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치 보험료 절반 내라니..'택배 과로사 산재' 또다른 돌부리

선담은 2020. 10. 2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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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업무 중 숨진 씨제이(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김원종(48)씨와 동료들이 '산업재해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 취소 처분으로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길이 열렸지만, 그러려면 한번에 70만원이 넘는 3년치 보험료를 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택배기사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는 산재보험료의 절반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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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제외 취소'로 신청 길텄는데
본인부담분 내라 '난감한 청구서'
사업주 전액부담 법에 못박고도
시행령에 특고직 직종 안 넣은 탓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주최 각계 대표단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이 열려 권영길 전 국회의원 등 참석자들이 택배사 및 정부 대책을 요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업무 중 숨진 씨제이(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김원종(48)씨와 동료들이 ‘산업재해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 취소 처분으로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길이 열렸지만, 그러려면 한번에 70만원이 넘는 3년치 보험료를 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택배기사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는 산재보험료의 절반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탓이다. 정부가 13년 전 법 개정에 따라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직종을 시행령으로 정했다면,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16일 현장조사에서 고 김원종씨와 동료들이 제출한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가 대행사인 회계법인의 대필로 확인돼 이를 취소 처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김씨의 과로사가 산재로 인정받을 길이 열렸고, 대필 신청서를 제출했던 동료 8명도 최근 3년간의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대해 산재보험을 소급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들이 산재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3년치 보험료 75만여원을 납부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산재보험료는 사업주가 전액 부담하지만, 특수고용직은 자영업자와 노동자의 중간적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로 본인과 사업주가 50%씩 나눠 부담하기 때문이다.

택배기사 등 상당수 특수고용직은 형식상 도급계약을 맺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사업주에게 종속돼 일하는 만큼 노동자가 절반의 산재보험료를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2017년 한국노동연구원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근로실태 파악 및 법적 보호방안 연구’를 보면, 당시 산재보험이 적용된 9개 특수고용직 직종이 동시에 계약을 맺은 사업체 수는 △택배기사 1.00개 △화물운전기사 1.00개 △보험설계사 1.24개 등으로, 이들은 사실상 한 사업체에 노무를 제공하고 소득의 대부분을 얻는 전속성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2007년 12월 개정된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은 “사용종속관계의 정도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경우”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특수고용직의 직종을 대통령령으로 정해야 했지만, 13년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시행령을 만들었다면, 최소한 택배기사들이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지 않아도 됐다는 점에서 정부가 입법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이와 관련해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등 2명은 지난 1월 정부의 행정입법부작위(국가기관이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로 근로의 권리 등을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쪽은 “특수고용직 직종 내에서 어떤 기준으로 사용종속관계를 따질 것인지 정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진경호 전국택배연대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대리점 강요와는 별개로, 보험료가 부담스러워 적용 제외 신청서를 내는 택배기사가 전체의 20%가량을 차지할 것”이라며 “(대필 신청서 제출도)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벌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택배기사에게 지난 기간의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노동법연구소 해밀의 부소장인 김도형 변호사도 “이미 13년 전에 사업주가 산재보험료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직종을 대통령령으로 정하자고 했다. 늦었지만, 그동안 정부에서 제대로 논의된 적 없는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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