라 운동’이 전개됐다. 29살에 게릴라 조직에 합류한 그는 13년간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무히카 전 대통령은 2005년 좌파정부에서 농축수산부 장관을 맡았다. 2009년 대선에서 중도좌파연합 광역전선의 후부로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2010년부터 5년 재임 기간 사회·경제적 혁신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신중단(낙태)과 동성결혼, 마리화나 시장을 합법화했다. 공공지출을 늘려 재임 기간 실업률은 13%에서 7%로, 빈곤률은 40%에서 11%로 낮췄다. 수수한 옷차림을 즐겼으며 대통령 월급 대부분을 사회단체에 기부했다. 그의 퇴임 무렵 지지율은 64%나 됐다. 그가 국민들의 존경을 받았으나, 과거 게릴라 활동 전력은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대통령 퇴임 후엔 상원의원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해 대선 당시 광역전선 후보가 그를 농축수산부 장관으로 내정했으나 광역전선이 15년 만에 정권을 내주며 그의 장관 임명도 무산됐다.
우루과이의 또 다른 전직 대통령 훌리오 마리아 상기네티(84)도 이날 상원의원직을 사임했다. 군부 독재 종식 직후인 1985∼1990년과 1995∼2000년 집권한 상기네티 전 대통령은 작년에 이미 은퇴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같은날 의회를 떠난 두 원로 정치인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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