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잠잠, 지방 아파트는 활활..분양권 웃돈 2억원 육박

최현주 2020. 10. 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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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아파트 시장이 달아올랐다.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수억 원씩 올라 신고가에 거래된다. 아파트 분양권에도 억대 웃돈이 붙었다. 두 달 새 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는 서울과 딴 판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두 달간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값(12일 기준)은 1.33%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0.09%)의 14배다. 지방 아파트값 상승률(0.90%)도 서울의 10배다.

서울 아파트값은 두 달 전인 8월 셋째 주부터 주간 변동률 0.01%를 유지하고 있다. 초고강도 규제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나타난 보합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부산(1.19%), 대구(1.62%), 대전(2.29%), 울산(1.58%), 세종(3.63%)은 아파트값이 훌쩍 뛰었다. 강원도 원주시(1.87%), 충남 천안시(1.30%), 충남 공주시(1.99%) 등도 많이 올랐다.


지방 아파트 신고가 줄이어
역대 최고 몸값에 거래되는 신고가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 엘시티 186㎡(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35억원(60층)에 거래됐다. 이전 최고가 거래는 7월 30억5000만원(69층)이었다. 두 달 새 4억5000만원 올라 신고가에 주인이 바뀌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 41㎡도 지난달 신고가인 8억원(4층)에 팔렸다. 6월엔 7억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대전 서구 도안동 현대아이파크 84㎡(D타입)는 지난달 7억900만원(15층)에 거래돼 한 달 만에 9000만원 올라 기록을 갈아치웠다.

서울 아파트값 잠잠하니 지방이 들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분양권 웃돈은 2억원 육박
아파트 분양권 웃돈도 치솟았다. 지난 8월 분양한 충남 천안시 성성동 푸르지오 레이크사이드 84㎡ 분양권은 지난달 6억1600만원(9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청약 한 달 만에 1억7000여만원 웃돈이 붙었다. 대구 중구 남산동 남산 롯데캐슬 센트럴 스카이 84㎡ 분양권은 지난달 7억9230만원에 주인이 바뀌었다. 분양가 대비 웃돈이 1억9000여만원이다.

지방 아파트 시장이 달아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6‧17대책 이후다. 당시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 지역으로 묶이고, 서울 강남 일부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대출 한도가 줄어들고 세금 부담이 커진 데다 재건축 규제에 분양권 규제도 확대했다.

서울 등 수도권이 규제에 묶이자 규제를 피한 지방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가 늘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5대 광역시 아파트값은 4월 0.03% 떨어졌고 5월 0.11%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수도권을 겨냥한 6‧17대책이 나온 직후인 6월(0.58%)부터 상승세가 시작돼 7월 0.39%, 8월 0.72%, 9월 0.67% 올랐다.

자금 부담이 크지 않은 것도 이유다. 지방 집값은 아직 서울 등 수도권보다 가격이 싸다. 수도권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9월 기준)은 5억5460만원이지만, 5대 광역시는 2억9251만원, 지방은 2억2782만원이다.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은 것도 지방 아파트 수요를 키우는 요인이다. 전세를 끼고 매매하면 실제 필요한 자금이 많지 않다. 서울 평균 전세가율은 57.5%다. 5대 광역시는 72.1%, 지방은 74.7%다. 예컨대 매매가격이 5억원인 아파트를 ‘갭투자’ 한다면 서울에선 2억1250만원이 있어야 하지만, 춘천(84.5%)에선 7750만원만 있으면 된다.

세종시는 아파트값이 오른 대표적 지방 도시다. 사진은 세종시 어진동 밀마루 전망대에서 본 아파트 건설 현장. 연합뉴스


"규제 전에 미리사자" 심리도 작용
‘규제 전에 미리 사자’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핀셋 규제’로 묶인 지역의 집값이 오히려 오르는 ‘규제의 역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분양권 전매제한이 확대하면서, 아파트 분양권 가격이 치솟는 식이다. 지난달 22일부터 광역시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입주(소유권 이전 등기)할 때까지 금지되면서 이전에 청약해 거래가 자유로운 분양권의 희소가치가 높아지고 웃돈도 올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비규제지역이나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작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오르기 전에 매입하자’는 심리도 작용하는 것”이라며 “풍부한 유동성이 갈 곳이 없으니 계속 부동산 시장 안에서 돌고 도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투기성 거래를 줄이려면 단기에 시세차익을 얻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며 “‘로또 청약’ 같은 경우 전매제한 기간을 10~20년씩 장기로 잡고, 불가피한 거래는 정부가 중개하는 환매조건부 같은 공급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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