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사 짝퉁이 아니다'..산골 폐사지 황용사터에서 금동제 유물 20여점 쏟아졌다

이기환 선임기자 2020. 10. 2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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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주 황용사에서 통일신라 금동귀면, 금동보당 등 금동제 유물 20여점이 쏟아졌다. |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신라시대부터 유명한 절이 있으니 바로 경주 시내에 조성된 황룡사(皇龍寺)다. 553년(진흥왕 14년) 새로운 대궐을 짓다가 황룡이 나타났다는 이유로 대궐 대신 사찰을 지었으니 그것이 바로 황룡사이다. 그렇게 건설된 황룡사는 17년 만인 569년에 완성했고, 신라 제일의 사찰이 됐다. 643년(선덕여왕 12년)에는 높이 80m에 달하는 목탑까지 완성해놓았다.

그러나 경주에는 또 하나의 황룡사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경주시내에서 감포 방면으로 넘어가는 동대봉산(옛 은점산)의 절골에 자리잡고 있는 황용사(黃龍寺)이다. 한자 중 ‘황’자가 다르지만 발음을 똑같이 ‘황룡사’라 할 판이어서 전문가들이 이름을 ‘황용사’라 하여 구별지었다.

황용사 출토 금동보당은 리움미술관 소장 유물보다 훨씬 대형이다. |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경주 시내에 조성된 국찰과 비교하면 촌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보잘 것 없는 절터라 할 수 있었다. 시쳇말로 ‘황룡사’ 짝퉁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법 하다. 2018년 ‘비지정(폐사지) 문화재 조사사업’의 하나로 황용사터 발굴에 들어갔을 때도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 위상이 달라질 것 같다. 산골짜기 ‘황용사’에서 금동귀면과 금동보당 등 금동제 유물이 20여점이나 쏟아졌기 때문이다.

산간벽지에 폐사지로 치부된 황용사터에서 위상이 높은 금동제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2018년부터 황용사지를 3년간 조사중인 불교문화재연구소는 “회랑, 건물지, 석축, 석렬, 진입부 등 많은 유구가 확인됐다”면서 “투조 금동귀면과 금동보당 당간, 기단, 금동불상 대의편, 금동사자상, 금동연봉, 금동촉대 받침 등 금동제 유물 20여 점이 다량 출토됐다”고 밝혔다. 투조 금동귀면은 지난 조사에 이어 2점 더 확인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새롭게 확인된 금동보당의 당간과 기단부는 지금까지 확인된 바 없는 최초의 발굴사례이다. 국내에서 출토된 가장 큰 보당이다.

황용사 출토 사자상과 받침대를 추정 복원한 모습. |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현재 리움미술관이 소장중인 고려시대 보당의 크기가 73.8㎝ 정도지만 황용사 출토 금동보당은 잔존해 있는 당간부와 지주부만 110㎝에 이르는 대형이다. 제작 시기도 당연히 황용사 당간이 앞선다. 출토된 금동불상 대의편(대좌 위에 흘러내린 옷주름 조각)은 직경 30㎝가 넘는다. 전체 비례로 볼 때 약 1m 이상의 대형 금동불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금동사자상은 2점이 출토됐다. 크기는 약 17㎝정도이다. 앞·뒷다리를 쭉 뻗어 무엇인가를 받치는 형상이다. 분황사, 용장사 출토품과 유사하다. 주로 촉대나 광명대를 받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금동연봉, 금동촉대받침 등 다양한 금동제 유물이 확인됐다. 최인창 불교문화재연구소 조사팀장은 “황용사는 계곡을 따라 다단의 석축 대지를 축조한 후 상면에 건물들을 조성했던 산지형 가람으로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되어 조선시대까지 계속해서 번창해 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황용사에서 출토된 금동귀면과 금동사자. |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따라서 경주 황용사지는 통일신라시대의 화려한 금속공예기술과 건축기술이 집약된 유적으로 확인되며, 이번 발굴조사 성과는 고고학적 쾌거라고 볼 수 있다. 최인창 팀장은 “폐사지 비지정문화재 조사의 일환으로 발굴한 만큼 큰 기대는 걸지 않았지만 수준높은 유물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황용사의 격이 경주지역 내 주요 사찰과 비교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높았던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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