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삼성에 반도체 SOS한 이유..인텔 철수 우려 때문

김영민 입력 2020. 10. 2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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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은 20일 베트남 하노이 총리실에서 응우옌 쑤언 푹 총리를 예방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베트남 국영통신사 VNA]

3박4일 일정으로 베트남 출장 중인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지 반도체 거점인 호치민을 찾는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반도체 투자를 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결정이다. 호치민에는 미국 인텔, 일본 르네사스의 디자인하우스 등 세계적 반도체 업체가 입주해 있다.


이재용, 베트남 내 반도체 거점 방문
21일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호치민시 사이공하이테크파크에 있는 삼성전자 호치민 가전복합법인(SEHC)에 방문했다. 전날 이 부회장은 푹 베트남 총리와의 면담에서 "호치민 법인을 방문해 생산 활동을 점검하고, 투자 확장 수요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의 가전생산법인이 있는 사이공하이테크파크에는 2010년 인텔이 10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세웠다. 인텔에 따르면 이곳에선 약 5000명이 반도체 후공정·검사 업무를 맡고 있다.

인텔의 해외 공장 현황. [자료 인텔 홈페이지]

베트남 정부가 삼성에 반도체 투자를 요청하는 이유는 인텔이 현재 제조 딜레마 문제에 처했기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선 AMD·엔비디아처럼 팹리스(Fabless·공장이 없는 설계전문업체), 팹라이트(Fablite·공장을 최소화한 설계업체)가 기술 주도권을 쥐고 있다. 대공장 제조를 포기하는 대신, 칩 설계·개발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설계·개발부터 생산을 모두 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 인텔은 현재 10나노미터 이하 미세공정 최적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 사이 경쟁자 AMD는 대만 TSMC의 7나노 미세공정을 통해 중앙처리장치(CPU) 칩을 대량양산했고, 인텔을 기술력 측면에서 앞서게 됐다. 지난 2분기(4~6월) 컨퍼런스 콜에서 밥 스완 인텔 CEO는 "7나노 이하 공정에서 외부 파운드리(위탁생산)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 제조·설계 모두 하다가 경쟁력 상실
인텔이 공개적으로 생산 전략을 수정하면서 베트남 정부 역시 '플랜 B' 마련에 나선 양상이다. 인텔의 자체 양산 칩이 줄어들면 베트남 공장이 맡을 패키징·검사 물량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올 8월 인텔이 "베트남 정부의 하이테크 투자유치 정책 덕분에 인텔은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지에선 인텔이 말레이시아 등지로 철수할 것이란 불안감이 남아있다.

베트남 북부 박닌성에 있는 삼성의 스마트폰·디스플레이 사업장. [사진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 웹페이지]

푹 베트남 총리는 삼성 호치민 법인을 수출가공기업(EPE)으로 지정하는 등 반도체 투자를 위한 인센티브도 제시했다. 베트남의 EPE는 입주 기업에 수출·입 관세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제조업에 쓰이는 원재료에 매기는 부가가치세도 면제받는다.

삼성은 일단 베트남에 반도체 투자를 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투자보다는 약 3000명이 근무할 R&D 센터를 2022년까지 완공한다는 게 삼성의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22일 전세기 편으로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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